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재건축 규제완화 수혜 '태릉우성' 가보니
추진준비위 안전진단 위한 모금 시작
매수자-매도자 동상이몽에 거래 없어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다니 주민 모금은 시작했는데 집 보러 온다는 사람은 아직 없네요. 금리가 워낙 세서 매수세가 못 붙는 거 같아요."(서울 노원구 공릉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4일 찾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 우성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이날 발표된 정부의 ‘주택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조치에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A공인 관계자는 "급매로 저렴하게 나온 매물이 있어도 몇 달째 문의조차 없다"면서 "경기가 안 좋으니 재건축 이슈가 있다고 거래가 되거나 집값이 오를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태릉 우성은 지난해 재건축 탈락 판정을 받았지만 이번 규제완화로 기사회생이 가능케 된 곳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5일부터 평가항목에서 구조안정성 비중을 줄이고, 조건부 재건축 판정 시 중대한 하자가 있을 경우에만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를 시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는 태릉 우성과 함께 양천구 목동 9·11단지,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 등 과거 보수 유지(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은 4곳의 안전진단 통과가 가능해졌다.
‘대못’이라 불리던 정밀안전진단 규제완화로 꽉 막혔던 재건축 사업이 활로를 찾게 됐다. 실제로 태릉 우성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정밀진단신청을 의결하고 지난 2일부터 모금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2021년 6월 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는 이미 강동구청에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고 목동 9단지도 예비안전진단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재건축 규제완화가 거래 활성화나 집값 등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집값이 요동치던 부동산 상승기와 달리 지금은 심리가 아닌 금리가 시장 분위기를 결정하고 있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침체기에는 규제를 완화한다고 집값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면서 "일부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일 수 있겠지만 여전히 금리가 높아 매수세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동상이몽’이 거래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릉 우성 인근 B공인 관계자는 "한쪽은 집값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한쪽은 규제완화를 호재로 보고 버티고 있으니 거래가 안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