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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9억 ‘뚝’…규제지역 해제에도 ‘준서울’ 광명 추락

수정 2023.01.26 06:00입력 2023.01.26 06:00

일직동 광명역센트럴자이 전용 84㎡
최고가 대비 5억5000만원 떨어져
올해 5개 단지 분양 예정…매수세 회복 불투명

[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신안산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 등으로 급등했던 광명의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광명 주요 단지 국민평형 시세의 마지노선이던 ‘10억 선’까지 무너졌다. 지난 1·3 대책 발표로 규제지역에서 풀린 이후에도 집값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 광명시에 총 5개 단지가 분양예정이라 단기간 매수세 회복은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경기 KTX광명역 인근 아파트 전경.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센트럴자이’ 전용 84㎡는 지난 6일 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2년 전 11월 같은 면적의 매물이 14억70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경신했던 것과 비교하면 5억5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최고가 대비 약 37% 하락했다.


일직동의 ‘광명역써밋플레이스’ 전용 84㎡도 지난 10일 9억75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인 14억9000만원보다 5억1500만원 떨어졌다. 광명시 철산동의 다른 아파트 단지인 ‘철산래미안자이’도 2021년 13억800만원까지 올랐던 전용 84㎡ 거래가가 지난 11일 8억5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일직동 A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급매물이 나와 권유해도 집값 하락을 점치는 이들이 많고 여전히 비싼 이자에 부담을 느껴 지켜보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올해 신축 분양들도 많이 예정돼 있어 규제를 풀어도 큰 효과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경기 광명시는 국내전화 지역번호를 서울과 같은 ‘02’를 쓰고 서울 구로구·금천구와 맞붙어 있어 부동산 시장에서 ‘준서울’ 입지로 꼽힌다. 한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여의도·공덕·서울역 등 서울 핵심지역과 직결하는 신안산선 등 교통 호재와 광명뉴타운 재개발 사업 등이 맞물리면서 지난 집값 상승기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


이렇듯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급격히 상승하던 광명시 또한 고금리 기조로 인한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에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가격 급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지난 3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경기도 내에서도 규제지역으로 남아있던 광명, 성남, 과천, 하남 등을 모두 해제했지만 이에 따른 시장 반응도 미미한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광명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92% 하락하며 급락세가 계속됐다.


또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올해 공급물량도 대거 늘어나 당분간 매수세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광명시에는 총 5개 단지, 1만5432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광명1R구역 3585가구 ▲베르몬트로광명(광명2R구역) 3344가구 ▲광명4R구역 1957가구 ▲광명5R구역 2878가구 ▲철산10·11구역 1490가구 등이다.


전문가들은 규제지역 해제 효과가 경기권보다 서울에 집중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 입주물량 증가, 서울 집값 하락세와 맞물린 상급지로의 수요 이전이 광명시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올해 광명시 대규모 분양예정 단지 청약으로 수요 분산도 예상되면서 집값 하방 압력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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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보 하루천자]'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백세인맥·백세습관
수정 2023.01.26 08:21입력 2023.01.26 06:00

