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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잇수다]더이상 힙하지 않은 힙합

수정 2023.01.04 11:22입력 2023.01.04 09:51

쇼미더머니11 경연 내내 논란
시장의 기형적 성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 커져

지난달 30일 래퍼 이영지가 Mnet 쇼미더머니 11에서 최종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 티빙 갈무리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매 시즌 심심찮은 화제를 뿌리며 시청률을 견인했던 Mnet 쇼미더머니11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1995년 개국 이래 Mnet은 다수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안착시키며 이 분야 명가로 위상을 쌓아왔다. 쇼미더머니는 슈퍼스타K이후 Mnet을 대표하는 자타공인 간판 프로그램이다. 지난 12월 30일 시즌 11 우승을 차지한 래퍼 이영지는 2019년 방영된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 시즌 3 우승자 출신으로 Mnet의 적녀(嫡女)이자 간판스타였다. 이영지의 우승은 여성 래퍼의 우승이자 한국 힙합의 지형도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당초 프로그램의 게릴라 비트 사이퍼 미션에서 그는 탈락 후보로 선정됐지만, 종전에는 없던 기회가 주어지며 간신히 생존했다. 팀 사이퍼 미션에서는 비트 선정 룰 문제가 대두됐고, 최종 우승자 선정 기준 또한 현장투표와 문자투표 합산에서 온라인투표와 문자투표 합산으로 변경되며 ‘어차피 우승은 이영지’란 지적이 이어졌다. 몰아주기식 기획에 일각에서는 한국 힙합이 망했다는 자조적인 비난도 나왔다. 최초의 여자 우승자 탄생 서사는 그렇게 논란과 프로그램 흥행 실패를 안고 빛바랜 목걸이로만 남게 됐다.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11년 동안 쇼미더머니는 힙합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고유한 힙합문화를 대중에게 이식하고 힙합의 음악적 시장성을 증명해 보였다. 랩을 통해 특정 대상을 비난 또는 비판하는 디스(disrespect의 줄임말), 자신의 부(富) 또는 귀중품을 과시하는 플렉스(Flex), 자신만의 스타일이나 멋을 지칭하는 스웨그(Swag) 등의 힙합계의 마이너한 은어와 문화가 일상까지 전파되며 힙합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쇼미더머니가 이끈 힙합 대중화 열풍 속 가장 큰 수혜를 본 인물들의 중심에는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래퍼 도끼가 있다. 그는 수억에 달하는 한정판 시계와 롤스로이스 차량을 자랑하고, 1박에 700만원이 넘는 호텔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는 모습이 방송에 소개되며 성공한 래퍼의 상징이자 플렉스의 대표주자로 회자됐다.

플렉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도끼는 지난달 15일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 6940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종합소득세 등 5건 총 3억3200만원을 체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30일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4대 보험료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도 포함되며 건강보험료 1000만원을 미납한 사실이 추가로 공개됐다. 앞서 2019년 미국 보석 업체로부터 대금 미납으로 피소됐던 도끼는 해당 업체에 자신의 통장 잔액 6원이 찍힌 사진을 전송한 뒤 책임을 회피했다가 재판에 패소해 4500만원 지급을 강제 조정받기도 했다.


쇼미더머니 등장 이후 10년 이상 한국 힙합은 돈과 성공으로 상징되는 한 시대를 지나왔다. 10대들이 래퍼를 선망하고, 다수의 래퍼는 방송을 기반으로 많은 부를 손에 쥐며 성공을 거듭했다. 이내 시장은 경연 프로그램에 의존해 음원, 그리고 스타가 순환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래퍼를 꿈꾸는 이들은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 이상을 현역 래퍼에게 이른바 ‘랩 레슨’을 받으며 방송 출연을 준비했고, 누군가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랩 스승을 소개했는가 하면 누군가는 랩 레슨 이력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흔히들 힙합에서 저항의식과 자유를 찾곤 하지만 이는 처음 힙합을 시작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자전적 스토리텔링 속 그들이 겪은 인종분리정책을 위시한 차별과 저항의식에서 출발했을 뿐, 그 원류는 1970년대 미국 클럽 DJ가 두 개의 턴테이블로 고안한 브레이크 비트 사이에 흥을 돋우는 추임새나 가사를 활용한 데서 시작됐다.


