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부착 위치에 의문 품은 전문가들에게 발각
암 관련 재단과 공공기관, 학교까지 기부 동참
미국의 한 여성이 암 환자 행세를 하며 기부금을 횡령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자신의 방을 병실처럼 꾸미고 다른 암 환자의 사진을 무단 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경찰은 아이오와주 베튼도프에 거주하는 매디슨 마리 루소(19)를 횡령 혐의로 지난달 23일 체포했다. 루소는 췌장암 2기 진단을 받았다는 거짓 호소로 기부금을 모금한 뒤 횡령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루소는 틱톡과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 등에 가짜 암 투병 일지를 공개한 뒤 기부금을 모았다.
그는 지난해 2월 췌장암 2기와 급성 림프 구성 백혈병을 진단받았으며 몸에 축구공만 한 종양이 있다며 여러 의료 장비를 착용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에는 루소가 코에 호스를 낀 채 링거를 맞고 있는 모습 등이 담겼다. 루소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기자에게 "2월부터 10월까지 15차례 항암치료와 90차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루소의 거짓말에 속은 사람은 약 440명으로 이들이 그에게 전한 기부금은 3만7000달러(약 450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외에도 암 관련 재단과 공공기관, 학교 등도 루소에게 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루소의 범행은 의료 장비 부착 위치에 의문을 품은 일부 의학 전문가들에 의해 발각됐다. 루소가 의료 장비를 생뚱맞은 위치에 사용하고 있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의학적 소견을 토대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루소가 암이나 종양 치료를 받은 적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간 루소가 암 투병 일지에 올린 사진들은 다른 암 환자들의 것이었다. 일부는 방을 병실처럼 개조한 뒤 찍은 사진이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고펀드미는 "우리는 범죄자에 대해 무관용 정책을 가지고 있다"며 "루소에 대한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루소의 모금 페이지는 삭제됐으며, 기부금은 기부자들에게 전액 환불됐다. 루소의 고펀드미 이용을 영구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루소는 보석금 1만달러(약 1200만원)를 내고 풀려난 상태다. 재판은 오는 3월 2일로 예정돼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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