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파드2 전차와 함께 지원
가스터빈 엔진 구동, 보급 유지 난항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국 정부가 자국 주력 전차인 M1 에이브럼스 탱크 30대를 우크라이나로 지원한다고 밝히면서 전세계적인 화제가 됐습니다. 독일과 유럽 국가들도 레오파드2 전차를 대량으로 지원한다 밝히면서 러시아의 봄철 대공세를 우려하고 있던 우크라이나군 전력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막상 항공유를 연료로 하는 에이브럼스 탱크의 경우, 지원이 되도 보급 유지가 매우 힘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디젤엔진을 보통 사용하는 다른 탱크와 달리 높은 출력을 내기 위한 가스터빈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으로 알려져있죠.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에이브럼스 전차 30대를 보낸다고 밝힌 이후 독일과 유럽 각국에서 현재 보유 중인 레오파드2 전차 중 112대를 바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두 전차 모두 지원이 된다고해서 곧바로 전력으로 사용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인데요. 일단 에이브럼스 전차는 미국이 기존 재고가 아닌 새로 제작해서 보내준다고 한 만큼, 30대를 보내는데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또한 디젤엔진이 아닌 가스터빈 엔진을 사용하고 경유가 아닌 항공유를 사용하는만큼, 보급체계 마련에도 상당기간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사실 미군은 에이브럼스 탱크 뿐만 아니라 모든 가용차량에 항공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미군은 1995년 이후 탱크와 장갑차, 일반 군용트럭까지 모든 가용차량의 보급유를 JP-8 항공유로 바꿨습니다. 전세계 각지에 군대가 파견된 미군 입장에서 차량마다 서로 다른 보급유를 사용할 경우, 이를 준비하고 배분하는 행정상 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아예 유종을 통일해버린 것인데요.
JP-8 항공유는 군용 항공유로 등유를 기반으로 만들어져있고, 부식 방지제와 빙결 방지제를 포함해 영하 60도의 극한 날씨에도 얼지 않는 기름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높은 출력을 기대할 수 있죠. 미군은 유종 통일을 위해 탱크 외에 차량과 오토바이까지 모두 엔진을 JP-8 항공유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교체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군용 차량 외에 별도 사용하는 민간차량은 다른 유종을 사용한다고 하네요.
그러다보니 우크라이나군 입장에서 경유보다 훨씬 비싼 항공유를 쓰는 에이브럼스 탱크를 쓰는데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탱크는 전투상황에 따라 긴급시에 다른 유종의 기름을 쓸 수는 있지만, 최고 출력을 내기 위해서 항공유를 써야하기 때문이죠. 미군은 탄약과 항공유도 함께 지원한다는 계획이지만, 보급체계를 만드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반면 디젤엔진을 쓰는 레오파드2는 운용은 쉽지만, 정비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CNN에 따르면 유럽 내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나토) 가맹국에만 레오파드2 전차는 2300여대가 잔존해있지만, 냉전 종식 이후 오랜 군축기조 속에 방치되다보니 제대로 정비돼 바로 사용 가능한 물량은 찾기가 어렵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들로 인해 현존하는 최고의 탱크 전력으로 알려진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드2 지원이 곧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오히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외교·국방분야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앞서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최소 공격용 탱크 100대 이상이 지원돼야 러시아의 파상공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여름부터 결전을 회피하고 방어적으로 나서면서 봄철 대공세를 준비하며 전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죠.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대공세를 막기 위해 최소 300대의 탱크와 F-16 등 전투기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각국은 난항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탱크와 전투기 지원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후 계속되는 탄약과 보급품 지원이 각국의 재정을 크게 압박할 수 있고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국제사회에서는 가급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봄철 본격적인 전투 재개 이전에 본격적인 휴전협상을 실시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