성공을 목표로 사교육으로 중무장한 한국 래퍼들에게서 오리지널리티는 서서히 희미해져 갔고, 막강한 시장권력을 손에 쥐게 된 프로그램은 독과점을 무기로 자신들이 미리 점찍은 스타를 향한 몰아주기를 자행하다 처참한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됐다. 쇼미더머니가 배출한 대표적 스타인 래퍼 스윙스는 한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야, 이 XX놈들아 니네가 쇼미 나가서 스타 된 줄 알지? 니네 6개월짜리 연예인이야, 앨범 안 내면 힙합 아니야 이 XX아!”라고 일갈했다. 결국 이번 쇼미더머니11을 둘러싼 논란은 다양성을 잃고 기형적으로 성장한 시장 생태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로 수렴되고 있다. 하긴, 세상을 망치고 있다는 쇼미더머니 때문이었을까. 어느새 부터 힙합은 멋있지 않다.


편집자주예잇수다(藝It수다)는 예술에 대한 수다의 줄임말로 음악·미술·공연 등 예술 전반의 이슈와 트렌드를 주제로 한 칼럼입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하락장에 장사없다”…압구정 현대도 2년 만에 경매행
수정 2023.01.04 14:05입력 2023.01.04 06:00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 전경(사진=류태민 기자)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집값 선행지표’로 불리는 법원경매에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인기도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데다 주택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계속되며 수요자들이 응찰에 신중해졌기 때문이다. 강남권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 현대가 2년여 만에 경매시장에 등장했지만, 감정가격이 높게 책정된 탓에 유찰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대한민국법원 법원경매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6차 아파트 144㎡(전용면적) 물건이 감정가 49억원에 올라왔다. 매각기일은 이달 11일이다. 해당 단지가 법원경매로 나온 건 2020년 10월 22일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압구정 현대 아파트는 강남구를 상징하는 최고의 부촌 압구정에서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재건축 사업 추진 단지다. 이 단지는 2021년 4월 245㎡ 평형이 빌딩 한 채 값에 육박한다는 80억원에 매매되며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실제로 해당 단지의 직전 경매에서도 응찰자가 9명이나 몰리며 유찰 없이 감정가보다 3억309만원(14%) 비싼 가격에 낙찰됐다.


하지만 연이은 금리인상의 여파로 주택시장이 주춤하고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해당 단지의 가격도 하락세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번 경매로 나온 물건과 같은 평형인 압구정 현대 6차 144㎡의 경우 지난해 2월 19일 49억원까지 올라갔지만, 7개월 후인 지난해 9월 30일 46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직전 거래가격만 놓고 보면 이번 경매의 감정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셈이다. 이는 경매물건의 감정평가가 아직 하락가격이 나오기 전인 지난해 7월 이뤄지면서 매매가를 뛰어넘는 역전 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번 압구정 현대 아파트 경매물건이 유찰될 것으로 전망하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원경매에서 인기가 꺾인 것은 압구정 현대만이 아니다. 강남구의 대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104.3㎡의 경우 지난해 11월, 12월 두 차례에 걸쳐 경매에 나왔으나 응찰하는 이가 없어 모두 유찰됐다. 마찬가지로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118.6㎡ 물건도 지난해 11월에 찾는 이가 없어 유찰된 바 있다.


이들이 유찰된 이유는 감정가가 너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감정가가 책정된 시기는 지난해 5~7월로 지금보다 매매가격 하락세가 짙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마아파트 물건의 경우 감정가는 27억9000만원이다. 하지만 해당 평형의 직전 최저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 17억7000만원으로 감정가보다 10억2000만원 낮다. 미성아파트 물건은 감정가격이 36억6000만원으로 2021년 4월 진행된 직전 거래이자 최고가격인 34억5000만원보다 2억1000만원 비싸다.


