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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흑서'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참해 학폭 피해자 패소 파장

수정 2023.04.06 08:03입력 2023.04.06 08:03

세 차례 변론기일 불출석해 소송 취하
8년 소송 물거품…유족은 황당함·격분
"조국·이재명 비판하더니…누가 누굴"

'조국 흑서' 저자 권경애 변호사가 학교폭력 피해자의 변호인을 맡았으나, 정작 재판에 여러 차례 출석하지 않으면서 결국 소송이 취하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서울고법 민사8-2부(부장판사 김봉원)는 2015년 학교폭력으로 숨진 고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모 씨가 학교법인 및 가해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 대해 지난해 11월 24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한겨레가 6일 보도했다.


권경애 변호사 [사진출처=권경애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유족 측은 8년을 이어온 학교 폭력 사건의 항소심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었다. 유족으로부터 수임료를 받고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해미르의 권경애 변호사가 정작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족 측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지난해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 등 세 차례의 변론기일에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 그 결과 1심에서의 원고 일부 승소가 패소로 변경되고,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선 항소가 취하됐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항소심에서 소송당사자가 재판에 2회 출석하지 않으면 1개월 이내에 기일을 지정해 신청할 수 있다. 단, 이마저도 출석하지 않으면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하는데, 이번 사건은 여기에 적용된 것이다.


소 취하 사실도 5개월 뒤 알려…"8년 소송 원통해"
2020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저자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권경애 변호사(왼쪽에서 두 번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심지어 권 변호사는 자신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소가 취하됐다는 사실마저 유족에게 5개월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족 이 씨는 “답답한 마음에 재판 상황을 줄곧 물었는데도 대답하지 않다가 최근에 패소했다고 이야기했다”며 지난주에야 재판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 측) 직원이 그만둬서 챙기지 못했다고 하더라. 청소 노동자로 살면서 어렵게 소송을 8년간 해왔는데 너무 원통하다”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는 이른바 '조국 사태'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조국 흑서'(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 저자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 비평 글을 올리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세 차례나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한겨레에 “불찰이다. 변명할 부분이 없고 잘못에 대한 소명도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고 박주원 양은 중고등학교 시절 SNS를 통해 가해자들로부터 모욕당하는 등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박 양은 이들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갔으나 고등학교에서도 괴롭힘은 계속됐고, 2015년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어머니 이 씨는 2016년 8월 서울시교육청과 학교법인, 가해자 등 3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가해 학생 1명의 손해배상 책임만을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면서 유족은 여기에 불복해 항소했다.


유족 "하루 멀다 하고 조국·이재명 비판…누가 누굴 비판하나"

이 씨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해 10월경 소송이 그리되고 자신도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권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하루가 멀다고 조국을 비판하고 이재명 비판하고 정치를 비토했다”며 “누가 누구를 비판하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가 권 변호사에게 “도대체 왜 재판기일에 안 간 거냐”고 묻자, 권 변호사는 “한 번은 법원까지 갔으나 쓰러져서 못 갔고, 두 번째 기일은 수첩에 다음 날로 날짜를 잘못 적어놔서 못 갔는데 다시 재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판사가 자신에게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승소했다고 떠들고 다닐 걸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망연자실”이라며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딸을 두 번 죽인 것이며 자식 잃은 어미의 가슴을 도끼로 찍고 벼랑으로 밀었다”고 비판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비혼 축하금 400만원' 주는 대기업…사내 복지 차별 사라진다
수정 2023.04.06 11:19입력 2023.04.06 09:20

LGU+, 비혼자에게도 똑같은 축하금
직장인 10명 중 7명 "비혼 복지 찬성"

최근 기업들은 결혼 여부나 가구 형태와 상관없이 제공하는 복지를 늘리거나 비혼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 제도를 도입하는 추세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꽃다발·화분 등 직원 결혼기념일 선물을 없앴다. 그 대신 모든 직원이 사용하는 복지포인트를 확대했다.


이 가운데 LG유플러스는 올해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직원에게 결혼한 직원과 똑같은 수준의 축하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혼자와 비교해 미혼자가 받는 혜택이 적기에 형평성 차원에서다. 결혼을 비롯한 각종 축의금 및 자녀 학자금 등 기혼자에게만 쏠려 있는 대기업들의 혜택에 미혼자들은 불만이 지속해서 있었다. 이에 LG는 미혼자에게도 기혼자와 동일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비혼 지원금' 제도를 만들었다. 금액으로는 약 400만원 수준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에 따르면 사내 게시판에 1호 비혼선언글이 올라 온 이후 현재까지 6명의 직원이 실제 비혼을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별로는 남성·여성이 모두 포함돼 있다.

LG유플러스는 '비혼 선언'을 한 직원에게 기본급 100%와 특별 유급휴가 5일을 지급한다. 결혼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이 다양해진 만큼 비혼 직원에게도 결혼과 동일한 혜택을 주기 위한 취지다. 사내 게시판에 비혼을 ‘선언’하는 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의사표시를 하면 된다.


