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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집값 떨어지는데 재건축 규제 푼다고 사겠나"

수정 2023.01.05 06:00입력 2023.01.05 06:00

4일 재건축 규제완화 수혜 '태릉우성' 가보니
추진준비위 안전진단 위한 모금 시작
매수자-매도자 동상이몽에 거래 없어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다니 주민 모금은 시작했는데 집 보러 온다는 사람은 아직 없네요. 금리가 워낙 세서 매수세가 못 붙는 거 같아요."(서울 노원구 공릉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4일 찾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 우성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이날 발표된 정부의 ‘주택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조치에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A공인 관계자는 "급매로 저렴하게 나온 매물이 있어도 몇 달째 문의조차 없다"면서 "경기가 안 좋으니 재건축 이슈가 있다고 거래가 되거나 집값이 오를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태릉 우성은 지난해 재건축 탈락 판정을 받았지만 이번 규제완화로 기사회생이 가능케 된 곳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5일부터 평가항목에서 구조안정성 비중을 줄이고, 조건부 재건축 판정 시 중대한 하자가 있을 경우에만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를 시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는 태릉 우성과 함께 양천구 목동 9·11단지,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 등 과거 보수 유지(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은 4곳의 안전진단 통과가 가능해졌다.


‘대못’이라 불리던 정밀안전진단 규제완화로 꽉 막혔던 재건축 사업이 활로를 찾게 됐다. 실제로 태릉 우성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정밀진단신청을 의결하고 지난 2일부터 모금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2021년 6월 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는 이미 강동구청에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고 목동 9단지도 예비안전진단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재건축 규제완화가 거래 활성화나 집값 등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집값이 요동치던 부동산 상승기와 달리 지금은 심리가 아닌 금리가 시장 분위기를 결정하고 있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침체기에는 규제를 완화한다고 집값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면서 "일부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일 수 있겠지만 여전히 금리가 높아 매수세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동상이몽’이 거래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릉 우성 인근 B공인 관계자는 "한쪽은 집값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한쪽은 규제완화를 호재로 보고 버티고 있으니 거래가 안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9·19 군사합의 정지…'대북 확성기' 재개되나
수정 2023.01.05 16:15입력 2023.01.05 14:43

군사합의-남북관계발전법 영향 여부
통일부 "담당부서 법률 검토에 착수"
'양날의 검' 확성기, 전적으로 尹 결단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정부가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통일부가 소관 부처로, 법령 해석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정부의 의지에 따라 대북 확성기 재개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관계발전법 23조에 따라 9·19 군사합의에 대한 효력 정지가 이뤄질 경우 법 24조에서 규정하는 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가 어떻게 영향 받는지에 대해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군 장병이 대북 확성기 방송장비를 작동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남북관계발전법 23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기간을 정해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건 이 조항에 근거한다.


남북 간에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도록 한 9·19 군사합의와 별개로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이라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24조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시각 매개물(전광판) 게시 ▲전단 살포 등을 금지하고 있다. 통일부는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시 법 24조까지 무효화되는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대북 확성기 재개, 전적으로 尹 결단에 달렸다
대북 확성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와 남북관계발전법 24조 무력화에 대한 해석은 정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먼저 남북 간에 체결된 합의서가 국회의 체결·비준 동의를 얻은 경우에는 대통령도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만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그해 10월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평양공동선언과 그 부속합의서 성격인 9·19 군사합의에 대한 비준 절차를 마쳤다.


따라서 그 효력을 다시 정지하는 것도 국회의 동의를 거칠 필요 없이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결단에 달린 것이다.


남북관계발전법 24조가 영향을 받는지도 결국 정부 몫이다. 법령 해석은 소관 부처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통일부도 국회에서 별도의 입법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통일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로 인해 남북관계법 24조가 금지하는 행위를 재개해도 된다고 판단할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결정은 모두 '북한이 우리 영토를 다시 침범할 경우'라는 전제가 성립할 때 이뤄진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간의 모든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북한의 태도가 어떠하든 '담대한 구상'을 계속 이행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양공동선언까지 무력화를 검토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부는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효력 정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확성기는 '복어의 독'…"정부의 의지·계획 중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확성기는 냉전시대의 유산이라 평가될 만큼 오래된 심리전 도구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확성기와 우리의 대북 확성기가 가진 성능을 비교하면 확실한 비대칭 전력이기도 하다. 확성기로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하지 않는 외부 정보와 뉴스, 남한 가요 등을 방송하면 북한군과 주민들이 동요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확성기의 위력은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사건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른바 '6·4 합의'에 따라 확성기 가동을 자제해오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확성기를 다시 가동한 바 있다. 당시 북측은 '확성기를 멈추지 않으면 전쟁'이라고 위협했지만, 우리는 계속 가동했고 결국 북한은 지뢰 폭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정치권에선 북한의 무인기 도발 이후 대북 확성기를 재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남북 합의를 휴짓조각처럼 여기는 북한에 우리도 이제는 진짜 북한이 아파할 대응을 해야 한다"며 "북한이 가장 두려워 하는 건 바로 대북 확성기"라고 역설한 바 있다.


여기에 실질적으로 대북 확성기가 재개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대북 확성기 재개는 현시점에서 '복어의 독'과 같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확성기 방송으로 압박 수위를 최대한 높일 수도 있겠지만, 남북관계가 아예 틀어져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결국 중요한 건 정부가 어떤 계획과 의지를 갖고 접근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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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행세 28년만에 발각…면허증 위조·의료사고까지
수정 2023.01.05 15:31입력 2023.01.05 14:12

의대 졸업 후 면허증 없이 버젓이
전국 60여개 병원서 무면허 진료
의료사고 낸 후 합의 정황도 포착




의사면허증 없이 28년 동안 '가짜의사' 행세를 하며 환자들을 치료해온 60대가 검찰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양선순)는 5일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보건범죄단속법위반(부정의료업자), 사기 등 혐의로 지난 2일 A 씨(60)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A 씨의 의사면허 취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등록으로 고용해 병원장 명의로 진료행위를 하게 한 종합병원장 B 씨와 개인 병원장 C 씨 등 8명을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의료업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 씨는 의사면허증을 취득하지 않고 의대를 졸업한 뒤 전국의 병원 60여곳을 돌아다니며 의료 행위를 해 온 혐의를 받는다. 또 그 과정에서 공문서인 의사면허증을 위조하고 그를 실제 의사로 믿은 피해 병원들로부터 급여 5억여원을 수령한 혐의도 받는다.


무면허 의료행위 한 A씨가 소개한 약력. 사진=수원지검 제공

A 씨는 의사면허증이 없기 때문에 의료행위를 할 수 없었음에도 1995년부터 면허증과 위촉장 등을 위조해 병원에 취업했다. 그가 실제로 의대에 재학했기 때문에 그를 고용했던 병원장들은 A 씨가 내민 의사면허증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주로 '미등록 고용의사' 형태로 단기 채용돼 병원장 명의의 전자의무기록 코드를 부여받아 병원장 명의로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행했다. 검찰은 A 씨를 고용한 병원들이 고용보험 가입 등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미등록 의료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A씨가 위조한 의사면허증 및 위촉장 사진=수원지검 제공

검찰 수사에서는 A 씨가 무면허로 수술행위를 하다가 의료사고를 낸 후 합의한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의사의 경우 일반인들이 면허의 유효 여부를 손쉽게 확인하는 방법이 없고 면허발급은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고 있어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자체적인 면허 유효 여부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어렵다"며 "의사 면허 실태에 대한 전수 조사 및 의사 면허 관련 정보 공개 필요성 등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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