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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시리아 또 강진…"이집트까지 진동 느껴"

수정 2023.02.21 05:52입력 2023.02.21 05:52

양국 사망자 수 4.7만명으로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폐허가 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또다시 규모 6.4의 지진이 강타하면서 사망자 수가 4만7000명을 넘어섰다. 첫 번째 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 근처에선 2주 만에 또다시 여진이 발생해 일부 건물이 붕괴하고 추가 매몰자가 생기면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명구조 작업이 이재민 지원으로 전환된 가운데 생존자 구조 소식은 이틀째 나오지 않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이날 현재까지 튀르키예의 지진 사망자가 4만1156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4만689명보다 467명 증가한 결과다. 접경국 시리아 당국과 반군의 사망자 집계치는 5939명에 달했다. 이를 토대로 양국을 합친 전체 사망자 수는 4만7095명으로 증가했다. 외신들은 새로운 지진으로 붕괴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은 건물은 38만5000채로 매몰자가 늘어나면서 사망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발생한 강력한 여진은 피해가 가장 컸던 튀르키예 하타이주 데프네를 중심으로 다시 발생했다. 시리아와 요르단, 이스라엘과 이집트 지역까지도 진동을 느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4분 하타이주 안타키아 서남서쪽 16㎞, 지하 10㎞에서 6.4 규모의 여진이 일어났다. 하타이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안타키아 등지에서 건물 다수가 붕괴하면서 일부 시민이 매몰됐고,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푸아트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최소 8명이 다쳤고,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튀르키예에서 구조 작업은 대부분 종료됐으나, 하타이주 10여개 건물을 중심으로 구조와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틀 전인 18일 하타이에서 3명의 가족이 구조된 이후로는 생존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민 지원을 위한 작업도 시작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다음 달 11개 피해 지역에서 20만채에 달하는 아파트 건설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국영 사나 통신은 서북부 알레포에서 주민들이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건물 파편에 맞으면서 6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반군 지역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은 일부 건물이 붕괴했으나 매몰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 곳곳에선 정전이 발생했고, 전화와 인터넷도 불통 사태를 빚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당국이 이재민 구호 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열악한 여건은 여전하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이재민 중 의료 서비스가 시급한 임신부가 튀르키예에서 22만6000명, 시리아에서 13만명 등 총 35만6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중 3만8800명은 내달 출산 예정으로, 이들 중 다수가 임시 대피소에서 추위에 노출된 채 식량·식수난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10년 넘게 내전에 시달린 시리아 서북부의 고립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반군 당국에 대해 정부 지역에서 오는 구호품을 차단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시리아가 개방한 2개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지금까지 유엔 트럭 197대가 반군 지역에 구호물자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한편 튀르키예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튀르키예가 필요한 만큼 최대한 지진 피해 복구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 피해 대응을 돕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8500만달러(약 2400억여 원)를 지원키로 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K-콘텐츠 미래]⑧新성장 거점? 까딱하면 눈 뜨고 코 베인다
수정 2023.02.21 07:30입력 2023.02.21 07:30

올해 아랍 정부들과 교류 많아질 수 있어
절대 손해 안 보는 협상 달인들…시종일관 느긋
장밋빛 미래 장담 일러 "충분한 이해가 우선"

영화 '홀로그램 포 더 킹(2016)'에서 앨런 클레이(톰 행크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에게 신기술을 팔고 오라는 특명을 받는다. 낯선 땅에서 하루하루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약속이 밥 먹듯 취소된다. 클레이는 뒤늦게 실상을 파악하고 체념한다. "이 도시에 IT 시스템을 공급하고 싶은데 국왕께서 언제쯤 오실지 알 수가 없군요." "약속을 받으신 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그런 건 없었지만 일이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럼 우리도 좋죠. 국왕이 여기 안 온 지 꽤 됐거든요." "얼마나 됐는데요?" "여기 온 지 18개월 됐는데 아직 나타난 적이 없어요."