비혼 지원금에 직원들 신청 잇따라
LG유플러스는 올해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직원에게 결혼한 직원과 똑같은 수준의 축하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출처=픽사베이]

LG유플러스가 처음 시행한 비혼 지원금에 직원들의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1호 비혼 선언 주인공은 40대 남자 직원이다. 해당 직원은 "절차상 비혼이지, 혼자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면서 "모두 상황에 따라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비혼 선언에 대한 동료들의 관심도 뜨겁다.


LG유플러스 한 직원은 "회사 조직이라는 보수적인 공간에서 1호 비혼 선언을 한 용기가 멋있다. 이번 계기를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며 "그에 앞장 서준 1호 비혼 선언자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비혼 지원금은 근속 5년 이상, 만 38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비혼 선언 후 비혼 지원금을 받았다가 향후 결혼하게 될 경우에는 결혼 시 받는 동일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서다.


국내 5대 대기업(삼성·현대·LG·SK·롯데) 가운데 LG그룹 계열사인 LG유플러스가 처음 시행하며, 최초 타이틀을 얻었다. 통신업계에서도 처음이다.


직장인 10명 중 7명 "비혼 복지 확대 찬성"
비혼 인구가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은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사내 복지 확대에 동의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아시아경제]

한편, 비혼 인구가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은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사내 복지 확대에 동의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설문조사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7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9살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미혼 또는 비혼 직원에게 신혼여행 유급휴가, 축하지원금 등 결혼하는 사람이 받는 동일한 복지 혜택을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문항에 직장인 10명 중 7명(68.1%)은 '그렇다'고 응답했다. 20대 가운데 '그렇다'는 응답을 한 비율은 72.7%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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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지역감정 확인한 4·5재보선…진보당, 내년 총선기호 4번
수정 2023.04.06 10:57입력 2023.04.06 10:54

지역패권 정당후보 부재에도
민주,국민 대안 선택 받지 못해
진보당, 원내 입성으로 내년 총선 기호 4번 차지

4·5 재·보궐선거는 지역 간의 차가운 감정의 골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와 경남 창녕군수 보궐선거에서 반전을 기대했지만,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진보당은 8년만에 원내 진출에 성공하며 내년 총선에서 기호 4번을 차지하게 됐다.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전주을 재선거에서 강성희 진보당 후보가 39.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전주을 재선거는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데 따라 이뤄진 선거로, 이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던 민주당은 책임정치의 일환으로 무공천을 결정했다. 다만 민주당을 탈당한 임정엽 후보가 무소속 출마했는데 32.1%(1만4288표)로 낙선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강 후보의 당선으로 진보당은 8년만에 원내에 재입성하게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위헌 정당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은 2017년 민중당으로 재창당한 뒤 2020년 진보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당선을 비롯해 광역의원 3석, 기초의원 17석을 얻어, 원내 3당인 정의당(광역의원 2석, 기초의원 7석)보다 선전하기도 했다. 강 후보는 현대자동차 전주 공장에서 18년 동안 근무한 노동조합 간부 출신으로, 최근까지 전국택배노조 전북지부 사무국장을 지냈었다.


김경민 국민의힘 후보는 8.0%(3561)의 득표율에 그쳐 안해욱(10.1%) 후보와 김호서(9.2%) 후보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민주당이 무공천하며 호남 공략에 나섰던 국민의힘은 높은 문턱만 확인한 셈이다.

창녕군수 선거도 양상은 비슷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던 김부영 전 창녕군수의 극단적 선택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창녕군수 선거에서 국민의힘 역시 책임정치를 내세우며 무공천을 결정했다. 창녕군수 선거에는 국민의힘 출신의 무소속 후보(6명 중 5명)들이 난립했던 터라 민주당 후보의 이변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 국민의힘 출신의 성낙인 무소속 후보가 24.2%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성기옥 민주당 후보는 10.8%의 득표율로 7명 후보 가운데 5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영남과 호남의 각각 패권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결국 반사이익은 돌아가지 않은 셈이다. 저조한 관심, 낮은 투표율, 우천 중 투표라는 변수로 정치 고관여 층의 의사가 부각된 측면이 있지만 지역패권 정당 후보와 무관하게 반대 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표심을 좌우한 것이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지난 정부에서부터 이어 감정적인 당파적 정립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민주화(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 간의 감정적 당파가 정치적 균열로 완전히 굳어졌음을 보여줬다, 상대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다만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에서는 변화의 가능성이 확인되기도 했다. 울산 남구나선거구에서는 최덕종 민주당 후보가 50.6%를 얻어 당선됐다. 광역의회 선거에서도 우서영 민주당 후보가 24.3%로 2위를 차지한 것도 당안팎에서는 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수 강세 지역임에도 민주당 의원이 선전한 것은 풀뿌리 정치 차원에서는 정치인 개개인의 노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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