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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에 무슨 일이'…정부가 월동 대책반 꾸린 사연

수정 2023.01.26 07:50입력 2023.01.26 06:10

꿀벌 질병 진단 516건…전년比 3배 뛰어
이상기온 등 영향…1년 전 78억마리 실종
美정부 '꿀벌 백신' 승인…韓은 걸음마 단계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월동 기간에만 국내에서 사육 중인 꿀벌의 약 16%가 폐사했다. 이상기온이 온도에 민감한 꿀벌 생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농작물 수분(受粉)을 책임진 꿀벌 개체 수 급감이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516건의 꿀벌 질병 진단 의뢰를 받았다. 전년(172건) 대비 200% 급증한 수치다. 2년 전인 2020년(157건)과 비교하면 229% 늘었다. 그만큼 전국 양봉농가에서 꿀벌 질병이 의심되는 사례가 속출했다는 의미다.



꿀벌 생태 교란

꿀벌 질병 의심 사례가 늘어난 이유는 복합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이 유력하게 꼽는 배경은 ‘기후변화’다. 꿀벌이 월동에 들어가는 겨울철 기온이 이전보다 따뜻해져 ‘벌통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상고온과 이상저온이 반복됐던 1년 전 월동기 전국에서 사라진 꿀벌은 약 78억마리로 추산된다. 국내 양봉농가에서 사육 중인 꿀벌의 약 16%에 달하는 규모다.


기온이 오르면 질병 발생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꿀벌에 치명적인 기생충 번식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80억마리에 가까운 꿀벌이 ‘실종’됐던 지난해 꿀벌 기생충의 일종인 ‘바오아응애증’ 진단 건수는 76건이었다. 전년에는 1건에 불과했다. 또 다른 꿀벌 기생충인 ‘가시응애감염증’ 진단 건수는 2021년 0건에서 지난해 9건으로 늘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월동기 꿀벌 대량 소실이 확인됐던 지난해 1~2월 바로아응애증과 가시응애감염증이 다수 진단됐다”면서 “월동 준비 시기인 지난해 4분기부터 바로아응애 진단이 다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질병이 아니어도 겨울철 기온이 평년 대비 낮아지면 꿀벌 개체 수는 줄어든다. 이상기온은 여왕벌 산란능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다 겨울을 봄으로 착각한 꿀벌이 외부로 나갔다가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꿀벌이 월동기에 외부활동을 시작하면 봄철에 쓸 체력이 줄어든다는 점도 수명을 깎는 원인 중 하나다. 박정준 경상국립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월동에 들어간 꿀벌이 외부에 나오는 시기가 교란됐다”면서 “올해도 과거와 다른 이상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식량위기 촉발할 수도

꿀벌이 집단 폐사하는 현상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선 이미 2006년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이 최초로 보고됐다. 꿀을 찾아 벌통 밖으로 나간 일벌이 돌아오지 않아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현상이다. 이후 주요국에서도 꿀벌 실종 사례가 잇따랐다. 영국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 이 같은 현상을 ‘곤충겟돈’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곤충(Insect)과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성한 조어다.


문제는 ‘꿀벌 실종’ 현상이 반복되면 식량 공급망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100대 주요 작물 중 70%의 수분 작용을 돕는다. 지난해 국내 일부 과수농가가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것도 그래서다. 당시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는 사람을 써 인공 수분을 했다. 자연 수분 자체가 어려워서 인건비가 추가 투입돼 수박 등 과일 가격이 치솟았다.



‘꿀벌 백신’ 등장

이에 미국에서는 ‘꿀벌 백신’도 등장했다. 앞서 미국 농무부(USDA)는 이달 초 세균성 꿀벌 전염병인 ‘미국부저병’ 예방 백신의 조건부 사용을 승인했다. 미국은 이미 이상기온, 전염병 등으로 야생벌 개체 수가 급감해 대부분의 농작물 수분을 양봉농가에서 기르는 꿀벌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꿀벌 백신 개발은 걸음마 단계다. 박 교수는 “국내 꿀벌 백신 연구는 아직 실험실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문제가 된 꿀벌 질병은 바이러스성이라 미국이 승인한 백신을 활용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다음달 ‘꿀벌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겨울에도 꿀벌 집단 폐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말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월동 꿀벌 피해 대책반’도 꾸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월동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대책을 낼 것”이라며 “줄어든 꿀벌 개체 수를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고 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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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만6000가구, 에너지바우처 30만원 받는다…가스요금 할인 2배
수정 2023.01.26 10:36입력 2023.01.26 10:14

