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단독]'어디서 봤더라'…공정위 출장보고서 수년째 '복붙'

수정 2023.03.14 11:13입력 2023.03.14 09:54

2016년부터 출장목적 그대로 옮겨와
정책 시사점에도 유사·동일 표현 많아
공정위 "개선할 점 있으면 반영하겠다"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이 해외출장 후 작성하는 보고서를 수년째 베껴 쓴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제출했던 보고서를 표현만 조금 바꿔 쓰거나, 아예 그대로 옮겨 놓은 부분도 있었다. 출장 목적은 6년째 똑같아서 불필요한 곳에 세금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아시아경제가 공정위의 ‘2022년 선진 상생협력 사례연구를 위한 해외출장 결과보고’ 문서를 살펴보니 기존 보고서와 문구와 표현이 유사하거나 완전히 일치하는 부분이 다수 발견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7일부터 6박 8일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 직원 4명이 1741만원을 들여 독일과 프랑스를 다녀온 뒤 작성됐다.


보고서의 출장목적에는 ‘우리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중소기업이 함께 경쟁력을 강화시켜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 거래관행을 개선하고 협력을 강화해나갈 필요’ 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문장은 2019년, 2017년, 2016년 공정위 직원들이 각기 다른 나라를 다녀온 뒤 쓴 보고서에도 똑같이 등장한다. 7년 전에 쓰인 출장목적을 지난해까지 반복해 쓰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의 정책추진 현황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관행을 해소하고 보다 강화된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정거래협약 제도, 표준하도급계약서 제·개정 등의 정책을 추진’ 중이라는 설명이 담겼다. 해당 문장 역시 2019년과 완전히 동일하다. 출장국 방문이유의 경우 ‘해외 상생협력 사례, 중소기업 지원 정책 및 그에 따른 시사점을 연구하여 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할 필요’라는 문장을 가져와 ‘시사점을 연구, 정책의 효과성을 제고’로만 바꿔 썼다.

과거 보고서도 유사·동일표현 많아…공정위 "개선점 반영"

정책적 시사점에서도 완전히 일치하는 문구가 발견됐다. 공정위 직원들은 출장 후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서 ‘협력사 매출확대 도모 실적 항목을 보다 내실 있게 평가’하자고 제안했다. 하도급 문제의 해결법으로 내놓은 방안인데 2019년 미국을 다녀와 쓴 보고서에도 같은 제안이 있다.


같은 표현을 말만 조금씩 바꿔 쓴 정황도 있었다. ‘수직적 전속거래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은 ‘수직적 전속거래구조에 기인’으로, ‘자생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는 ‘자생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로 쓰는 식이다. ‘대기업의 협력사 판로 확대 지원 노력 촉진’은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 지원 노력 추진’으로 바꿨다.


이같은 보고서 작성 관행은 과거 출장부터 존재했다. 2017년 보고서에서 출장자들이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경우에 대해 이를 효율성 증대 실적으로 인정’이라는 방안은 2016년 보고서의 ‘매출이 신장된 경우 이를 효율성 증대 정도 실적으로 인정’ 그대로 쓴 것이다. ‘적극적으로 노력할 유인을 제공하고’, ‘노력이 확산될 수 있도록 유도’ 등과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공무국외출장 후 결과보고서가 충실히 작성될 수 있도록 별도 지침을 마련해 출장결과와 활동내역, 시사점 등을 상세히 쓰도록 지시하고 있다. 보고시스템에도 표절여부 및 내용·서식 등 충실성을 점검하여 등록하게 돼 있다.


하지만 출장 보고서 표절 논란은 되풀이되고 있다. 2019년에도 경북 구미시의회가 해외연수를 다녀온 후 2018년 보고서를 상당 부분 베껴 제출해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 측은 “바쁘게 쓰다 보니 내용을 충실하게 하기 어려웠다”며 “개선할 점이 있으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쇠말뚝에 오물 투척까지…정치인 '묘 테러' 잔혹사
수정 2023.03.14 06:00입력 2023.03.14 06:00

이재명 대표, 선친 묘소 풍수테러 당해
尹대통령도 후보 시절 조상묘 테러 당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친 묘소가 이른바 '풍수 테러'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이 대표 선친 묘에 대한 테러로 과거 비슷한 사례들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인, 특히 대선주자급 인물의 선친 묘소 테러는 풍수지리 및 미신에 대한 믿음으로 일어나지만, 전·현직 대통령의 묘에 대한 테러는 정치적 이유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는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친 묘소가 훼손된 사진을 공유하며 "의견을 들어보니, 일종의 흑주술로 무덤 사방 혈 자리에 구멍을 파고 흉물 등을 묻는 의식으로,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또는 양밥)"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공유한 사진 속 선친의 묘는 움푹 패 있으며, 패인 자리에 생(生), 명(明) 등의 한자가 쓰인 돌이 파묻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흉매이지만 함부로 치워서도 안 된다는 어르신들 말씀에 따라 간단한 의식을 치르고 수일 내 제거하기로 했다"며 "저로 인해 저승의 부모님까지 능욕당하시니 죄송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유한 선친의 묘 훼손 상황. [사진출처 =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이 대표의 선친 묘가 훼손된 것은 조상의 묘 상태가 후손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풍수지리 사상에 근거한 '풍수 테러'로 볼 수 있다. 유력 정치인이나 대선주자의 조상 묘역이 풍수 테러의 대상이 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지난 2021년 5월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조상 묘에 인분과 식칼, 부적, 머리카락 등이 발견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사퇴하고 유력 대권주자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었다.


유력 보수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1999년 풍수 테러의 대상이 됐다. 충남 예산군에 있는 조상 묘 13기 중 7기에서 쇠말뚝 등 금속성 물체가 발견됐다.