글쓰기와 메모는 일상, 낮잠 자고 산책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백세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920년생, 해가 바뀌어 현재 103세다. 김 교수는 지금도 한결같은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2일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 나온 김 교수는 새벽에 일어나 신문을 읽고 동네 뒷산을 오른다. 아침은 채식 위주로 간단하다. 호박죽을 조금 먹고 그 다음 감자를 먹고 우유도 즐긴다. 우유는 칼슘도 많고 뼈가 튼튼해져서다. 계란 반숙도 하루에 하나쯤 꾸준히 먹는다. 김 교수는 "음식 만드는 사람도 편하고 나도 먹을 때 고생 안해도 된다"고 말했다. 점심은 오후 12시30분, 저녁은 7시30분에 한다. 점심과 저녁은 먹고 싶은 대로 먹는다. 단 식사 시간은 길다. 회식하는 자리가 있으면 가장 오래 먹는다. 간혹 따로 먹던지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100권 이상을 저술했다. 글쓰기와 메모가 일상이 됐다. 방송에서도 "신문사에 보내는 원고가 있다. 오전에 적고 오후에 적는다. 밤에 자다가도 메모를 할 생각이 들면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장수를 위해 적게 먹는 소식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아흔이 넘으면 식사를 하고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건강한 사람이 오래 살고 오래 사는 사람이 건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김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건강한 사람이 오래 사는 게 아니다. 100세가 된 사람이 내 주위에 7명 있는데 운동을 많이 해서 오래 산 사람은 없다. 오히려 몸이 약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산 사람들이 오래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피곤을 풀기 위한 방법으로 낮잠을 권하는 '낮잠 예찬론자'다. 오전 10시에 낮잠을 자고 이후 동네를 산책한다. 그는 "나이가 들면 다리가 제일 문제다. 생활에서 운동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굿브레인 2022 국제 콘퍼런스'에서 '백세인생의 교훈'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백세철학자의 놀라운 점은 백세인맥이다. 1920년생이니 근현대사를 모두 겪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인맥은 도산 안창호 선생, 시인 윤동주, 작가 황순원, 고 김수환 추기경 등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도산 선생님이 독립운동으로 투옥 중 건강 때문에 가석방 돼 고향에 머무신 적이 있다. 그때 교육활동을 하시던 말씀은 내 가슴에 깊숙이 들어왔다"면서 "그 어떤 스승보다도 내게 큰 인상을 남겨줬다. 지금까지도 내 마음의 스승"이라고 말했다. 윤동주, 황순원은 김 교수와 평양 숭실중학교 동창이었다. 윤동주가 만주에 있다가 숭실중학교로 전학을 왔는데 김 교수보다 3살 위였다. 김 교수는 "나는 키가 작으니까 앞에 앉고 동주형은 좀 뒤에 앉았다. 나보다 3살 나이가 많아 우리보다 어른 같았다"면서 "시를 빼면 사람이 없어질 것 같은, 시로 가득찬 사람. 그런 사람이었다"고 했다. 둘이 헤어진 계기는 신사참배 때문이었다. 신사참배에 반대해 김 교수가 자퇴를 한 반면에 윤동주는 만주로 건너갔기 때문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그의 대학 선배이고 여러 가지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고 한다. 김 교수는 "종교는 다르지만 정말 존경스러웠다. 좀 더 일할 수 있는 분인데 나보다 먼저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중앙고 교사였던 김 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지난해 9월 아시아경제 '굿브레인 2022 국제콘퍼런스' 기조연설자로 나와 백세인생과 백세철학에 대해 강연했다. 김 교수는 백세시대에서 인생을 크게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고 봤다. 첫 단계는 교육을 받으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30세 이전까지, 두 번째 단계는 일을 하고 정년퇴직을 하는 환갑 즈음까지. 세 번째는 노년을 맞이하는 시기다. 김 교수는 세 번째 단계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정년퇴직을 하던 65세까지 직장을 위해 살았는데 사회를 위해 무엇을 주었는지 생각하니 아무 것도 없었다"며 "세 단계 중 어느 때가 가장 소중한가 생각해보니, 열매를 맺어 사회에 줄 수 있는 세 번째 단계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는 삶의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50~60대쯤 되니 기억력은 조금 떨어진 것 같지만 사고력은 더욱 강해졌다. 몇 살까지 성장했는가 생각을 정리해보니 60~75세까지는 성장했던 것 같다"며 "90세까지는 이를 연장해보려 했고, 비록 신체기능은 떨어졌지만 95세쯤까지도 정신력은 그대로였다. 지금의 건강도 정신력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90세까지는 정신적으로 늙었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면서 "건강한 백세인생을 맞이하기 위한 3가지 방법으로 공부를 계속하고, 일을 잃지 말고, 사회에 관심을 두라고 말했다. 그려면서 "여러분도 90세까지는 늙었다는 생각 없이 살아달라"면서 "그런 국민이 절대다수가 모이면 그만큼 행복한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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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에 무슨 일이'…정부가 월동 대책반 꾸린 사연
수정 2023.01.26 07:50입력 2023.01.26 06:10

