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검찰이 수사를 통해 폐지를 줍다 절도범으로 몰린 할머니의 억울함을 풀었다. 또, 치매가 의심되는 피의자의 상황을 인지하고 이를 관할 지자체에 알려 적절한 지원이 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
4일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권현유)는 지난해 하반기 사회적 약자 또는 소외계층에 대한 '마음을 담은 법집행'을 진행했다. 피의자를 단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사건 관계인의 구체적인 사정을 살피고 적절한 치료·보호·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피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덕분에 검찰은 폐지수집 중 헬스장 입간판을 지지하는 쇠판을 절도했다는 혐의를 받던 60대 여성 A씨의 억울함을 해소했다. 지난해 3월 경찰은 A씨가 무언가를 자전거에 싣고 가는 모습이 CCTV 영상을 통해 확인된다는 점을 증거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A씨는 폐지수집 중 헬스장 전단지 등 폐지류를 가지고 간 사실은 있지만, 쇠판을 가져간 적은 없다고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검찰은 A씨에게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다는 점과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CCTV영상 속 A씨가 들고 간 물체가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경찰에 보강 수사를 요청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영상 감정을 통해 해당 물건은 쇠판이 아닌 폐지를 담는 자루 형태의 물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은 의견을 변경해 A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치매가 의심되던 피의자 B씨를 구청 및 관할 주민센터에 알리고 동행 진료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80대 독거여성인 B씨가 4회에 걸쳐 이웃들의 승용차 보닛을 긁어 흠집이 나게 한 혐의(재물손괴)로 이 사건을 기소의견 송치했다.
검찰은 B씨가 피해자들과 갈등 관계가 없고, 경찰조사 시 CCTV 영상을 보면서도 손괴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등의 기록을 검토한 결과 치매 질환이 의심됨에도 보호나 지원이 없이 독거 중인 것을 확인했다. 지난해 11월 관할 구청에 확인한 결과, 피의자가 기초생활수급자이지만 치매 등 장애등급을 판정받지 않아 돌봄서비스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검찰은 B씨가 구청 및 관할 주민센터에 실질적인 보호자가 없어 치매 진단을 받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리고 동행 진료 지원을 요청했다. 관할 주민센터의 지원으로 B씨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받았고 향후 관할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의 치매 관련 지원과 관할 주민센터의 요양보호사 돌봄 서비스 제공 및 방문 진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B씨는 기소유예 처분됐다.
검찰은 "앞으로도 유관기관과 공조해 고령자,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소외계층의 사회복귀를 적극 지원하는 방법으로 회복적 사법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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