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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열쇠 받으려 사채도 썼는데”…입주중단에 개포자이 입주민들 ‘날벼락’

수정 2023.03.14 08:17입력 2023.03.14 06:00

강남구청, 24일까지 입주중지 명령
단지 내 유치원·조합 소송전 때문
400가구 열쇠 불출로 이삿짐 못풀어


13일 오후 2시 방문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단지. 이삿짐 차량과 입주지원센터를 찾는 입주예정자들로 북적여야 할 단지는 썰렁했다. 단지 내 입주지원센터의 문도 굳게 닫혀있었다. 문에는 입주 중단을 알리는 공고문만 덩그러니 붙어있었다. 서울행정법원 결정에 따라 3월24일까지 '임시방문, 잔금납부, 키불출이 불가하다'는 글씨가 눈에 띄었다.


13일 오후 방문한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아파트 단지 입주지원센터 앞에는 24일까지 열쇠 불출이 불가하다는 공고문이 붙어있었다. [사진=곽민재 기자]

강남구청은 지난 10일 개포4단지 재건축 조합에 입주를 중지하라는 이행 명령을 내렸다. 재건축 전부터 단지 안에 있던 어린이집과 조합 간의 소송 때문이다. 어린이집 소유주는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서울행정법원에 24일까지 준공인가 처분 효력 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개포자이는 부분 준공 인가를 받아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 800여 가구가 입주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이날부터 입주가 중지되면서 오는 24일까지 입주가 예정됐던 400가구가 이삿짐을 풀지 못하게 됐다. 양측 갈등이 계속될 경우, 이들을 포함해 미입주 2500여 가구의 입주가 줄줄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당장 이사를 앞둔 입주민들은 갑작스런 입주 중단에 직격탄을 맞았다. 2주 후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에 입주 예정이라는 입주민 A씨는 “이사 날짜를 변경하면 입주 청소부터 가구 배달까지 모두 다 연기해야 한다”며 “당장 이전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이삿짐센터가 성수기라 당장 짐을 보관할 곳도 없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가뜩이나 소송으로 입주가 1년 밀리면서 대출받아 중도금을 내는 기간도 늘었는데 입주까지 중단되니 정말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13일 오후 개포자이 단지 내 이삿짐 차량이 이사를 하기 위해 차량을 주차한 상태. 먼저 입주를 마친 입주민은 이사가 가능했지만, 열쇠를 받지 못한 입주예정자들은 이사가 불가했다.[사진=곽민재 기자]

실제 단지 내에서 포장 이사를 하고 있는 이삿짐센터에 문의하니 업체는 보관이사 비용까지 포함해 총 이사비용을 기존보다 2.5배가량 더 달라고 했다. 이삿짐센터 직원 B씨는 “오늘 오전에만 이사 날짜 변경과 함께 보관이사를 문의한 전화가 14통에 달했다”며 “기존 이사비용 100만원에 추가 이사비용 90만원과 약 한 달 보관비 등을 합쳐 250만원 정도는 줘야 한다”고 귀띔했다.


단지 내 생활지원센터에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조합원 강남구청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는 조합원 C씨는 “다행히 나는 입주가 13일 이전이라 미리 열쇠를 받았지만, 일부 조합원은 주말 새 부랴부랴 수억원 대의 잔금을 구하기 위해 급하게 사채를 끌어 쓴 사람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일부 임차인들 사이에서 계약 파기와 배액배상 요구에 대한 목소리까지 나올 만큼 현재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13일 오후 단지 내 생활지원센터. 엘리베이터 사용 시간에 혼선이 생기면서 이사 피해를 본 입주민이 보안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사진=곽민재 기자]

보안직원과 입주민 사이에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입주 중단에 단지가 혼란에 빠지면서 이사를 위한 단지 내 엘리베이터 사용 시간에도 혼선이 생겼기 때문이다. 입주민 D씨(36)는 “원래 이사를 위해 단지 내 엘리베이터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사용하기로 약속했는데 보안직원이 통제를 잘 못 하는 바람에 1시 이후 시간대에서 먼저 이사를 시작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며 “1층에 있는 컴퓨터를 못 옮기게 되면서 인터넷 설치 기사도 왔다가 돌아갔고, 정수기 설치도 다음 달로 미뤄져 속상하다”고 말했다.


입주가 중단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단지 전경. [사진=곽민재 기자]

한편 개포자이 입주 예정자 200여명은 13일 오전 강남구청을 찾아 ‘우리 조합원들은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구청은 행정명령 즉각 취소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입주 중단 사태로 입주예정자들의 혼란이 극심해진 가운데 법원은 오는 24일까지 개포자이 단지 내 어린이집 관련 소송 최종 결정을 내린다. 효력 정지 결정을 취소하면 입주가 곧바로 재개될 수 있다. 반면 유지가 결정되면 입주 재개일은 기약할 수 없게 된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K팝 너무 착취적' 외신 질문에…RM "서구 식민지배는"
수정 2023.03.14 11:10입력 2023.03.14 08:10

BTS RM, 외신인터뷰 '사이다' 답변 화제
"서양은 이해 못해…모든 일엔 부작용 있다"
"'K' 수식어는 조상들이 쟁취한 품질보증서"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한 유럽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K팝(K-POP) 산업과 관련한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 누리꾼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BTS의 RM [사진출처=연합뉴스]

12일(현지시각) 스페인 매체 엘 파이스는 K팝의 성공 및 한국의 역사, 예술품 수집 취미 등에 대해 RM을 인터뷰한 내용을 공개했다.


