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앞 줄서지 않고 원격 대기거는 웨이팅 앱
편리하지만 노년층 생소…또다른 '디지털 격차'
50대 여성 A 씨는 얼마 전 음식점을 찾았다가 처음 보는 광경을 마주했다. 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하나같이 휴대전화로 뭔가를 등록하고 있었다. A 씨는 "키오스크에 휴대번호를 입력하면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오거나 직접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 받아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키오스크에 이어…'웨이팅 앱'까지
최근 가게들을 중심으로 키오스크를 설치해 주문을 간편화하고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 그런데 키오스크에 이어 웨이팅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는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웨이팅 앱은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가게 앞에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웨이팅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 손님에게 인기다. 가게 역시 예약금을 받아 노쇼를 방지할 수 있고 원활한 손님관리가 가능하다.
포털사이트에 '웨이팅 어플' 키워드를 검색하면 '웨이팅 취소, 노쇼 관리까지 통합관리', '지루한 대기시간은 그만', '내 손안의 모바일 키오스크' 등 관련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식당 이용자들 역시 '제주 00식당 웨이팅, 어플 예약 필수!', '웨이팅 어플 꿀팁' 등 웨이팅 앱을 사용해 식당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블로그와 카페에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웨이팅 앱' 자체를 모르거나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와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키오스크가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이제 웨이팅 앱까지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A 씨는 "젊은 친구들은 맛집을 검색해 빠르게 예약 할 수 있지만 나는 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계속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키오스크를 통한 디지털 격차는 매번 문제가 돼 왔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무인 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키오스크 접근성 향상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하기 어려워…"아저씨들은 오지 말라는 건가"
키오스크로 인해 가시화된 디지털 격차는 웨이팅 앱을 통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음식점 줄서기 앱이 엔데믹으로 인한 외식 이용자의 증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웨이팅 앱 '테이블링'은 지난해 월간 순 이용자 수 95만 명을 돌파했으며 누적 다운로드 수 380만 이상, 제휴 매장 수 3000개 이상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웨이팅 앱이 외식 문화에 깊숙히 자리잡으면서 앱 사용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이제 식당 한 번 가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어린이들을 포함해 디지털 기기 사용에 서투룬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은 웨이팅 앱이 새로운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50대 남성 B 씨는 "웨이팅을 휴대전화로 하는 건줄 몰랐다"며 "하염없이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자꾸 늦게 온 젊은 친구들이 들어가길래 직접 가게에 물어봐야만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키오스크를 통한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년층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기기 표준화 개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디지털격차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될 뿐만 아니라 웨이팅 앱과 관련된 교육과 인식개선은 아직 없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