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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의 배신…"심장마비·뇌졸중 위험 2배 높여"

수정 2023.03.07 05:00입력 2023.03.07 05:00

캐나다 연구팀 '바이오뱅크' 데이터 분석

'저탄수화물 고지방(LCHF)' 식단이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심장마비·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5일(현지시간) CNN 방송 보도에 따르면, 율리아 이아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심장폐혁신센터 박사 연구팀은 미국심장학회·세계심장학회 공동 연례회의(ACC.23/WCC)에 LCHF 식단이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동맥 막힘, 심장 마비,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LCHF 식단, LDL 콜레스테롤·아포지단백질 B 수치 높여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이아탄 박사 연구팀은 이 연구팀에서 영국 국민의 유전, 생활 습관, 건강정보 등을 10년 이상 추적 기록한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를 활용해 LCHF 식단을 따르는 305명과 표준 식단을 따르는 1200여 명의 건강정보를 비교·분석했다.


LCHF 식단은 하루 섭취 열량의 45%를 지방에서 섭취하고 25%는 탄수화물에서 섭취하는 식단으로 규정했다. 대표적인 LCHF 식단으로 알려진 '키토 다이어트(Keto diet)'는 하루 섭취 열량의 70~90%가 지방으로 구성되기도 한다.

연구 결과 LCHF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은 LDL 콜레스테롤과 아포지단백질 B(apolipoprotein B) 수치가 표준 식단 그룹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포지단백질 B는 LDL 콜레스테롤 단백질을 감싸는 단백질로, 심장질환 예측 인자로서 정확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또 LCHF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은 지방을 섭취할 때 동물성 지방 비중이 33%로 대조군(16%)보다 배 이상 높고, 해로운 포화지방 섭취 비율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11.8년 추적 조사 후 당뇨병·고혈압·비만·흡연 등 다른 위험요인의 영향을 배제한 결과, LCHF 식단 사용자들이 심장동맥 막힘·심장마비·뇌졸중·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 질환 관련 위험이 대조군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한계점 존재… "추가 연구 필요"

이 연구에서 식단 평가가 자가 보고로 이뤄진 점, 표본 크기가 작은 점, 참가자가 모두 영국인이어서 인종적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 등은 연구의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로서 식단과 주요 심장질환 위험 증가의 연관성만 보여줄 뿐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인 5명 중 1명이 LCHF 식단을 따른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추가 연구를 할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아탄 박사는 LCHF 식단에 대한 이득이 개인마다 다르다는 점 역시 기억해야 한다면서 "이 연구에서 밝혀진 것은 LCHF 식단을 따르면 평균적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강 전문가들은 LCHF 식단을 따를 때 섬유소와 각종 영양소 등의 공급원인 과일·콩·통곡물 등 건강식품 섭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LCHF 식단을 따르며 식이조절 하는 것이 칼로리를 제한하는 전통적인 다이어트보다 충분한 포만감을 유지하여 다이어트를 지속하게 한다는 연구도 있다. 따라서 지방간이나 제2형 당뇨병 등 체중을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한 질환에는 LCHF 식단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 역시 존재한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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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권 흑자시대]"대통령보다 연봉 높다" 2억7000만원 받는 공무원
수정 2023.03.07 10:09입력 2023.03.07 08:57