인터뷰는 최근 전 세계에서 눈부시게 성장한 K팝 산업의 그림자를 조명하며 시작했다. 기자가 먼저 "K팝 아이돌 시스템이 비인간적이냐"고 묻자 RM은 "개인을 위한 시간은 많지 않지만, 그것이 K팝을 빛나게 한다. 20대부터 30대까지 저희는 BTS에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했다"고 답했다.


그는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재차 확인했고, 같은 물음이 돌아오자 "회사는 제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제가 부분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점이) 부분적으로 특별한 산업으로 만드는 것도 있다. 그리고 계약서, 돈, 교육적 측면에서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또 "청춘과 완벽함에 대한 숭배, 과도한 노력 등이 한국의 문화적 특성이냐"는 물음에는 한국의 역사적 맥락을 언급하며 특유의 현명한 답변을 이어갔다.


RM은 "서양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거다. 한국은 침략당하고, 황폐해지고, 둘로 갈라진 나라"라며 "불과 70년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IMF와 UN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BTS 리더 RM.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어 "그런데 지금 다들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한국인들은 자신을 향상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신은 수 세기에 걸쳐 식민지를 만들어 온 프랑스나 영국과 같은 나라에 살면서 나에게는 ‘스스로 너무 부담을 많이 주고 있다. 한국에서의 삶은 너무 스트레스가 많은 것 아닌가’라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쎄, 그건 맞다. 그렇지만 그건 K팝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라며 "물론 그림자가 있긴 하지만 빠르고 강하게 일어나는 모든 것에는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K-'는 프리미엄 라벨…조상들이 쟁취한 '품질 보증서'"
BTS 리더 RM.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인터뷰는 RM의 솔로 앨범 '인디고'(Indigo)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기자는 이 앨범을 두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다"면서 "일각에서는 일관성이 없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RM이 다재다능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에 RM은 "R&B, 하이퍼 팝, 저지클럽, UK 드릴, K팝…. 몇십 년 후면 장르라는 단어가 사라질 것 같다. 그것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민감한 질문은 다시금 나타났다. 기자가 "'K-'라는 꼬리표가 지겹냐"고 묻자 RM은 "스포티파이에서는 K팝이라는 말을 지겨워할 수 있지만, 그것은 프리미엄 라벨"이라며 "우리 조상들이 쟁취하기 위해 노력한 품질 보증서"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대본 없이 저런 답변이 바로 나올 정도면 평소에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는지 느껴진다" "멋진 말이다. 젊은 친구지만 한 수백 수 이상을 배워 간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한편 이 인터뷰를 통해 RM은 입대에 대해 "이제 1년 반 동안 군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건 모든 한국 남자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전역 후 저는 다른 인간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바라건대 더 좋고 현명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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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LG家 어른들은 소송 반대
수정 2023.03.14 08:16입력 2023.03.14 07:47

LG가(家) 세 모녀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 소송을 건 것과 관련해 집안 어른들은 대부분 소송에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75년 동안 경영권은 물론 재산 관련 분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LG 집안에 재산을 둘러싼 싸움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제기한 세 모녀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쉽게 뜻을 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LG㈜ 지분 보유 현황을 보면 구 회장 일가 친척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회사 지분은 41.7%다. 이 가운데 구 회장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4.20%)와 여동생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2.92%), 구연수씨(0.72%)가 보유한 LG 주식은 모두 7.84%로 다른 구씨 집안 여성들보다 많다. 장자에게 재산 대부분을 상속하고 경영권을 맡기는 이른바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이 윗 세대로부터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 모녀를 제외한 LG 집안 여성 대부분은 1% 이하 LG 지분을 보유 중이다. 구본무 선대 회장의 여동생인 구훤미와 구미정씨는 지분율이 각각 0.28%, 0.69%에 불과하다. 또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딸인 구자영씨도 보유 지분율이 0.34%밖에 되지 않는다.


LG에 정통한 재계관계자는 "원칙과 전통을 중시하는 LG 집안 내부에서도 세 모녀가 제기한 재산분할 소송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소송에 들어가기 전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과정에서 집안 내에서도 논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집안 어른들은 '재산을 두고 다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가풍을 지키기 위해 양해와 이해 속에서 장자에게 재산과 경영권을 넘겨줬는데, 이제와서 가족 간 합의를 버리고 법정 비율대로 상속을 해달라는걸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LG 내부에선 75년 동안 경영권은 물론 재산 관련 분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사실을 자랑으로 여겨온만큼 이번 소송이 가족간 불화로 번지지 않을까 염려도 큰 상황이다.


LG는 구 선대회장 별세 이후 5개월 동안 가족 간의 수차례 협의를 통해 상속을 끝냈고, 상속 완료 후 4년이 넘어 이미 제척기간(3년)도 지난 만큼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가족간 상속 싸움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LG 주가는 연일 상승 중이다. 13일 8만8300만원에 마감된 LG 주가는 장중 9만원을 돌파해 52주 신고가도 경신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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