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미니멀리즘' 현상 점차 확산
과도한 SNS가 우울증 위험 높이기도
편집자주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정리하거나 사용 빈도를 줄이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SNS에서 자신의 일상을 과시하는 문화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진 데다 경제난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욜로·플렉스는 이제 그만…합리적인 소비문화 확산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층이 늘면서 SNS 이용을 줄이려는 이른바 '온라인 미니멀리즘' 현상도 덩달아 확산하고 있다. 그간 SNS에 게시물을 올리기 위해 고급 레스토랑에 가거나 고가의 물건을 구입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속되는 고물가에 소비 대신 저축을 택하며 SNS 활동을 줄이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직장을 그만둔 심모씨(27)는 최근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했다. 일상 계정과 맛집 소개 계정을 동시에 운영하던 그는 "인스타그램에 게시글을 올리기 위해 오마카세와 같은 비싼 음식점을 종종 갔었다"며 "그런데 물가가 올라 음식점 메뉴 가격도 오른 데다 직장을 그만둔 후 수입이 줄어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앱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SNS도 중독이다. 모르는 이들이 '부럽다'는 댓글을 다니까 더 좋은 음식점을 가고 싶다는 생각에 무리한 지출을 감행할 때도 있었다"며 "SNS를 삭제하고 나니 굳이 비싼 음식점을 갈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고 덧붙였다.
몇 년 전만 해도 '욜로(YOLO)'와 '플렉스(Flex)' 등 과시형 소비 행태가 유행이었으나, 최근 불경기와 고물가 여파로 가성비 있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젊은층 사이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무지출 챌린지' 등이 유행하고 있다. 또 앱에서 진행되는 각종 이벤트 등에 참여해 소액 수익을 올리는 '앱테크'나 '짠테크' 등도 인기다.
상대적 박탈감에 우울감 느끼는 청년들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그런가 하면 상대적 박탈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SNS 계정을 정리하는 젊은층도 있었다. 직장인 박모씨(26)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지인들의 사진을 보다 보면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SNS에 행복한 모습만을 올린다는 것은 알지만, 내 삶과 그들의 삶이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을 '카페인 우울증'이라고도 일컫는다. 이는 대표적인 SNS인 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따 만든 단어로, SNS에 노출된 타인의 모습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감에 빠지는 게 특징이다.
실제로 과도한 SNS 사용이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아칸소대 연구팀이 18~30세 성인남녀 9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SNS를 하루에 121분 이상 195분 이내로 사용한 사람 중 22.6%, 196분 이상 300분 이내 사용한 사람 중 32.3%가 우울증에 걸렸다.
연구팀은 "SNS를 사용하다 보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할 가능성이 커질 뿐 아니라,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될 확률도 높다"며 "SNS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타인과 대면할 기회가 줄어들게 되는데, 이것 역시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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