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특법 개정안…17일 국무회의서 예타평가 면제
반도체 稅공제율 파격 상향…대기업 최대 15%
"반도체 투자 역성장 예상…전폭적 지원 시급"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조특법 개정안에 대한 조세특례 예타 평가를 면제하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특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재부가 조특법 개정 방침을 밝힌 후 2주일 만에 조세특례 예타 평가가 면제된 셈이다. 그만큼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가 분명하다는 의미다.
조세특례 예타 평가는 정부가 새로 도입하려는 세제 혜택 방안의 경제·정책적 타당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재정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이 맡는 평가로,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평가 대상은 연간 세금 감면액이 300억원 이상인 제도를 신설하거나 기존 조세 특례를 수정해 추가 감면액이 연 300억원을 초과할 경우다. 당초 기재부는 이번 개정안으로 내년 세수가 약 3조3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조특법 개정안에 대한 예타 평가를 면제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세제 혜택 등 ‘지원사격’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42조 제5항에 따르면 경제·사회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조세 특례를 도입하려는 경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예타 평가를 면제 받을 수 있다. 또 ‘조세특례 예비타당성평가 운용지침’ 제8조는 ‘경제 전반에 상당한 위축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면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를 포함한 국내 기업 투자는 큰 폭의 역성장이 예상된다”면서 “글로벌 기술 패권 및 공급망 경쟁이 격화돼 반도체 등 경제·안보적 가치가 큰 전략품목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목표는 다음달 임시국회 통과다. 이에 기재부는 조만간 국회에 조특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기재부 계획대로 조특법 개정안이 다음달 국회 문턱을 넘으면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은 최대 25%까지 오른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기존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상향된다.
정부안이 통과될 경우 임시투자세액공제도 12년 만에 한시 도입된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투자 업종이나 목적과 무관하게 기업 투자에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로, 2011년 이후 중단됐다. 조특법 개정안 통과시 일반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기존 1~10%에서 3~12%로 2%포인트씩 오른다. 신성장·원천기술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3%포인트, 중견기업 4%포인트, 중소기업 6%포인트씩 상향된다. 기업들의 투자 증가분에 대해선 10%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된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를 국회가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요국이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잇따라 고강도 지원책을 내놓고 있어서다. 최근 ‘대만판 반도체법’을 통과시킨 대만 정부가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에는 자국 기술 기업 연구개발(R&D) 비용의 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5%로 올리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약 4조6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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