겨울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확대 대책 발표
당정, 다음주 난방비 폭등 추가 대책 논의할 듯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이현주 기자, 세종=이동우 기자] 가스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난방비 폭탄' 사태에 정부가 취약계층의 난방비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취약계층에 지급되던 에너지 바우처 지원금을 2배 확대하고 가스공사의 가스 요금 할인폭도 2배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겨울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확대를 위해 에너지 바우처 지원과 가스요금 할인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며 이같은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우선 취약계층 지원 확대를 위해 에너지 바우처 지원금은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2배 늘린다. 생계, 의료, 주거, 교육 급여, 기초생활수급 가구 중 노인 질환자 등 더위, 추위 민간 계층 117만6000가구가 대상이다. 가스공사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는 모두 160만 가구다. 이들이 올해 받는 요금 할인폭은 종전 9000원~3만6000원에서 1만8000원~7만2000원으로 조정된다.


정부는 지난해 연말 에너지바우처 지원액을 51%,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도시가스 할인 폭을 50% 인상했지만, 최근 계속된 한파로 난방 수요가 증가해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지면서 이같은 대책을 마련했다. 최 수석은 난방비 상승의 원인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을 지목했다. 최 수석은 "지난 몇 년 동안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요금인상을 억제했다"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2021년 1분기 대비 최대 10배 이상 급등한데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겨울철 난방 수요가 집중된 점을 감안해 올해 1분기 가스요금은 동결하기로 했다.

다음주 당정협의, 난방비 폭등 대책 추가 논의

앞서 국민의힘은 난방비 부담을 덜기 위해 취약계층에게 지급되는 에너지 바우처 단가를 15만원에서 최대 2배로 증액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난방비 부담으로 민생이 어려워진 상황에 정부가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면서 "당장 추경(추가경정예산)은 어려운 일이지만 예비비나 기타 이용 가능한 재원을 활용해 에너지 바우처 단가를 30만원 정도로 올려서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다음주 당정협의를 갖고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적인 대책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급 방식의 전 국민 난방비 지원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바는 전혀 없다"면서 "우선 취약계층부터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어느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잘할 수 있을지는 당정협의나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방향을 잡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최 수석도 "대외 여건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현실화가 불가피하지만 국민 부담 최소화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지원에 대해 "여러 가지 사항을 보고 추가 지원 대상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올겨울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받아든 각 가정은 평균 2~3배 오른 관리비 부담을 호소했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평균 가격이 MMBtu(열량단위)당 34.24달러로 2021년(15.04달러)보다 128% 상승하자 정부가 주택용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5.47원(38.4%) 인상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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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가능거리가 110km 줄었네'…한파에 사라진 ‘전기차 부심’
수정 2023.01.26 14:15입력 2023.01.26 09:08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 급감
"히터도 못 틀고…충전 난민"


설 연휴를 기점으로 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기차 차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온이 떨어질수록 성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주행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26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의 상온(25도)과 저온(영하 7도)에서의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최대 110㎞ 이상 차이 난다. 지난해 8월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6(롱레인지 2WD 기준)은 상온에서 544㎞를 한 번에 가지만, 저온에서 주행가능 거리는 428㎞로 116㎞ 짧다. 기아 니로EV 역시 상온에서는 404㎞지만 저온에서는 101㎞ 짧은 303㎞가 한계다. 테슬라의 모델3 롱레인지의 주행거리는 상온 527.9㎞지만 저온에서 440.1㎞로 90㎞ 줄어든다.


서울 강남구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 충전 중인 차량. [사진출처=연합뉴스]

상황이 이런 탓에 한파가 몰아친 이번 설 연휴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배터리 충전에 애를 먹은 차주들의 경험담이 잇따랐다. 이들은 "주행가능 거리가 빠르게 줄어드는데 심장이 쫄깃했다" "히터 틀면 주행거리가 확 줄어 못 틀겠더라" "충전소마다 밀려 있어 충전 난민이 따로 없었다" 등 불만을 토로했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 저하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액체 전해질로 구성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온이 낮아지면 전해질이 얼어 내부 저항이 커지고 효율이 떨어진다. 날이 추워진 상태에서 배터리 충전 속도는 현저히 느려지고 효율도 떨어지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겨울철 난방 시스템이다. 전기차는 엔진 열을 난방에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 전력으로 히터를 구동하는데, 이 때문에 히터를 틀면 주행가능 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한편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문제로 여겨진다. 한국도로공사가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하루 이용 차량이 가장 많은 상위 20개 고속도로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기는 작년 9월 말 기준 평균 5.6대로 집계됐다. 특히 올 설 연휴 주요 휴게소에서는 전기차 충전에 1대당 30분가량이 소요되는 등 충전 차량 수요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빗발쳤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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