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은 내집" 집주인 몰래 전대차계약… 임차인 징역형
수정 2023.03.30 07:00입력 2023.03.30 07:00
집주인의 동의 없이 전대차(재임대) 계약을 맺고 돈을 가로챈 임차인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유동균 판사는 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임차인 이모씨(47)에게 최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에게 2000만원을 배상할 것도 명령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2~9월 서울 강남·서초구 일대에서 집주인들로부터 전대차에 대한 동의를 받은 것처럼 속여, 자신과 전대차 계약을 맺은 피해자 5명에게서 보증금과 월세 명목으로 총 1억1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컴퓨터로 가짜 '전대차동의서'를 만들고 '이씨에게 임대한 주소의 전대차가 가능함을 확인하며 동의합니다'란 내용을 담아 출력했다. 이씨는 이 가짜 동의서 서명란에 집주인의 서명을 직접 적었다.
특히 가짜 동의서에 '건물주는 임차인 이씨에게 모든 의무를 위임한다. 건물주에게 개인적 연락은 삼간다'고 적어 피해자들이 건물주와 직접 연락할 수 없도록 했다.
빌린 집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속인 경우도 있었다. 이씨는 '여자 하우스 메이트 구해요'라는 게시글을 인터넷 카페에 올리고 "이 집은 내 집이다. 작은 방 1개를 보증금 2000만원에 임대해주겠다"고 적어 피해자를 속였다. 등기사항을 확인한 피해자가 '소유주가 맞느냐'고 묻자 "집주인으로부터 전대차 허락을 받았으므로, 계약을 진행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씨는 이 사건 첫번째 피해자에 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나머지 범행을 계속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수법으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는 등 2회의 동종전과도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임차한 주택의 소유자 또는 전대권한이 있는 임차인으로 가장했다"며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일부 피해자들에게 반환된 370만원 외에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준법의식이 낮고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이씨가 각 범행을 모두 인정한 점,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
이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앱으로 女초대한 남성들, 와인 마신 후…아르헨 '검은 과부' 주의보
수정 2023.03.30 08:45입력 2023.03.30 08:45
데이트앱서 만난 여성, 집으로 초대
수면제 탄 와인 먹인 후 범행 저질러
아르헨티나에서 최근 이른바 '검은 과부' 여성이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남성을 만나 수면제나 마약을 넣은 술이나 음료를 마시게 한 뒤 금품을 갈취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 여성들을 검은 과부라 부르는 이유는 '검은과부거미'가 짝짓기 후에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다. 한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용어로 '꽃뱀'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은 29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팔레르모 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도난 사고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미인계를 써서 피해자에 접근한 후 돈을 훔쳐 가는 사건에 대해 조명했다.
피해자의 아파트 건물에 들어가는 '검은 과부'
[사진출처=온라인 캡처·연합뉴스]최근 발생한 팔레르모 지역 '검은 과부' 사건은 피해자가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61세 남성으로 1차 경찰 수사 결과, 피해 금액이 10만달러(1억3000만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피해 남성은 틴더(Tinder)라는 데이트앱을 통해 한 여성을 알게 됐고, 사건 당일 저녁에 이 여성을 집으로 초대했다. 이 여성은 얼굴을 가리는 큰 마스크를 사용했는데, 이미 지난해부터 마스크 사용이 해제된 아르헨티나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으나 이 남성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아파트에서 저녁 식사를 했고 여성이 가지고 온 와인을 마셨다. 이후 피해 남성은 정신을 잃었고 12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어났다.
심한 두통과 온몸에 통증을 느끼며 깨어난 이 남성은 엉망이 된 집에서 본인의 핸드폰과 10만 달러 상당의 현금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자 아파트 보안 담당관을 통해 아들에게 연락했다.
