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30.5원, 탁주는 1.5원 세금인상
물가 문제에 탄력세율 50~150% 계획
국회 반대에 70~130%로 폭 확 좁아져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아시아경제 세종=송승섭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맥주와 막걸리에 적용되는 세율을 최소화하려는 정부기조에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이재명 당대표는 정부의 맥주·탁주세 인상으로 서민이 고통받는다고 지적했는데, 정작 소속의원들의 반대로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내게 된 셈이다.
2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출고되는 맥주와 탁주세율이 오른다. 맥주는 1ℓ당 30.5원 오른 885.7원이고, 탁주는 1.5원 인상돼 44.4원이다. 세율은 소비자물가상승률 5.1%에서 70%인 3.57%다.
종량세 방식인 맥주·탁주세금은 물가연동제가 적용돼 물가만큼 세금이 오른다. 종량세란 부피나 양에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소주·와인처럼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품목은 출고가격이 인상되면 세금이 자동으로 늘어나지만, 종량세는 양에 고정돼있기 때문에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
다만 올해부터는 주세법 개정으로 맥주·탁주에 ‘탄력조정제’가 시행돼 물가의 70~130% 안에서 세율이 결정된다. 원래라면 물가상승률 5.1%를 100% 반영해 세금을 올리지만, 고물가 상황을 반영해 물가상승률의 70%만 올렸다는 설명이다.
야당에서는 정부의 맥주·탁주세 인상으로 서민 고통이 가중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윤석열 정부가 서민이 애용하는 막걸리, 맥주 세금은 올리고 초대기업 법인세와 주식상속세를 줄줄이 내리려 한다”며 “윤석열 정권은 서민들은 어떻게든 쥐어짜고 초부자들에게는 퍼주지 못해서 안달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국회 반대에 탄력세율 50~150%→ 70~130%
하지만 정작 민주당 의원들은 세율을 물가의 50%로까지 조정하려는 정부안에 반대 뜻을 밝혔다. 정부는 애초 탄력세율 조정범위를 50~150%까지로 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조정범위가 70~130%로 축소됐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물가조절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추진하려는 것 같다”며 “대통령령으로 너무 지나치게 탄력세율에 대한 결정권을 주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도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측면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서 반대한다”고 밝혔다. 조세의 부과·징수는 반드시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근거해야 하는데, 정부가 자율권이 지나치게 넓어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이다.
탄력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맥주·탁주 가격이 내년도에 많이 오를 거라는 예측도 있었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세금이 많이 올라가면 우리의 대중주라고 할 수 있는 탁주·맥주의 가격에 제조사들이 전가할 수밖에 없다”며 “서민들이 비싸게 탁주·맥주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탄력세율의 범주가 너무 크다고 보고 그것을 좀 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방기선 기재부 차관은 “결국은 가격에 영향은 미치겠지만 맥주하고 탁주가 종량세고 물가연동제가 되다 보니 매년 세율이 올라간다”며 “세율을 좀 낮추기 위해서, 덜 오르게 하기 위해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에서도 전일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세법 시행령상의 맥주·탁주에 대한 세율 인상은 오히려 중산·서민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5%가 넘는 상황에서 세금이 오르는데 중산·서민층을 위한 조치라는 해명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류업체들은 통상 주세가 오른 뒤 곧바로 가격을 올리는 만큼 오는 4월부터 세금인상분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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