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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X파일]죽은사람이 당선? 해외토픽 아니라 한국에서

수정 2023.01.30 07:24입력 2023.01.25 06:00

①부산 금정구의원 ‘저 세상’ 당선자
유권자 누구도 보지 못한 후보의 당선
후보등록 전 실종, 당선증 가족이 대신받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X파일’은 한국 정치의 선거 결과와 사건·사고에 기록된 ‘역대급 사연’을 전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유권자들이 죽은 사람을 당선시키는 게 가능할까. 해외토픽의 기막힌 사연이 아니라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2006년 5·3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황당 사건이다.


구의원 선거에 도전한 한나라당 박상규 후보. 그는 2006년 5월 16일 ‘금정구 마 선거구’에 후보 등록했다. 후보 등록은 본인이 아닌 가족이 대신했다. 해당 선거구는 경쟁이 치열했다. 무려 10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3등까지 당선자로 뽑히는 중대선거구제였다.


후보들은 당선을 위해 발이 닳도록 뛰었다. 유권자에게 명함을 전했다. 90도 인사를 하면서 한 표를 부탁했다. 골목 곳곳을 누비며 왜 자기가 구의원이 돼야 하는지를 역설했다.


투표사무원이 기표용구를 점검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하지만 박 후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유권자 누구도 선거운동 기간 그를 보지 못했다. 물론 선거운동을 한 일도 없다. 하지만 그는 당선자가 됐다.

금정구 4090명의 유권자가 그를 뽑았다. 득표율 12.3%로 3위를 차지했다. 선거가 끝난 이후 금정구 선거관리위원회는 난감했다. 당선증을 전해야 하는데 박 구의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초의원(구의원) 당선증은 부인이 대신 수령했다.


알고 보니 박 구의원은 5월 12일 집을 나간 뒤 사실상 실종된 상태였다. 그는 보이지 않았지만, 후보도 등록했고, 선거도 치렀으며, 당선증도 받았다. 금정구의회는 “구의회 개원 때까지 나타나지 않아도 의원직 상실이나 박탈 사유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구의원은 어디로 간 것일까. 경찰은 실종된 그를 찾고자 수사력을 집중했다. 평소 자주 가던 곳을 수색하고 타고 나간 차량을 전국에 수배했다. 6월 10일 드디어 박 구의원 소재가 파악됐다. 그는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산 금정구민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 죽은 사람도 ○○○당 간판만 달면 뽑아주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는 실화였다. 유권자들의 묻지 마 투표 성향을 비꼬는 말이었다.


구의원 선거 전에 실종됐던 인물이 당선 후 숨진 채 발견되자 법적인 공방이 벌어졌다. 죽은 사람을 뽑았던 투표를 무효표로 처리 한다면 차점자인 4위를 기록한 인물이 뽑힐 수도 있다. 유효로 판단한다면 재·보궐선거 대상이다. 법원은 4위 후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2007년 9월, 금정구의원 선거에서 4위로 낙선했던 김모씨가 낸 당선무효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금정구 선관위는 투표 이후 당선인 결정전까지 사망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으므로 유효투표로 볼 수밖에 없다”는 부산고법의 손을 들어줬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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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멸망까지 90초…더 앞당겨진 '운명의날 시계'
수정 2023.01.25 08:17입력 2023.01.25 08:17

미국 핵과학자회보 '운명의날 시계' 발표
기후변화·가짜뉴스·생화학 무기 등 위협
역대 가장 가까운 멸망…일각선 회의론도

지구멸망을 경고하는 '운명의날 시계'가 파멸의 상징인 자정 쪽으로 10초 더 가까워졌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핵 과학자 단체 핵과학자회보(BAS)는 올해 '운명의날 시계'가 지금까지 중 가장 파멸과 가까운 '자정 90초 전'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운명의날 시계'는 2020년 이후 '자정 100초 전'으로 맞춰져 있었는데 이번에 10초를 앞당기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생화학 무기 사용 위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레이첼 브론슨 BAS 회장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은 우발적, 의도적, 또는 오판에 의한 갈등의 고조가 얼마나 끔찍한 위험인지 전 세계에 상기시켰다"며 "이 같은 갈등이 통제를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천연가스가 아닌 석탄이 대체 연료로 사용되며 기후변화 위기를 가속하는 문제도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194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노벨상 수상자 13명을 주축으로 창설된 BAS는 지구멸망 시간을 자정으로 설정하고, 핵 위협과 기후변화 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년 지구의 시각을 발표한다. 1947년 '자정 7분 전'으로 시작한 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최고조이던 1953년 '2분 전'까지 임박했다가 미·소 간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체결되며 냉전이 끝난 시점으로 평가받는 1991년 '17분 전'으로 가장 늦춰졌다.

시계는 2019년 코로나19 확산과 기후변화, 여전한 핵무기 위협 등으로 '자정 2분 전'까지 재차 줄어들었다. 종전 마지막 변화는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 등을 이유로 '100초 전'까지 줄어든 2020년이었다. 이번 '자정 90초 전'은 지구멸망과 가장 가까운 초침이다. 이에 대해 BAS는 "기후변화의 영향, 온라인상의 허위 정보, 지속적인 전염병 발생 위협 등 문제들이 시계를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운명의날 시계'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브래드 에반스 영국 바스대 교수는 NYT에 "우리는 미래가 위기의 풍토처럼 보이는 재앙적인 시기에 살고 있지만, 남은 시간을 계산하려는 것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며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세계가 틀림없이 멸망에 가까웠을 때 시계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BAS는 "시계는 미래에 대한 예측 도구가 아니며, 인류 위협의 상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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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대책 주체는 "나 자신"…위기의 대한민국 중고령층
수정 2023.01.25 12:30입력 2023.01.25 12:30

2명 중 1명 "경제적 홀로서기 어려워"
노후 시작하는 시기는 평균 69.4세

중고령자 2명 중 1명은 국가나 사회단체, 가족의 도움 없이 경제적으로 홀로서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의 '제9차(2021년도)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타인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경제력을 가졌다고 인식하는 50대 이상 중고령자는 54.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명 중 4.5명꼴인 45.3%는 혼자서 가계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노후시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판단한 중고령자들에게 노후준비를 하는지 물어보니, 59.9%가 노후준비를 하지 않는다고 답해 노후시기에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국민연금연구원이 2021년 8월 1일부터 11월 23일까지 50세 이상 중고령자와 배우자 등 4024가구(6392명)를 대상으로 국민노후보장패널 현장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전체 조사대상자에게 노후대책을 마련할 때 어떤 주체가 가장 주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본인이란 응답이 6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배우자(16.4%), 정부(16.1%), 자녀(2.4%), 사회(0.4%) 등의 순이었다.


조사대상자들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노후 시작 시기는 평균 69.4세였다. 스스로 노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42.5%였고, 57.5%는 자신이 아직 노후시기에 들어서지 않았다고 여겼다.


노후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인식하는 중고령자들에게 어떻게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기초연금(25.6%), 자식 및 친척에게서 받는 생활비와 용돈(19.4%), 국민연금(15.2%), 배우자의 소득(11.0%), 일반적금 및 예금(10.2%), 근로활동(9.5%) 등을 통해 노후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시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판단한 중고령자들에게 노후준비를 하는지 물어보니, 59.9%가 노후준비를 하지 않는다고 답해 노후시기에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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