꿀벌 질병 진단 516건…전년比 3배 뛰어
이상기온 등 영향…1년 전 78억마리 실종
美정부 '꿀벌 백신' 승인…韓은 걸음마 단계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월동 기간에만 국내에서 사육 중인 꿀벌의 약 16%가 폐사했다. 이상기온이 온도에 민감한 꿀벌 생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농작물 수분(受粉)을 책임진 꿀벌 개체 수 급감이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516건의 꿀벌 질병 진단 의뢰를 받았다. 전년(172건) 대비 200% 급증한 수치다. 2년 전인 2020년(157건)과 비교하면 229% 늘었다. 그만큼 전국 양봉농가에서 꿀벌 질병이 의심되는 사례가 속출했다는 의미다.



꿀벌 생태 교란

꿀벌 질병 의심 사례가 늘어난 이유는 복합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이 유력하게 꼽는 배경은 ‘기후변화’다. 꿀벌이 월동에 들어가는 겨울철 기온이 이전보다 따뜻해져 ‘벌통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상고온과 이상저온이 반복됐던 1년 전 월동기 전국에서 사라진 꿀벌은 약 78억마리로 추산된다. 국내 양봉농가에서 사육 중인 꿀벌의 약 16%에 달하는 규모다.


기온이 오르면 질병 발생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꿀벌에 치명적인 기생충 번식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80억마리에 가까운 꿀벌이 ‘실종’됐던 지난해 꿀벌 기생충의 일종인 ‘바오아응애증’ 진단 건수는 76건이었다. 전년에는 1건에 불과했다. 또 다른 꿀벌 기생충인 ‘가시응애감염증’ 진단 건수는 2021년 0건에서 지난해 9건으로 늘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월동기 꿀벌 대량 소실이 확인됐던 지난해 1~2월 바로아응애증과 가시응애감염증이 다수 진단됐다”면서 “월동 준비 시기인 지난해 4분기부터 바로아응애 진단이 다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질병이 아니어도 겨울철 기온이 평년 대비 낮아지면 꿀벌 개체 수는 줄어든다. 이상기온은 여왕벌 산란능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다 겨울을 봄으로 착각한 꿀벌이 외부로 나갔다가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꿀벌이 월동기에 외부활동을 시작하면 봄철에 쓸 체력이 줄어든다는 점도 수명을 깎는 원인 중 하나다. 박정준 경상국립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월동에 들어간 꿀벌이 외부에 나오는 시기가 교란됐다”면서 “올해도 과거와 다른 이상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식량위기 촉발할 수도

꿀벌이 집단 폐사하는 현상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선 이미 2006년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이 최초로 보고됐다. 꿀을 찾아 벌통 밖으로 나간 일벌이 돌아오지 않아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현상이다. 이후 주요국에서도 꿀벌 실종 사례가 잇따랐다. 영국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 이 같은 현상을 ‘곤충겟돈’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곤충(Insect)과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성한 조어다.


문제는 ‘꿀벌 실종’ 현상이 반복되면 식량 공급망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100대 주요 작물 중 70%의 수분 작용을 돕는다. 지난해 국내 일부 과수농가가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것도 그래서다. 당시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는 사람을 써 인공 수분을 했다. 자연 수분 자체가 어려워서 인건비가 추가 투입돼 수박 등 과일 가격이 치솟았다.



‘꿀벌 백신’ 등장

이에 미국에서는 ‘꿀벌 백신’도 등장했다. 앞서 미국 농무부(USDA)는 이달 초 세균성 꿀벌 전염병인 ‘미국부저병’ 예방 백신의 조건부 사용을 승인했다. 미국은 이미 이상기온, 전염병 등으로 야생벌 개체 수가 급감해 대부분의 농작물 수분을 양봉농가에서 기르는 꿀벌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꿀벌 백신 개발은 걸음마 단계다. 박 교수는 “국내 꿀벌 백신 연구는 아직 실험실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문제가 된 꿀벌 질병은 바이러스성이라 미국이 승인한 백신을 활용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다음달 ‘꿀벌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겨울에도 꿀벌 집단 폐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말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월동 꿀벌 피해 대책반’도 꾸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월동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대책을 낼 것”이라며 “줄어든 꿀벌 개체 수를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고 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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