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선 정치해결 과제 1위 거대양당 제도 꼽아
56.5% "개헌 불필요" 現 선거제도 유지多
제왕적 대통령제-정치양극화 중첩 민주주의 후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표결되던 지난 27일, 국회 한쪽에서는 지난 1년여간 진행해온 '정치 양극화 현황과 해법' 연구의 최종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열렸다. 국회·학회·언론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정치양극화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이번 세미나는 이념을 떠나 여야 의원들이 한 곳에 모여 양당 정치의 한계와 정당개혁, 양극화 완화를 위한 정책 등의 의견을 나누는 의미있는 자리였지만,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길어지면서 참석키로 한 의원 다수가 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끝내 '국회의원 종합토론'은 취소됐지만, 이날 나온 제안들은 오는 3월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선거법 개정 관련 전원위원회에서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발제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료=한국행정연구원한국 정당정치의 핵심 과제, "거대 양당 중심의 대결정치"
이번 연구의 연구책임자인 한국행정연구원 박준 연구위원이 발표한 '한국의 정치 양극화 현황과 제도적 제안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 정당정치에서 가장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4명 중 1명(25.9%)이 '거대 양당 중심의 대결정치'를 꼽았다.(한국리서치,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 대상 2022년12월21일~2023년 1월15일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개헌에 대해서는 '43.5%'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56.5%'는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개헌이 이뤄진다면 미국식 4년 중임제를 선택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69.1%가 '미국식 4년 중임제'를 선택했고 이어 프랑스식 준대통령제(18.4%), 영국이나 독일식 의원내각제(12.5%) 순이었다.
선거제도 변경과 관련해서는 '현재 방식 유지(비례대표 의석 15.7%)'를 꼽은 비율이 31.1%였고, '비례대표 폐지, 전원 지역구 대표로 선출'이 27.1%로 나타났다. 현재보다 비례대표 의석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24.0%로 나와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비례대표 의석 확대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비례대표 증원('지역구대표 폐지·전원 비례대표 선출' 0.9%, '비례대표가 지역구대표보다 많도록 증원' 1.3%, '비례대표와 지역구 대표 비율 1대1로' 5.9%, '비례대표를 현재보다 조금 더 증원' 9.8%) 쪽에 손을 든 비율은 20%도 채 되지 않았다.
올초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쏘아올린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도 일반 국민들은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 의견이 55.4%로 가장 많았다. 지지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64.2%로 가장 높았고, 민주당은 59.8%였다.
박 연구위원은 "국민들은 거대 양당 중심의 대결정치를 문제로 인식하면서도 선거제도 개혁에는 미온적"이라고 분석한 뒤 "선거제도 개혁은 정당개혁이 함께 추진될 때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 결선투표제 도입 필요"
현행 권력구조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정치 양극화가 중첩되고 상호 악화됨으로써 민주주의 퇴행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재관 고려대학교 교수는 '정치양극화 극복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 발표를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대통령 직선제는 유지하되 내각 구성과 해산에 대한 헌법적 권한과 대법원·헌법재판소 구성에 관한 헌법적 권한을 국회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대통령 권력을 분립, 견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정치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 간 합의,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확보하는 순차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자료=정재관 고려대학교 교수 발표자료, 한국행정연구원정 교수는 "시기적으로 대통령 임기 초 국회 주도의 개헌안이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면서도 "분권형 대통령제에서 강화될 국회 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제고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대 정당 독점 구조, '온건 다당제' 유도해야"
매 선거 때마다 차선과 차악 사이를 오가는 '비호감' 선거를 치르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양대 정당 독점 구조에서 벗어나고 승자독식의 선거제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승진 국민대 교수는 "양대 정당 사이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극복하기 위한 선거제도, 정당체계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온건 다당제'를 얘기했다. 국회가 협치와 대표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양대 정당이 모든 정치적 자원과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이다. 온건 다당제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비례대표 비중 확대를 제시했다. 일례로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도를 유지하고 의원정수 확대를 통해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125석으로 늘리자는 식이다. 다만 의원정수 확대 및 비례대표 확대 필요성에 대해선 국민에 대한 설득이 중요할 것으로 봤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서는 인구 수와 지역 대표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 강화 방안이 제시됐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선거구 획정 제도 정교화를 통해 정치양극화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며 최소 선거구 할당제 도입·면적을 고려한 선거구 획정·선거구 획정 주기의 연장 등을 제안했다.
이날 개회식에서 인사하기로 했지만 본회의 일정으로 세미나 중간인 지정토론 전에 참석하게 된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오늘 결과물이 이후에 성과를 실제로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김 의원은 "제도와 문화, 이를 둘러싼 공론장과 주체들의 문제점 등의 얘기가 나왔는데 제도를 설계하는 사람들과 이해관계자, 주체 세력도 얼마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서로 소통하며 풀어나갈 능력을 가졌는지도 중요하다"면서 "담론 수준이 아니라 실제 실천되고 제도가 바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도) 3월 중 선거제 개혁과 관련한 국회의원 전원위를 여는데, 새로운 (논의의)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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