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영업익 4조3000억…8년3개월 내 최저
메모리·스마트폰·가전 수익 악화
올해 더 암울…"감산 없다" 기조 유지할지 주목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김평화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30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절벽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고량, 여기에 스마트폰과 가전 판매 부진까지 겹치면서 '분기 영업익 5조원' 벽마저 허물어졌다.
문제는 올해다. 상반기까지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당장 1분기 반도체 부문(DS)의 적자 가능성이 점쳐진다.
◆메모리 쇼크에 스마트폰 수요까지 '내리막'=4분기는 통상 전자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지만,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골은 깊게 패인 상태다. 8년여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역대급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수요가 위축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이 영향을 미치며 업황 부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반도체 혹한기가 예상보다 더 치명적이었다. 삼성전자가 아직 부문별 실적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DS부문은 1조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이달 KB·대신·키움·하나증권이 예측한 지난해 4분기 기준 DS부문 영업이익 평균치는 전년 동기보다 85% 급감한 1조3368억원이다.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DS부문 영업이익(5조120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49% 급감하는 등 실적 한파가 가시화된 상태다. 4분기가 되자 고객사 재고 조정이 강도 높게 이뤄지면서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2.21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0% 급감했다.
소비 침체 여파로 IT기기 실적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모바일(MX) 사업부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3조2400억원이었는데, 4분기 영업이익에 대해 증권업계는 절반 가까이 줄어든 1조원 후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매크로 이슈 지속에 따른 수요 약세로 스마트폰 판매와 매출이 줄어들며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가전(CE) 사업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지속되며 영업이익 약 2000억~3000억원으로 전망된다. 매출액이 10조원 후반대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어선 수준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라인 1. [사진제공=삼성전자]◆올해 전망은 더 '암울'…투자 축소 카드 내밀까=삼성전자는 그나마 지난해 연간 매출액 300조원을 돌파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삼성전자 창립 이래 최대 성적이자 국내 기업사에도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올해 실적 전망은 암울하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301조1248억원, 영업이익 32조1523억원이다.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사상 초유인 10%까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MX, CE·TV 사업부문은 판매 부진에 빠져 재고 부담이 커지는 등 재무구조에 부담이 커질 전망이며, 특히 메모리 사업이 주류인 DS부문 실적은 크게 꺾일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6% 줄 것으로 봤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영업이익 감소 추세는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반도체 부문은 내년 2분기 영업이익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DS부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감산은 없다"고 외치던 삼성전자가 투자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메모리 설비 투자를 기존 계획 대비 15%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글로벌마켓증권도 올해 투자가 늘긴 힘들 것으로 봤다.
다만, 하반기부턴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 메모리 재고의 경우 2분기 정점을 찍으면서 가격이 하반기부터 상승 전환, 3분기부터 개선을 내다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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