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손실 항공사
엔데믹에도 비용절감 총력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항공업계가 기내식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를 축소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해외 여객 수요가 폭발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그간 손실이 워낙 커 강도 높은 비용절감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다. 그런데 항공권 가격은 치솟은 반면, 서비스는 줄이는 형국이어서 소비자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우 대신 닭 줄게
1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케리 목 SATS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 열린 3분기 회계연도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비용 절감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회사 재무 상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단가를 유지하기 위해 단백질량을 줄이거나 육류와 관련해 단백질 대체재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우가 너무 비싸면 치킨으로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지자, 수익을 높이기 위해 대체재를 찾겠다는 뜻이다. 싱가포르 항공의 자회사인 SATS는 창이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 주문에 맞춰 기내식을 공급한다.
SATS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인데, 이 같은 조치로 얼마큼 실적이 좋아질지는 밝히지 않았다. SATS는 3분기 회계연도 간 이익이 510만 싱가포르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0만 싱가포르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음날 주가는 장중 한 때 8%까지 내렸다가 4.7% 하락으로 마감했다.
기내식 취소하고 쓰레기 줄이세요
승객에 제공했던 기내식을 건너뛰라고 권유하는 항공사도 등장했다. 일본항공(JAL)은 최근 모든 항공편 승객들에게 기내식 취소 옵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부터 특정 노선에만 적용하던 기내식 서비스 취소 옵션 제도를 확대 시행하는 것이다. JAL은 이 옵션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JAL은 이 옵션을 가리켜 '윤리적 선택(ethical choice)'이라고 명하기도 했다. 2017년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상업용 비행기에서 매년 114만 톤의 음식물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일본항공은 이번 정책으로 절약하는 비용을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 급식 프로그램에 기부할 예정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JAL의 이 같은 조치를 두고 '비용절감'을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항공권 가격에 기내식 비용이 포함돼 있을 것인데 이를 빼주는 것도 아니면서 윤리적 선택을 운운한다는 점에서, 기내식 제공의 의무를 회피한다고 본 것이다. 이들은 "항공사가 승객 한 명당 얼마를 기부할 계획인지 궁금하다"며 "기내식 사전 취소 서비스는 친환경 정책으로 위장한 비용 절감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항공사들도 신문·잡지 무료 제공을 중단하는 등 기내 서비스를 축소하는 추세다. 기내식도 대폭 축소하거나 음료를 없앤 간편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국경 간 이동이 막히고, 유가까지 치솟으면서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엔데믹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간 손실을 만회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 산업은 2020년 1380억달러 손실, 2021년 420억달러 손실에 이어 2022년 69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
항공업계가 승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지만 정작 항공권 운임은 치솟고 있다. 영국 방송 BB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영국의 항공권 운임은 연율 기준 44% 뛰어 1980년대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권 운임 폭등의 주범은 유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항공권 운임을 밀어올렸다. 연료비는 항공사 운영비용의 3분의1을 차지한다. 샐리 개틴 여행·항공 애널리스트는 "항공사들이 연료비 상승을 흡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여객 수요 급증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직후 각국은 국경 간 이동을 제한했다. 하지만 엔데믹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지난해 하반기 각국이 출입국 규제를 해제, 해외 여객 수요가 급증했다. 존 스트릭랜드 항공 전문 컨설턴트는 "많은 시장에서 수요가 강하게 돌아왔지만 캐파(생산)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팽팽해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항공권 운임은 올해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최대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CEO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유럽 항공권 운임이 올해 10% 인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료비 상승, 미국인 관광객 급증, 항공편 공급 부족을 원인으로 꼽으며 "유럽 항공사들이 올해 항공권 운임을 5~10%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