⑤사우디·UAE서 일하는 특허청 직원
韓 특허 제도·시스템 도입 적극적
대통령 국빈방문 등으로 협력 확대

이인실 특허청장(왼쪽)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경제부에서 압둘라 아흐메드 알 살레 UAE 경제부 차관과 양해각서 체결 후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중동 국가로 파견 근무를 떠나 외화를 벌어들이는 공무원이 있다. 바로 특허청 직원들이다. 특허 심사 업무를 대신해주거나 특허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서 최대 21만달러(한화로 약 2억7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이는 올해 청장급 연봉(1억3500만원)은 물론 대통령(2억4500만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일찌감치 지식재산(IP) 전략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그는 2019년 방한했을 때 양국 간 IP 협력을 위한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특허청 직원 14명, 민간전문가 5명 등 한국인 19명이 사우디 지식재산청에 파견됐다. 국가 IP 전략 수립, 현지 특허 심사관 역량 강화, 정보화 컨설팅 등의 협력 과제를 수행했다. 지난해에도 특허 심사관 3명을 추가로 파견했다. 작년 말에 빈 살만 왕세자가 또다시 한국을 찾으면서 양국의 파트너십은 더욱 끈끈해졌다. 그는 한국 특허청의 전략 체계와 유사한 내용의 국가 IP 전략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올해 54개의 세부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사우디 파견 직원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다. 성과와 현지 상황에 따라 최대 3년까지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정대순 특허청 국제협력과장은 "파견된 심사관은 전문성과 그간의 경험을 인정받아 약 19만달러(2억5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동 국가들은 우리나라가 단기간 내에 IP 5대 강국에 진입한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익수 서기관은 2019년부터 2년간 사우디 지식재산청의 행정업무를 전산화하는 작업을 했다. 그는 현지에서 나이가 지긋한 사우디인들을 만날 때마다 "1970~80년대 사우디에 온 한국인 건설근로자들은 부지런하고 열정적이었다" "당시 지은 건물들이 아직도 튼튼하다"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전 서기관은 "당시 현지에서 고생한 근로자들의 노고와 신뢰 덕분에 대접받으며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UAE도 2014년에 한국과 특허심사 대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재까지 총 14명의 특허청 심사관을 UAE 경제부에 파견했다. 지금은 4명의 심사관이 특허 출원 심사 업무를 하고 있다. UAE도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최대 3년)한다. 심사관 직위에 따라 다르지만, 18만~21만달러가량의 연봉을 받는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UAE를 국빈 방문하면서 협력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허 심사, 정보화 중심의 협력을 산업 디자인과 발명 교육 분야까지 넓혔다.


이런 교류가 확대될수록 중동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에 유리해진다. 한국과 유사한 IP 제도와 시스템 하에서 특허 등을 획득하고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과장은 "사우디, UAE와의 협력을 토대로 중동지역 다른 나라들과 IP 협력 관계를 확대할 것"이라며 "IP 한류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키고 국제사회에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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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자리 깔지 마세요"…탑골공원에 늘어선 종이박스줄
수정 2023.03.07 07:38입력 2023.03.07 07:26

6일 탑골공원, 춘천에서도 아침에 찾아와
무료급식 위해 노인들 '종이박스로 자리 표시'

"6시20분부터 와있지. 물가도 많이 올라서 밥 얻어먹으러 나온 거야. 지금은 어디 가서 취직도 못 하고 돈이 없으니 사장도 못 하고, 웬만한 거 시작하려면 돈이나 까먹을 것 같아. 그냥 이렇게 돌아다니는 게 제일 행복한 거야. 일단은 건강하다는 거니까"(박철민 할아버지·78·가명·경기 의정부 거주)


이곳에 모인 노인들은 자리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칭 '자율질서팀'도 생겨났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6일 오전 7시30분께 찾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좌측 인도. 언제부턴가 이곳에는 사람은 없고 종이박스만 길게 놓인 줄이 생기고 있다.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노인들이 자신의 순서를 매겨놓은 박스를 놓고 가는 것이다. '신월동 41', '외대 42', '쌍문동 43' 등 지역명과 번호를 적어놓은 박스가 있는가 하면 자신을 표시할 수 있는 '박 기사', '차씨' 등을 적어놓은 경우도 있다. 출근길로 바삐 발걸음을 옮기던 시민들도 궁금한지 박스를 놓는 노인에게 "이게 무슨 줄이에요"라며 물어보기도 했다. 바로 옆 도로에 세워진 관광버스에 탑승하던 외국인들은 버스에 오르는 것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김광석 할아버지(80·서울 강서구)는 "오전 6시에 화곡동에서 나와서 19번 박스를 놓았다"며 "여기서 도시락을 주면 저녁에 집에 가서 먹는다"고 말했다.


