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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가능거리가 110km 줄었네'…한파에 사라진 ‘전기차 부심’

수정 2023.01.26 14:15입력 2023.01.26 09:08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 급감
"히터도 못 틀고…충전 난민"


설 연휴를 기점으로 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기차 차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온이 떨어질수록 성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주행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26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의 상온(25도)과 저온(영하 7도)에서의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최대 110㎞ 이상 차이 난다. 지난해 8월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6(롱레인지 2WD 기준)은 상온에서 544㎞를 한 번에 가지만, 저온에서 주행가능 거리는 428㎞로 116㎞ 짧다. 기아 니로EV 역시 상온에서는 404㎞지만 저온에서는 101㎞ 짧은 303㎞가 한계다. 테슬라의 모델3 롱레인지의 주행거리는 상온 527.9㎞지만 저온에서 440.1㎞로 90㎞ 줄어든다.


서울 강남구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 충전 중인 차량. [사진출처=연합뉴스]

상황이 이런 탓에 한파가 몰아친 이번 설 연휴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배터리 충전에 애를 먹은 차주들의 경험담이 잇따랐다. 이들은 "주행가능 거리가 빠르게 줄어드는데 심장이 쫄깃했다" "히터 틀면 주행거리가 확 줄어 못 틀겠더라" "충전소마다 밀려 있어 충전 난민이 따로 없었다" 등 불만을 토로했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 저하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액체 전해질로 구성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온이 낮아지면 전해질이 얼어 내부 저항이 커지고 효율이 떨어진다. 날이 추워진 상태에서 배터리 충전 속도는 현저히 느려지고 효율도 떨어지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겨울철 난방 시스템이다. 전기차는 엔진 열을 난방에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 전력으로 히터를 구동하는데, 이 때문에 히터를 틀면 주행가능 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한편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문제로 여겨진다. 한국도로공사가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하루 이용 차량이 가장 많은 상위 20개 고속도로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기는 작년 9월 말 기준 평균 5.6대로 집계됐다. 특히 올 설 연휴 주요 휴게소에서는 전기차 충전에 1대당 30분가량이 소요되는 등 충전 차량 수요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빗발쳤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승진 탈락에 '앙심'…中에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덜미'
수정 2023.01.26 16:36입력 2023.01.26 11:04

[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반도체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국내 대기업·중견기업의 전·현직 직원 6명이 덜미를 잡혔다. 범행은 임원 승진에서 탈락한 직원이 주도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 규모는 최소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이하 기술경찰)과 대전지방검찰청은 반도체 웨이퍼 연마(CMP) 관련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반도체 기업 A·B·C사의 전 직원 3명을 구속하고, A·B사의 전·현직 직원 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기술경찰과 대전지검에 따르면 주범인 D(55·구속) 씨는 임원 승진에 탈락한 것에 앙심을 품고 A사의 기밀자료를 중국 업체에 유출하는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D 씨는 A사에서 근무하던 2019년 6월 당시 중국 업체와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CMP 슬러리) 제조사업 동업을 약정한 후 메신저 등으로 중국 내 연마제 생산설비 구축 및 사업을 동시에 관리했다. 또 B·C사 연구원 E(52·구속)씨, F(42·구속)씨, G(35·불구속)씨를 스카우트하는 방식으로 중국 기업에 먼저 이직시킨 후 2020년 5월께 자신도 중국 업체의 사장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술유출은 D씨 등이 중국 업체로 이직하기 전 근무하던 기업에서 회사 내부망을 통해 반도체 웨이퍼 연마 공정도 등 회사 기밀자료를 열람,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을 중국 측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유출된 자료에는 A·B사의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 및 연마 패드 관련 첨단기술(영업비밀), C사의 반도체 웨이퍼 연마공정 관련 국가 핵심기술(영업비밀)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D씨 등의 기술 유출로 예상되는 경제적 피해 규모는 1000억원 이상이다. B사의 경우 유출된 기술의 연구개발비(420억원)와 해당 분야의 연간 국내 시장규모(6500억원) 피해 기업 점유율(10%)을 합산할 때 B사 1곳에서만 107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경찰과 대전지검은 D씨 등이 유출한 자료가 중국 현지에서 본격 활용되기 이전에 일당을 검거함으로써 추가적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기술경찰은 지난해 3월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로부터 중국 업체로 이직한 B사 연구원 2명(F·G 씨)의 첩보를 받아 기술유출 수사를 시작했다. 또 4월부터 중국에서 일시 귀국하는 일당을 순차적으로 검거해 관련 증거를 확보, 디지털포렌식 증거분석을 통해 추가 공범 2명을 찾았다. 기술 유출을 주도하거나 가담한 인원이 최종 6명이 된 셈이다.


대전지검은 기술경찰이 송치한 일당 6명 전원을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특허청 김시형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기술패권 경쟁 시대 '기술력'은 곧 국력”이라며 “특허청은 기술경찰의 역할 강화로 국가 핵심기술을 지키는 데 앞장서고 기술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기관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D씨 등을 통해 기술 유출 피해를 입은 A·B·C사는 모두 코스피 또는 코스닥 상장회사로 시가 총액(3사 합계)은 66조원에 이른다.




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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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은 왜 '정치 원로' 이회창 조언을 구했을까
수정 2023.01.26 09:50입력 2023.01.26 09:50

국민의힘 전대 불출마 前 정치원로 조언구해
이회창, 2002년 대선 때 판사 나경원 영입
보수정당 리더십의 상징적 인물 이회창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심정으로 그만두기로 했다."


정치인의 선택은 명분이 중요하다. 정치인 나경원은 25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의 변을 통해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선당후사(先黨後私), 인중유화(忍中有和) 정신으로 국민 모두와 당원 동지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비전을 찾아, 새로운 미래와 연대의 긴 여정을 떠나려고 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비록 지금은 내려놓지만 정치적 선택에 담긴 뜻을 잊지 말아 달라는 당부다. 나경원 정치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선언이다. 주목할 점은 정치인 나경원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명분' 축적에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이는 예상되는 비판 기류를 방어하고,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장치다.

그래서 더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정치인 이회창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설 연휴 때 정치 원로의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언을 구했던 원로 정치인 중 첫손가락으로 꼽힌 인물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다. 나경원 전 의원이 이회창 전 총재의 조언을 구한 것은 복합적인 의미가 녹아 있다. 정치적인 인연과 상징이다.


판사 나경원을 정치권에 입문시킨 인물이 바로 이회창 전 총재다. 이회창 전 총재는 2002년 대선을 3개월 앞둔 시점인 2002년 9월 서울행정법원의 나경원 판사를 영입했다. 우수한 성적과 미모로 법관 임용 때부터 주목받았던 판사 나경원은 30대의 나이에 여의도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불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젊은 여성 법조인으로서 정치권에 깨끗한 새바람을 불어넣어 달라"면서 판사 나경원을 영입했다. 판사 출신 이회창의 판사 나경원 영입은 정가의 화제였다. 정치인 나경원은 이회창 체제에서 승승장구했다.


정치인 이회창은 한국 보수정당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장악력을 보여줬던 인물이다. 한나라당 제1대, 제2대, 제3대 총재를 역임했다.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연이어 출마했던 정치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무소속 대선 출마, 자유선진당 대표, 바른정당 상임고문 등 현재 국민의힘 쪽과는 다른 정치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는 남다른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 이회창 전 총재다. 이른바 보수정당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지도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보수정당 리더십의 상징적인 인물, 이회창 전 총재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적인 메시지다.


정치인 나경원은 내일을 기약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역사를 믿고 국민을 믿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저의 진심, 진정성은 어디서든 변치 않습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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