조상의 묘가 아닌, 본인 묘 테러도 자주 있는 일이다. 특히 전·현직 대통령들이 이런 테러의 대상이 됐는데, '후손의 기를 꺾으려는' 풍수 테러와 달리 정치적 지향성에 기반한 테러가 대부분이다. 2010년 2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묘소 일부가 불에 탔고, 같은 해 11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에 60대 남성이 인분을 투척해 현장에서 검거됐다.


둘 다 정치적 이유의 테러였다. 추후 김 전 대통령 묘역 방화범은 검거돼 실형을 선고받았고 노 전 대통령 묘소 인분 투척범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박근혜 정권이었던 2016년, 50대 남성에 의해 묘비가 훼손됐다. 또 2019년에는 1000개가 넘는 쇠말뚝이 박 전 대통령 묘소에 박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박 대통령의 묘소에서 쇠말뚝을 1500개나 뽑아내는데도, 조사 한번 하지 않나"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대권주자였던 박원순 고 서울시장의 묘도 지난 2021년 한 20대 남성에 의해 훼손됐다. 그는 무덤을 훼손한 후 스스로 신고했는데, "성추행범으로 나쁜 사람인데 편안하게 누워있는 게 싫었다"고 훼손 이유를 밝혔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尹대통령이 찾을 日오므라이스 집…별점 3.8 가성비 맛집
수정 2023.03.14 17:20입력 2023.03.14 17:20

방일 때 찾을 예정 '렌가테이'
돈가스·오므라이스의 발상지
한국인 관광객도 자주 찾는 곳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6일(현지시간) 도쿄 정상회담을 가진 후, 긴자의 '렌가테이'라는 경양식 식당에서 만찬을 할 예정이다. 렌가테이는 약 130년에 달하는 역사를 가진 식당으로, 일본식 경양식의 대표격인 '돈가스'와 '오므라이스'의 발상지다.


렌가테이는 일본 최대 번화가인 긴자에 자리잡았다. 1895년 처음 영업을 시작했으며, 올해로 128년째 업력을 이어오고 있다. 초대 점주 기다 모토지로 이후 아들인 기다 코이치로 이어졌고, 현재는 손자 기다 아키리가 3대째 식당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지유신 20여년 뒤인 1885년 개업···돈가스 처음으로 개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이 식당이 특별한 이유는 '돈가스'를 처음 개발한 곳이기 때문이다. 렌가테이가 문을 연 1895년은 일본 메이지 유신(1868년)으로부터 불과 20여년 뒤다. 사회·정치적 변혁이 일어난 시기인 만큼 당시 일본도 혼란스러웠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서양 신문물의 유입이었다. 특히 메이지 정부는 유럽인이 주식으로 먹는 '고기 요리'를 일본 서민층에도 보급하고자 했고, 이 변화를 민첩하게 감지한 이가 렌가테이의 초대 점주 기타 모토지로다.

그는 서양식 고기 요리의 일종인 '커틀렛(얇게 편 고기를 튀겨 레몬즙, 식초 등을 뿌려 먹는 요리)' 요리법을 배운 뒤 이를 일본식으로 변형한 '돈가스'를 선보였다. 돈가스는 아직 육식에 낯설었던 일본 서민층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널리 보급됐고, 오늘날 일본식 서양 요리로 알려진 경양식의 효시가 됐다.


오므라이스, 러일전쟁 직후 1905년 등장
일본 번화가 긴자의 경양식 요리점 렌가테이 [이미지출처=구글맵]

오므라이스의 개발도 렌가테이에서 이뤄졌다. 일본 온라인 매체 '긴자뉴스'가 2010년 3대 점주 기다 아키리와 인터뷰한 기사 내용에 따르면, 오므라이스는 러일 전쟁 직후인 1905년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당시 일본 내에선 남유럽 음식인 리조또·필라프 등에 영향을 받은 '치킨 라이스', '새우 라이스' 등의 볶음밥 요리가 주로 소비됐다. 이때 렌가테이는 얇게 만든 계란 지단으로 밥을 감싼 독특한 요리를 창안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리는 처음 렌가테이의 단골 손님들만 주문해 먹는 특별한 메뉴였지만, 인기가 많아지자 '라이스 오믈렛'이라는 메뉴로 정식 발매됐고, 이후엔 '오므라이스'라는 이름이 정착했다.


한국인 관광객도 자주 찾는 세계구급 인기 식당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일본식 경양식의 산 증인인 렌가테이는 지금도 여러 일본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 중국, 대만 등 관광객의 인기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돈가스, 하이라이스, 오므라이스 등 경양식 요리를 주 메뉴로 취급하고 있으며, '구글맵'에 리뷰 1374개(평균 별점 3.8)가 올라올 만큼 누리꾼 사이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는다.


일본의 고급 번화가 긴자에 있지만, 렌가테이가 취급하는 요리는 대체로 저렴하고 가성비를 강조한 서민 음식이다. 리뷰에서도 렌가테이의 장점을 '친숙함'과 '푸짐함'으로 꼽는다.


한 누리꾼은 "생긴 게 투박해서 처음엔 당황했는데 먹어 보니 풍미가 있다. 양이 많은 건 덤"이라며 "살짝 양념된 밥도 돈가스와 정말 잘 어울린다"라고 호평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오므라이스와 굴 튀김은 반드시 먹고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 매체 요미우리신문은 14일 한일 양국 정부가 오는 16일 도쿄 정상회담을 가진 뒤 렌가테이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해외 각국 정상이 방문할 때마다 일본식을 대접하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손님 환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동으로 다음기사가 보여집니다.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