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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고정 관념 깬 배우 윤정희 별세(종합)

수정 2023.01.20 10:39입력 2023.01.20 10:39

문희·남정임과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 열어
여성 배역 다변화 일조, 연기파로 입지 다져
성년후견인 지정, 추가 심리 없이 각하될 듯

영화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 씨가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영화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을 앓아온 윤 씨는 이날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숨을 거뒀다.


배우 윤정희

1944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조선대 영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1966년 신인배우 오디션에서 선발돼 충무로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 강대진 감독의 '청춘극장'을 시작으로 영화 264편에 출연했다. 1968년에만 쉰 편에 출연하며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troika) 시대를 열었다. 트로이카라는 말 그대로 은막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한국영화사 전성기를 견인했다.


인기는 단순히 새로운 얼굴이 주는 신선함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당시 여배우들은 최은희·김지미·조미령로 대변되는 현모양처나 도금봉·윤인자·최지희가 연기한 팜므파탈로 정형화돼 있었다. 윤정희는 문희, 남정임과도 차별화된 지적인 이미지로 고정된 틀을 깼다. '안개(1967)', '장군의 수염(1968)', '독짓는 늙은이(1969)', '위기의 여자(1973)' 등에서 장르와 배역에 얽매이지 않는 색다른 연기를 펼쳤다. 여성 배역 다변화에 일조하며 연기파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등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일곱 번이나 안았다. 대표작으로는 '신궁(1979)', '위기의 여자(1987)', '만무방(1994)' 등이 손꼽힌다. 마지막 작품은 2010년 이창동 감독과 함께한 '시'다.



고인은 바쁜 연기 활동 중에도 틈틈이 학업을 겸했다. 논문 '한국여배우론'으로 중앙대 석사 학위를 받았고, 1973년부터 9년간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예술학을 공부했다. 그 무렵 파리 레스토랑에서 재회한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와 1976년 결혼해 줄곧 파리에서 지냈다. 사치를 멀리하고 편안한 삶을 추구하며 낭만적인 삶을 살았다. 생전 인터뷰에서 "너무나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항상 부자라고 생각한다. 좋은 친구들이 있고,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세계 각지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지낸다"라고 말했다.

고인은 드문드문 활동하면서도 영화계를 떠나지 않았다. 각종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영역을 넓혔다. 1995년 몬트리올영화제, 2010년 뭄바이영화제, 2006년 디나르영화제·청룡영화상 등에서다.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아 배우 활동은 이어갈 수 없었다. 증상은 '시' 촬영 즈음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백 씨는 2019년 인터뷰에서 "긴 대사를 써놓고 읽으면서 연기했다. 그 뒤 영화를 한 편 더 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함께 읽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상을 받으러 올라가기도 어려웠다"라고 고백했다.



성년후견인은 딸인 백진희 씨였다. 프랑스 법원에 지정을 신청해 승인받았고, 2020년에는 국내 법원에도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성년후견은 질병, 노령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을 위해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재산 관리나 신상 보호를 지원하는 제도다. 고인의 동생은 부녀의 방치를 주장하며 성년후견인 지정을 반대했다. 법원은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2심까지 딸 백 씨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했다. 고인 동생이 재차 법원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은 대상자가 사망한 만큼 사건을 추가 심리하지 않고 각하할 전망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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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억원 어치 빼돌리는 '기름 도둑들'…멕시코 비상
수정 2023.01.20 09:15입력 2023.01.20 09:15

"하루 평균 100만ℓ 사라져"

멕시코에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치는 절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하루 최대 15억원어치에 달하는 분량이 사실상 특정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벌어지는 양상이다.


19일(현지시간) 레포르마와 인포바에 등 멕시코 매체에 따르면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PEMEX)는 지난해 하루 평균 휘발유 절도(도유) 규모를 6100배럴로 공식 집계했다.


이는 2021년 하루 평균 3600배럴의 1.7배에 달하는 수치로, 약 100만ℓ를 잃어버린 것과 같다고 페멕스는 밝혔다. 멕시코 휘발유 가격이 ℓ당 약 22~23페소(1430~1500원) 정도인 점으로 봤을 때 최대 15억원어치에 달하는 기름이 매일 사라진 셈이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페멕스는 최근 정부에 제출한 '탄화수소 전환을 위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올해 1월 들어서도 보름간 하루 평균 5500배럴을 도난당했다"고 전했다. 기름 도둑질은 주로 이달고, 에도멕스, 푸에블라, 타마울리파스, 베라크루스, 과나후아토, 할리스코, 바하칼리포르니아, 누에보레온, 미초아칸 등 사실상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페멕스는 파악했다.

멕시코는 이전부터 석유 절도 문제로 골치를 앓아왔다. 터널이나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땅굴을 파고 들어간 뒤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정교하게 착유하는데, 드론 감시로도 잘 확인이 안 될 정도라고 전해진다. 때론 지하 착유 시설 위에 농작물을 심어 밭으로 일구기도 한다.


빼돌린 석유는 불량 알코올음료를 뜻하는 '우아치콜'이라고 부른다. 현지에서 우아치콜은 대략 ℓ당 15페소(980원)가량의 가격으로 은밀하게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페멕스는 2019년(6400 배럴)과 2020년(4800 배럴)에 이어 2021년까지 줄어드는 분위기였던 석유 절도가 지난해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라고 보고서에서 강조했다.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 로고. [사진출처=로이터·연합뉴스]

절도 시도 중 폭발 사고가 발생해 큰 피해를 본 적도 있다. 2021년 10월에는 푸에블라주에서 가스 폭발로 12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2019년에는 이달고주에서 송유관 휘발유 절도 시도가 대형 폭발 참사로 이어져 137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연방 정부는 페멕스 송유관 주변에 2900여명의 육군과 국가방위군을 투입, 보안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전국 6곳에서 불법 석유 관과 취유구를 확인하고 9만8000ℓ의 석유를 확보하기도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달고 등지에서 휘발유 절도 행위가 재개되고 있다"며 일부 지역 주민이 대가를 받고 우아치콜 업자들을 감싸주고 있는 정황을 보이는 것과 관련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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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화재로 60세대 불타…'이재민 62명'(종합)
수정 2023.01.20 11:41입력 2023.01.20 11:41

총 2700㎡가 소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화재로 주택 60채가 불에 타고 이재민 62명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현재 큰 불길을 잡고 잔불을 정리 중이다.


불은 20일 오전 6시 27분께 구룡마을 4지구에서 발생해 주변으로 확대된 것으로 전해진다. 오전 7시 1분께는 5지구 입구까지 불이 번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오전 7시26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인근 소방서 인력과 경기도·산림청 등 소속 소방헬기 10대를 투입했다. 오전 9시 16분에는 연소 확대가 감소함에 따라 대응 1단계로 하향 발령했다.


이 불로 주택 약 60채, 총 2700㎡가 소실되고 44가구에서 이재민 62명이 발생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했다. 소방·경찰 인력 517명과 장비 68대, 강남구청 소속 인력 300명이 동원됐다.

소방 관계자는 5차 브리핑에서 "4지구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가연성 합판 때문에 불이 확대됐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계속 수색을 진행해 정확한 인명피해를 파악할 예정이다.


한편 이재민들은 강남구에 있는 호텔 4곳에 임시로 이동해 머물 계획이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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