영화 '홀로그램 포 더 킹' 스틸 컷

최근까지 사우디에서 근무한 A씨는 실제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왕정 국가라서 거의 모든 사업이 정부를 통해 이뤄진다. 발주처이다 보니 해외 기관·기업과의 협상에서 시종일관 느긋하다. 단번에 '노!'라고 못 박지 않는다. 긍정적 검토를 운운하며 시간을 질질 끈다. 지루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다 다른 파트너를 찾으면 태도를 바꾸고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한다.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다. 올해 아랍 정부들과 교류가 많아질 수 있어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사우디 문화부와 K-팝, 영화, 드라마, 언어, 문화유산 등 폭넓은 분야에서 문화교류 지평을 넓히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문화협력 양해각서 후속 조치를 구체화한 '제2의 중동 붐 특별 전담 조직(TF)'도 발족했다. 박보균 장관은 "중동의 문화중심지에 우리 문화·콘텐츠를 과감하고 밀도 있게 선보여 한류 확산은 물론 연관 산업 수출을 이끌도록 노력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기는 이르다. 많은 콘텐츠 기업이 아랍 문을 두들겼으나 충분한 실익을 챙기지 못했다. 예컨대 K-팝 행사를 진행한 B사는 거의 모든 운영 권한을 해당 정부에 넘겨야 했다. 드라마 방영권 판매에 나선 C사는 현지 콘텐츠 플랫폼이 막바지에 단가를 후려쳐 거래를 포기했다. "두 작품 계약이 성사되기 직전 여덟 작품을 공짜로 얹혀 달라고 요구했다. 순간 기가 차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교류도 빛 좋은 개살구일 수 있다. 복잡한 셈법은커녕 현지 사정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랍에서 사업하는 D씨는 "문체부에서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한 샤르자 국제도서전을 '아랍권 최대 도서전'이라고 소개해 눈을 의심했다"라고 지적했다. "UAE 최대 도서 행사는 아부다비 국제도서전이다. 샤르자는 막 미디어시티가 조성되는 토후국이다. 모든 면에서 아부다비나 두바이에 한참 못 미친다."


국내 기관·기업도 협상에서 충분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현지에서 K-콘텐츠 수요가 급증한 까닭이다. 일부 정부는 정권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비전 2030'을 내세운 사우디가 대표적인 예다. K-콘텐츠를 앞세워 젊은 층의 지지를 얻고자 한다. 미국·유럽보다 내용이 건전하고 보수적이라서 이질감이 적다고 생각한다. 사우디의 중위연령은 29.9세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K-콘텐츠 사업은 K-팝 공연과 온라인 게임이다. 전자는 방탄소년단(BTS·사우디 리야드), 슈퍼주니어(사우디 제다), SM타운(두바이), 케이콘(리야드·아부다비) 등의 콘서트가 성황을 이뤘다. A씨는 "암표가 100만 원 넘게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라고 전했다. 사우디나 UAE 정부는 일찍이 흥행을 확신했다. 관련 협상에 참여했던 E씨는 "해당 관광청에서 현지는 물론 인근 나라의 K-팝 인지도 순위까지 주 단위로 조사해 기다리고 있었다. K-팝 공연을 자국 관광 사업을 활성화할 수단으로 여겼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케이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연한 그룹 뉴진스.

A씨는 "아랍만큼 사업하기 어려운 곳도 없다. 눈 뜨고 코 베이기 쉽다"라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중동과 아랍의 차이조차 모르고 건너오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사우디와 UAE를 비슷한 나라로 치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이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본 정서에 방점 찍힌 마케팅이 한국에서 통하겠나. 상대에 대한 충분한 이해부터 우선돼야 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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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본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영어를 잘하는 이유'
수정 2023.02.22 13:03입력 2023.02.21 16:03

日 언론, 한국과 일본의 영어 교육 비교
"韓, 유학생 많고 영어 수업 시간 길어"

일본의 유력 경제매체가 한국과 일본의 영어 교육 실태를 비교하며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영어를 잘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20일 '세계의 교육정책' 연재를 시작하며 한국과 일본의 영어 교육 현실을 비교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도쿄도립고등학교 입시에 영어 말하기 시험을 도입하는 등 영어 교육에 관심을 쏟고 있다.


닛케이는 "한국어와 일본어는 영어학습에서 똑같이 불리하다고 하지만, 영어 시험인 토익의 평균 점수는 한국이 일본보다 100점 정도 높다"고 했다. 2020년 기준 한국 토익 평균점은 683점 일본은 531점이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닛케이가 꼽은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영어를 잘하는 이유는 많은 유학생 수와 긴 영어 수업 시간 등이다. "한국 인구는 일본의 절반 정도지만, 유학생은 3배 많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은 21만3000명이고, 일본인은 6만1989명이다.

또 초등학교 3~6학년생이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시간을 합산하면 한국이 일본보다 130시간 많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일본보다 약 20년 이른 1997년에 영어를 초등학교 필수 과목으로 채택했고, 높은 교육열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아이의 어학 능력이 높아지면 세계를 보는 시야도 넓어진다"며 어학은 문법뿐만 아니라 비판적인 사고·세상을 제대로 보는 힘을 기르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 유학과 관련해서는 "외국에서 생활함으로써 자신을 마주하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수용력을 기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자국 내 학생들의 해외 유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교육의 국제화'와 '세계적인 인재 육성'을 강조하면서 "일본인 학생의 해외 유학을 확대하고 유망한 유학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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