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재정난 숨통…학교 밖 상권과 경쟁해야
교내 분위기 해치는 '유흥 시설화' 우려도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정부가 대학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캠퍼스 유휴부지에 스크린 골프장과 대형 카페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학내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는 의견과 학교 밖 상권과 경쟁하려면 가격대가 저렴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시작했다. 대학 캠퍼스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은 국토부령 관련 규칙에 따라 면적 1000㎡ 미만인 식품·잡화·의류·서적을 파는 가게, 300㎡ 미만인 식당·카페·제과점, 미용실, 의원, 500㎡ 미만인 영화관 등이 캠퍼스 내에 들어설 수 있다. 이런 면적 제한을 수정해, 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편의시설을 입점할 수 있게 한다는 게 교육부 구상이다.
골프 연습장 유치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일부 대학들의 건의 사항이라면서, 실내 골프장이 설치되면 학생은 물론 학교 관계자,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MZ세대들의 골프에 관한 관심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한 '전국대학골프연합'이 있을 정도다. 골프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은 학교별로 대회를 열어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골프를 즐기고 있다.
스크린 골프장. 사진출처=연합뉴스청년들의 골프 관심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515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30대로 대표되는 MZ세대는 약 11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MZ세대들이 골프를 많이 즐긴다고 해도, 이미 학교 밖 기존 상권에 스크린 골프장이 많이 있어 사람들이 얼마나 찾겠느냐는 측면도 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과) 교수는 "골프를 즐기는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라, 교내에 골프장이 있다면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보일 것 같다"면서 "골프장 이용료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운영한다면, 학생들이 많이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 장비 업계 등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편의시설에 따른 재정수입 규모는 적은 편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2 사립대학재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 192곳이 임대사업 등으로 걷어 들인 교육 부대수입은 8579억3400만원으로 전체 재정수입의 4.6%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재정수입의 53.3%를 차지하는 등록금 수입(9조 9070억 6000만원)에 비하면 낮은 비중이다. 실질적으로 대학 재정난을 해결하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일부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스크린 골프장 등을 설치하는 것이 면학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골프장을 허용해서 일어나는 비판 지점은 대학이 일종의 '유흥 시설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라면서 "학교 캠퍼스가 오락을 즐기는 시설로 대중적으로 인지될 수 있어, 이런 부분에서 부정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스크린 골프장이 교내에 들어서며, 골프를 즐기는 학생들은 늘어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교육부는 "교육 외 목적으로 활용하려면 대학의 교육·연구 활동에 지장이 없어야 하고 구성원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게 할 것"이라며 "앞으로 설치를 허용할 시설의 범위도 공익 목적을 고려해 조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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