검은과부거미 [사진출처=픽사베이]피해자의 아들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현재 일부 기억상실을 겪고 있으며, 큰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범행에 사용된 와인은 여성이 가지고 왔고, 이 와인에서는 클로나제팜이라는 항경련제와 수면제가 검출됐다. 이 사건 외에도 같은 날 같은 지역에서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외국 관광객이 두 명의 20대 초반 '검은 과부들'에게 피해를 봐 전자기기는 물론 현금, 신발까지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외국 관광객은 '검은 과부들'을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숙소로 초대했으며, 이 관광객은 수면제를 탄 와인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검은 과부'의 피해자들은 혼자 사는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었는데 근래에는 현지에 단기 여행 온 젊은 남성 관광객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 또한 피해자들은 사건이 알려지는 걸 꺼리기 때문에 실제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보증금 막막한데 세입자 어디서 구하나" 센트럴자이 주민 '분통'[르포]
수정 2023.03.30 08:54입력 2023.03.30 06:00
28일 '서울역센트럴자이 현장 대책 회의' 열려
입주민 '트라우마' 호소…임시 주거 시설 요청도
GS건설 "긴급 안전조치 실시…소통 채널 강화할 것"
"2년간 전세를 주고 있었던 집을 22일에 계약 연장하기로 약속했는데 이틀 전인 20일 사고가 발생하면서 세입자한테 연장계약 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7월 말이 만기인데 사고가 난 아파트에 누가 들어오려 할까요. 보증금도 돌려줘야 하는데 당장 어디서 세입자를 구해야 할지 막막합니다."(서울역센트럴자이아파트 111동 00호 소유자 A씨)
지난 28일 오후 7시30분 방문한 '서울역센트럴자이 사고 현장 대책 회의'. 저녁 시간임에도 회의실에는 200여명 넘는 입주민이 참석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사진=곽민재 기자]28일 오후 7시30분 서울 중림동주민센터 지하 1층에서 열린 ‘서울역센트럴자이 주민안전 현장 대책 회의’. 저녁 시간임에도 회의실에는 입주민 200여명이 참석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입주민들이 계속해서 밀려드는 바람에 자리를 추가로 마련하기 위해 잠시 회의가 중단될 정도였다. 이날 회의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역센트럴자이아파트 111동 3~4라인 1층 필로티 기둥 철근콘크리트 박리 및 대리석 이탈사고가 발생한 데 따라 중구청 주관으로 마련된 주민설명회다.
현재 서울시 지역안전센터장과 구조 전문가 및 시공사인 GS건설 측이 합동으로 점검한 결과, 파손 부위는 비내력으로 설계돼 추가 붕괴 등 구조 안전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주민 불안을 해소하고 추가 사고 예방을 위해 가설기둥(잭서포트) 14개가 설치된 상태다.
GS건설은 긴급 안전조치를 실시했으며 입주민의 안전 확보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1층 필로티 부위 유사 구조부 내시경점검을 한 결과 특이사항이 없었고 총 44개소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29일부터 단지 내 106동 지하1층에 고객상담창구를 운영해 입주민들의 불편사항과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111동 10층에 거주하고 있다는 B씨는 "사고 당시 집에 있었는데 소리를 똑똑히 기억하고, 집이 흔들리는 것도 직접 느꼈다"면서 "이후 잠을 자다가 작은 소리에도 깨고 집에만 가면 짜증이 나는데 구조 안전 위험이 없다는 소리만 반복하는 것은 무책임하지 않냐"고 울분을 토했다.
임시 주거 시설 마련 및 고객상담창구 시간 연장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107동에 거주하는 C씨는 "사고 후 입주민들의 트라우마가 크다"면서 "아이를 가진 입주민 등이 원하는 경우 시공사 측에서 임시 주거 시설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GS건설에서 고객상담창구를 운영한다고 하는데 이용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에 불과하다"면서 "직장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상담시간을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28일 오후 방문한 서울 중구 만리동2가 서울역 센트럴자이아파트 111동 3~4호 라인. 필로티 일부가 파손된 곳을 둘러싸고 가림막이 설치됐다.[사진=곽민재 기자]단지 주민들의 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단지의 주민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단지 내 전용부분과 공용부분의 하자보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균열 건을 추가해 소송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입주자대표회의가 추천한 한국구조물진단유지관리공학회는 사고가 발생한 111동을 비롯해 전체 동의 정밀안전진단 실시에 들어갈 예정이다. GS건설이 비용(약 7억~8억원 예상)을 부담한다. 정밀안전진단은 약 15주 소요될 예정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 단지의 소송과는 별도로 피해 보상 등 구체적인 사안들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