이처럼 감정가격이 수요자 인식보다 높게 책정된 것은 법원경매의 특성 때문이다. 경매로 나온 아파트 매물의 감정은 통상 경매 개시 6개월~1년 전에 진행된다. 해당 물건들의 감정이 진행된 시기는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나온 시점인 만큼 감정가격이 더욱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재건축 단지 물건이 경매로 나오면 응찰자가 몰리며 낙찰가율이 치솟았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라며 “금리도 높고 재건축 사업 추진도 주춤한 상황에서 투자 수요들도 섣불리 뛰어들기는 어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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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집값이네"…계묘년 첫 부동산 거래 뜯어보니
수정 2023.01.04 06:00입력 2023.01.04 06:00

1월1~2일 전국 아파트 실거래 64건 분석
키워드는 '가격 하락'과 '직거래'
용인, 고양 등 2020년 가격으로 회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고금리 시대 집값이 급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빙하기를 맞았다. 팔려는 사람은 수두룩한데 사려는 사람이 적어 거래가 뚝 끊겼지만 그럼에도 새해 벽두부터 계약서를 쓰는 이들이 있다. 올해 첫 아파트 매매계약을 분석해보니 집값이 2020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한편 직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기조가 뚜렷이 드러났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과 2일 이틀간 전국에서는 아파트 매매 계약 총 64건이 체결됐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동산 실거래 신고 기한이 30일이라 아직 등록되지 않은 거래가 있을 수 있다.


◆집값 2020년 수준으로 떨어졌다=매매가 2억원 이상 주요 계약을 분석한 결과 가격 하락세가 뚜렷이 나타났다. 집값이 고공행진하던 2021년 최고가를 경신한 단지들은 2020년 가격으로 회귀해 거래되고 있었다.

가장 높은 가격에 손바뀜된 아파트는 경기도 용인 기흥구 사항동 지석마을그대가크레던스(554가구) 84㎡로 5억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은 2021년 7월 최고가인 6억1900만원에 매매된 바 있다. 당시는 수도권 집값 상승률이 2008년 6월 이후 13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던 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현재 2020년 12월 가격으로 떨어졌다.


거래 금액이 두 번째로 높은 아파트는 경기도 고양 덕양구 화정동 별빛마을 건영 10단지(1080가구) 84㎡다. 4억7500만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 역시 2021년 7월 8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2020년 6월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다. 화정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살 사람이 없어 거래절벽이 심각하다보니 호가를 상당히 낮춘 급급매만 그나마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직거래 비중 45%…"하락기 틈타 증여성 매매 많아"=새해 첫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는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전체 64건 중 45%인 29건이 직거래였다. 직거래는 중개거래와 달리 중개인을 끼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통상 배우자나 자녀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많다. 증여성 거래이기 때문에 통상 시세보다 저렴한 경향이 있다.


실제로 세 번째로 높은 가격에 팔린 수원 영통구 망포동 영통아이파크캐슬2단지(1162가구) 59㎡도 직거래로 계약서를 썼다. 거래 금액은 3억9200만원인데 현재 최저 호가 5억7000만원과 1억7800만원 차이가 난다. 실거래가가 호가에 비해 크게 낮은 만큼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추정된다.


현행법상 시가와 거래대가의 차액이 시가의 30% 또는 3억원보다 낮으면 정상매매로 인정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요즘처럼 가격 하락폭이 큰 시점에서는 절세를 목적으로 이 같은 증여성 매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국토부는 최근 전국 아파트 거래에서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지자 특수관계인 간 이상 고·저가 직거래에 대한 고강도 기획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모든 저가 직거래를 불법 거래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 거래 침체 속에서 시세를 왜곡해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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