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7연속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전쟁과 경기침체 방어 사이
금통위원 3명 최종금리 3.5%
나머지 3명 3.75% 가능성 열어야
금리인하 시점도 관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문제원 기자] 한국은행이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시장의 관심은 최종금리와 금리인하 시점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면서 이달을 마지막으로 연 3.5%에서 금리인상을 멈출지 아니면 한 번 더 추가 인상에 나서 3.75%에서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할지가 관건이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기준금리는 1월, 4월, 5월 각 0.25%포인트 올랐으며 7월 0.50%포인트, 8월 0.25%포인트, 10월 0.50%포인트, 11월 0.25%포인트에 이어 이달 추가 인상되면서 2008년 12월 이후 14년 1개월여 만에 3.5%로 회귀하게 됐다.
한은이 올해 첫 금통위에서 사상 첫 7회 연속 인상에 나선 것은 기대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월 중 5% 내외를 나타낼 것"이라며 "국내경제 성장률이 지난 11월 전망치(1.7%)보다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2%)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총재는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 금리인상 파급효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경기부진·부동산경기 무게추 이동= 시장의 관심은 이제 최종금리와 금리인하 시점이다. 5%대 고물가 상황은 여전히 부담이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진정되고 있는 데다 향후 1년의 예상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소폭 꺾이면서 경기부진과 부동산 경기로 통화정책의 무게추를 옮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종금리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도 3.5%와 3.75%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올해 초까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달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내달부터는 그간 금리인상의 효과를 점검하면서 물가안정과 동시에 국내 경기둔화 강도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월 인상을 마지막으로 추가 인상은 물가에 대한 예상치 못한 상방 충격 없이는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추가적인 공공요금 인상 흐름을 고려할 때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내 관리물가 상승 기여도는 높게 이어질 전망"이라며 "이는 향후 물가상승이 비용측면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고 비용 측 물가 상승은 소비여력 축소로 연결돼 성장세를 약화할 요인이라는 점에서 3.5%가 최종금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한미 간 금리차이를 고려해 내달 추가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미 Fed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1.25%포인트까지 벌어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이달 인상으로 1%포인트로 다소 줄었지만 Fed의 긴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은의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안정 달성을 위한 Fed의 금리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가 1분기 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12월 점도표상 Fed가 시사한 최종금리 레벨 5.25% 실현 시 한은은 3.75%까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통위원 3명은 최종금리 수준을 3.5%로 본 뒤 그 수준에서 당분간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며 "나머지 3명은 상황에 따라서 최종금리가 3.75%가 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 본인의 의사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금리인하 올해 4분기 vs 내년…총선 변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이르면 올해 4분기 가능할 것이란 전망과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란 시각이 엇갈렸다. 허진욱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천천히 둔화하고 있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안 좋은 것도 맞기 때문에 빠르면 하반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선 금리인하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물가상승률과 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Fed는 올해 내 금리인하를 시작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르게 경기가 꺾이는 분위기가 확연하고 가계대출이나 자금시장 문제도 계속 있어 올해 말 미국보다 금리인하를 빨리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하반기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실물 경제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인하 시점을 논의할 것으로 본다"며 "내년 미국 대선과 한국 총선이 있어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 국가들의 긴축 지속에 따라 한은이 섣부른 피벗(pivot·방향 전환)을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피벗을 통해 물가 불안이 재확산되거나 국내 금융불균형이 심화한다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환경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금리인하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보다 한국이 먼저 금리를 인하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높은 물가 수준까지 이어지면 한은이 올해 금리 인하를 시작하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 가능성과 시기에 대해 이 총재는 "기본적으로 물가가 저희가 예상하는 수준에 확실히 수렴한다, 중장기적으로 정책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