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11 경연 내내 논란
시장의 기형적 성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 커져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매 시즌 심심찮은 화제를 뿌리며 시청률을 견인했던 Mnet 쇼미더머니11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1995년 개국 이래 Mnet은 다수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안착시키며 이 분야 명가로 위상을 쌓아왔다. 쇼미더머니는 슈퍼스타K이후 Mnet을 대표하는 자타공인 간판 프로그램이다. 지난 12월 30일 시즌 11 우승을 차지한 래퍼 이영지는 2019년 방영된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 시즌 3 우승자 출신으로 Mnet의 적녀(嫡女)이자 간판스타였다. 이영지의 우승은 여성 래퍼의 우승이자 한국 힙합의 지형도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당초 프로그램의 게릴라 비트 사이퍼 미션에서 그는 탈락 후보로 선정됐지만, 종전에는 없던 기회가 주어지며 간신히 생존했다. 팀 사이퍼 미션에서는 비트 선정 룰 문제가 대두됐고, 최종 우승자 선정 기준 또한 현장투표와 문자투표 합산에서 온라인투표와 문자투표 합산으로 변경되며 ‘어차피 우승은 이영지’란 지적이 이어졌다. 몰아주기식 기획에 일각에서는 한국 힙합이 망했다는 자조적인 비난도 나왔다. 최초의 여자 우승자 탄생 서사는 그렇게 논란과 프로그램 흥행 실패를 안고 빛바랜 목걸이로만 남게 됐다.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11년 동안 쇼미더머니는 힙합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고유한 힙합문화를 대중에게 이식하고 힙합의 음악적 시장성을 증명해 보였다. 랩을 통해 특정 대상을 비난 또는 비판하는 디스(disrespect의 줄임말), 자신의 부(富) 또는 귀중품을 과시하는 플렉스(Flex), 자신만의 스타일이나 멋을 지칭하는 스웨그(Swag) 등의 힙합계의 마이너한 은어와 문화가 일상까지 전파되며 힙합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쇼미더머니가 이끈 힙합 대중화 열풍 속 가장 큰 수혜를 본 인물들의 중심에는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래퍼 도끼가 있다. 그는 수억에 달하는 한정판 시계와 롤스로이스 차량을 자랑하고, 1박에 700만원이 넘는 호텔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는 모습이 방송에 소개되며 성공한 래퍼의 상징이자 플렉스의 대표주자로 회자됐다.
플렉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도끼는 지난달 15일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 6940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종합소득세 등 5건 총 3억3200만원을 체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30일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4대 보험료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도 포함되며 건강보험료 1000만원을 미납한 사실이 추가로 공개됐다. 앞서 2019년 미국 보석 업체로부터 대금 미납으로 피소됐던 도끼는 해당 업체에 자신의 통장 잔액 6원이 찍힌 사진을 전송한 뒤 책임을 회피했다가 재판에 패소해 4500만원 지급을 강제 조정받기도 했다.
쇼미더머니 등장 이후 10년 이상 한국 힙합은 돈과 성공으로 상징되는 한 시대를 지나왔다. 10대들이 래퍼를 선망하고, 다수의 래퍼는 방송을 기반으로 많은 부를 손에 쥐며 성공을 거듭했다. 이내 시장은 경연 프로그램에 의존해 음원, 그리고 스타가 순환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래퍼를 꿈꾸는 이들은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 이상을 현역 래퍼에게 이른바 ‘랩 레슨’을 받으며 방송 출연을 준비했고, 누군가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랩 스승을 소개했는가 하면 누군가는 랩 레슨 이력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흔히들 힙합에서 저항의식과 자유를 찾곤 하지만 이는 처음 힙합을 시작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자전적 스토리텔링 속 그들이 겪은 인종분리정책을 위시한 차별과 저항의식에서 출발했을 뿐, 그 원류는 1970년대 미국 클럽 DJ가 두 개의 턴테이블로 고안한 브레이크 비트 사이에 흥을 돋우는 추임새나 가사를 활용한 데서 시작됐다.
성공을 목표로 사교육으로 중무장한 한국 래퍼들에게서 오리지널리티는 서서히 희미해져 갔고, 막강한 시장권력을 손에 쥐게 된 프로그램은 독과점을 무기로 자신들이 미리 점찍은 스타를 향한 몰아주기를 자행하다 처참한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됐다. 쇼미더머니가 배출한 대표적 스타인 래퍼 스윙스는 한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야, 이 XX놈들아 니네가 쇼미 나가서 스타 된 줄 알지? 니네 6개월짜리 연예인이야, 앨범 안 내면 힙합 아니야 이 XX아!”라고 일갈했다. 결국 이번 쇼미더머니11을 둘러싼 논란은 다양성을 잃고 기형적으로 성장한 시장 생태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로 수렴되고 있다. 하긴, 세상을 망치고 있다는 쇼미더머니 때문이었을까. 어느새 부터 힙합은 멋있지 않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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