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금리와 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추가 공사비 분담 문제로 시공사와 재건축 조합 간 갈등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입주가 시작된 목동의 한 단지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시공사가 분양자들의 입주까지 막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 입주가 임박한 강남의 한 단지는 시공사가 조합에 입주 제한을 고지하기도 했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신목동파라곤 아파트는 입주 예정일이 지났지만, 현재 단지 입구가 컨테이너로 막혀있다.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 조합에 추가 공사비 100억원가량의 분담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유치권 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강남구 대치푸르지오써밋도 추가 공사비 분담 문제를 놓고 시공사 대우건설과 조합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공사비 903억원 미입금에 따른 연체 이자와 원자재 상승분을 반영한 공사비를 670억원 증액 요구를 했지만, 조합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우건설은 "반영되지 않을 시 조합원 입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 예정일은 5월 말이다.
추가 공사비 분담금 갈등으로 공사 차질을 빚었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도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조합에 커뮤니티 고급화와 특화설계 등에 투입된 공사비 등 1560억원을 증액해 달라고 요구했고, 조합은 공사비 증액이 타당한지 여부를 검증해줄 것을 한국부동산원에 요청한 상태다.
신반포 메이플자이도 시공사인 GS건설과 조합이 수개월째 난항을 겪으며 공사비 협상을 진행 중이다. GS건설은 공사비를 93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증액하고 공사 기간도 10개월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우선 조합은 공사비를 1조1300억원으로 늘리고 공사 기간은 8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공사비 증액 문제는 계속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공사비 인상 문제로 첫 삽조차 뜨지 못하는 현장도 적지 않다.
서초동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2017년 8월 시공사 선정 당시 DL이앤씨와 3.3㎡당 공사비를 474만원으로 정했으나, 이번에 DL이앤씨 측에서 3.3㎡당 750만∼780만원대로 올려 달라고 요구하면서 고심에 빠졌다. 현재 신동아아파트 재건축조합은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 의뢰를 준비하고 있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이 함께 시공하는 마포구 마포자이 힐스테이트는 공사비 인상 문제를 두고 반년 넘게 착공을 못 하다가 최근에서야 공사비 인상에 합의했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2017년 도급계약 체결 당시 3.3㎡당 448만5000원이었던 공사비를 613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착공 시기 등은 아직 협의 중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인건비와 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 그리고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금융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며 "재건축 사업 특성상 대부분의 사업장이 수년 전 시세에 맞춰 공사비를 산정한 것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