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전세 사기로 피해를 본 30대 남성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남성은 120억원대 전세 사기 혐의로 최근 구속된 이른바 '건축왕'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졌다.
2일 인천 미추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5시 40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지인은 연락이 되지 않는 그의 집에 찾아갔다가 문이 열리지 않자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숨진 A씨를 발견했다.
A씨 휴대전화에서 메모 형태로 발견된 유서에는 "(전세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활동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며 대책위 관계자와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대책위측은 전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A씨가 살던 빌라는 현재 임의 경매에 넘어간 상태로, 그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는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지 않아 최근까지 전세금 7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대책위는 오는 6일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남광장에서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범죄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가족에게 A씨 시신을 인계했다.
한편 건축왕으로 불린 B씨는 바지 임대업자·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조직적으로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지난달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지난해 1∼7월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채의 전세 보증금 126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해부터 자금 사정 악화로 아파트나 빌라가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전세 계약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담보 대출 이자와 각종 세금이 연체돼 계약 만료 시기가 도래하면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인데도 오히려 보증금을 수천만원씩 올리며 계약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10여 년 전부터 주택을 사들이기 시작한 B씨는 지인 등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아파트나 빌라 건물을 새로 지은 뒤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모아 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식으로 부동산을 늘려갔다.
B씨 소유 주택은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모두 2700채로 대부분은 그가 직접 신축했다. 이는 빌라 1139채를 보유했다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보다 배 이상 많은 규모다.
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 사기로 인한 고소가 잇따르자 전담팀을 꾸리고 수사에 착수해 실소유주 B씨의 존재를 확인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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