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세종=이동우 기자] 한국전력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 운영을 위해 올해 1500억원 이상을 출연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대학 설립 명목으로 3500억원 이상을 추가 부담하기로 예정하면서 경영난에 따른 재정압박이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이 추정한 올해 한전공대 설립·운영을 위한 출연금 규모는 총 1588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출연금(711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2020년 지원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특히 한 해 출연 규모가 1000억원을 돌파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출연금은 한전 단독으로 1016억원, 5대 발전자회사(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등이 총 572억원을 각각 분담할 계획이다. 올해 발전자회사의 출연금이 전년(404억원) 대비 41.5%(약 170억원) 늘어나는 동안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 출연금은 전년(307억원)의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출연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 배경은 지난해 3월 한전공대가 개교하면서 본격적인 인프라 확장에 나서면서다. 현재 완공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행정·강의동이 유일하다. 도서관 및 기숙사 등 건물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인근 시설 임대료만으로 매년 수십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전 이사회가 예정대로 올해 출연금을 확정할 경우 지난 4년 동안(2020~2023년) 한전공대 설립·운영을 위해 총 3540억원을 지원하는 셈이다. 그동안 한전과 자회사의 출연금 분담 금액은 2020년 600억원, 2021년 645억원, 지난해 711억원으로 매년 증가 폭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은 지난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며 건립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같은 세계 10대 공과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전라남도 나주에 축구장 48개 크기(40만㎡) 부지 위에 자리 잡았다. 한전이 2019년부터 2031년까지 12년 동안 학교 설립·운영에 필요한 약 1조원을 투자하기로 약정하면서 이른바 '한전공대'로 불리게 됐다.
한전공대 설립·운영비는 2031년까지 총 1조6110억원에 달한다. 설립비 1조470억원, 운영비 5640억원이다. 이중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설립비 6210억원, 운영비는 지자체 부담금 2000억원을 제외한 약 3600억원 수준이다. 운영비는 전기요금에서 3.7%를 적립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과 공동 부담하기로 했다.
문제는 한전이 지난해에만 3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출연금 부담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업계는 당장 한전이 올해 1분기 5조1980억원, 연말까지 10조66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나친 출연금이 한전의 적자 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당장 1500억원에 달하는 출연금 확보도 부담이다. 재정 압박이 커진 한전은 지난해 발전자회사 10곳에 한전공대 출연금 분담을 요청한 바 있다. 매달 1조원 규모의 경영 자금을 회사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한전은 결국 빚을 내 한전공대 출연금을 분담하는 실정이다.
에너지 전문인력 양성에 공감하는 전문가들 역시 한전의 과도한 출연금 분담을 우려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전이 올해 1500억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재정압박이 예상된다"면서 "2009년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가 카이스트와 통합한 사례를 고려하면 한전공대 역시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합쳐 재원을 과기정통부에서 지원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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