박스로 자리를 선점한 노인들은 탑골공원 뒤편으로 모인다. 오전 8시40분께 원각사에서 주는 아침 주먹밥을 받기 위해서다. 노인들은 하루에 두 끼 정도를 이곳에서 해결한다. 주먹밥과 미역국을 받은 박 할아버지는 다시 '28번 의정부' 박스로 돌아와서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마친 박 할아버지는 '예전엔 어떤 일을 하셨냐'는 질문에 "세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며 그간의 역사를 줄줄 읊기 시작했다. 박 할아버지는 1984년부터 버스 기사로 일을 하다 3년 전 직장을 관둔 후 적적함에 1년 전부터 이곳에 나오기 시작했다. 이름을 묻자 그는 "아이들은 내가 여기 나오는 것을 몰라서 알면 난리난다"면서 "아이들이 못 나오게 할까 봐 서울에 나갔다 오겠다고 얘기하고 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러 차례 이름 밝히는 것을 거절했다.


6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좌측 인도. 이곳에는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노인들이 가져다 놓은 약 100개의 박스가 놓여있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이곳에 나온 노인 중에는 박 할아버지처럼 끼니를 때우기 위해 경기, 인천, 멀게는 강원도 춘천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 이곳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너무 멀리서 오는 거 아니냐'는 물음에 "노인은 지하철이 무료이기 때문에 밥 한 끼를 먹으러 멀리서 오는 것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심명우 할머니(70·경기 남양주)의 하루는 오전 4시부터 시작됐다. 오전 5시께 있는 첫차를 타고 덕소에서 이곳까지 6시에는 도착하기 위해서다. 집에서부터 지하철역이 멀어 중간중간 쉬면서 오다 보면 금세 시간이 간다고 설명했다. 오늘은 12번째로 박스를 깔았다는 심 할머니는 "애들 아빠와 같이 살고 있는데, 몸이 많이 좋지 않아 지난해 9월부터 나 혼자 나와서 도시락을 받아 간다"고 전했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경쟁에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달 24일에 방문한 이곳에서는 앞쪽에 자리를 잡은 할아버지가 한 할머니를 향해 "새치기를 한다"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로 다행히 몸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심 할머니는 "자리 때문에, 밥 얻어먹으려는 것 때문에 맨날 싸운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들 사이에서는 자율적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자칭 '자율질서팀'도 생겨난 모양이다. 박스 줄 중간에는 '이곳은 오시는 순서대로 자리입니다. 한 사람에 1개(박스)만 허용되며 새치기 등 약속을 어길 경우 퇴출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박스도 있었다.


오전 11시40분. 무료급식을 나눠줄 시간이 되자 박스 주인들은 자리를 찾아 돌아왔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대기 시간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사교활동 시간이다. 이원흠 할아버지(70·가명·서울 동대문구)는 폐지를 가득 담아 리어카를 움직이는 박모씨(62)를 만나자 대화의 장을 만들었다. 박씨는 "내일부터 집을 나가게 생겨 사우나에서 살아야 한다"고 했고, 이 할아버지는 "아휴, 어쩌냐"며 "(박스 받는) 단골은 생겼냐"고 박씨의 안위를 걱정했다. 15년 동안 이곳을 오갔다던 할아버지는 그 세월만큼이나 아는 사람이 많았다. 20분 남짓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지나가던 다른 할아버지와 장난기 가득한 손짓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원각사에서 제공하는 주먹밥을 받은 이 할아버지는 "잠시 집에 가서 주먹밥을 먹고 돌아오겠다"며 "나중에 보자"는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했다.


늦잠이라도 자는 날엔 공치기 일쑤다. 평소 나와 있던 친구가 오지 않자 김광석 할아버지는 전화를 걸어 "이제 일어났어? 그래 끊어"라고 하더니 "집에서 오는데 1시간30분 걸리는데 얘는 못 오겠다"고 주변 할아버지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오전 11시30분께 박스 주인들은 자리를 찾아 앉았지만, 늦게 온 김말수 할아버지(76)는 배식이 이뤄질 때까지 서서 대기하다가 도시락은 받지 못하고 건빵과 물만 받았다. 이 시각쯤 받은 번호표는 210번대였다. 김말수 할아버지는 "오늘은 날이 좋아 사람이 많이 나왔나 보다"며 "인상이 좋으니 잘 될 거야"라는 덕담을 슬쩍 건네고는 서둘러 다른 무료급식소를 찾아 나섰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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