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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vs괴이…한동훈·김의겸 이상야릇 논쟁의 역설

수정 2023.01.04 08:30입력 2023.01.04 08:30

법무부 장관과 제1야당 대변인, 연일 설전
정치무대 올라선 한동훈, 때리며 키워주는 야당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현직 법무부 장관과 제1야당 대변인의 이상야릇한 논쟁이 새해 정국의 관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장외 정치의 링 위에서 법무부 수장과 국회의원이 벌이는 설전은 2023년 1월 한국 정치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괴이(怪異)의 사전적 의미는 '알 수 없을 만큼 이상야릇하다'이다. 괴이는 정치인의 논쟁 키워드로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지만,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괴이 논란의 서막은 지난 2일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야당 정치인 수사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이어왔다.


국회 국정감사와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등에서 설전이 계속됐다. 한 장관은 지난 2일에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장관은 "먼 옛날이야기나 먼 나라 이야기면 웃을 수 있겠지만 2023년 우리나라 이야기이기 때문에 하나도 웃기지 않는다. 그냥 괴이할 뿐"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 장관이 전한 괴이함의 대상은 민주당이다. 한 장관은 "정치인이 뇌물 받는 것과 공당이 공개적으로 뇌물 범죄를 비호하는 것, 어느 것도 웃기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을 뇌물 범죄를 비호하는 정당에 비유한 셈이다.

한 장관이 괴이 논란의 불을 댕긴 다음 날 민주당 대변인이자 국회의원인 정치인 김의겸이 반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3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어제(2일) 민주당 지도부에 대해서 괴이하다. 괴이할 뿐이다. 이런 표현을 썼던데 저는 오히려 지금 이런 한동훈 장관의 모습 이게 대한민국 역사에서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장관의 모습이고, 한동훈 장관이야말로 정말 가장 괴이한 장관"이라고 반격했다.


김 의원은 "요즘 한동훈 장관이 매번 현안에 대해서 발언을 하고 있죠. 저는 그걸 볼 때마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면서 "한동훈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이 해왔던 도어스테핑을 자신이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11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심각한 표정으로 이재명 대표 발언을 듣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윤석열 대통령이 직책상 대한민국의 주연인데 조연인 한 장관이 주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법무부 장관과 야당 대변인이 연일 설전을 주고받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괴이 논란이 여의도 정가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 자체가 한 장관이 현실 정치 무대에 올라와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특정 부처를 책임지는 인물의 메시지가 정치적인 언어로 비치는 것은 한 장관에게 부담이다. 정치 중립성이 요구되는 공무원 신분을 고려할 때 부메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 장관이 공무원 타이틀을 떼고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민주당이 한 장관에게 날리는 잽이 정치적인 몸값을 키워주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장관 의지와 무관하게 차기 대선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도록 민주당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인은 3선, 4선 중진 의원이 되더라도 인지도 갈증을 느낀다. 인지도가 높다는 것은 정치인의 큰 자산이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는 것은 특정 지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한 장관은 정치 입문도 하기 전에 제1야당과의 공방전을 토대로 대선주자급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민주당은 그 인지도 상승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초고가 소비 확대에…백화점 VIP 기준도 올라
수정 2023.01.04 06:00입력 2023.01.04 06:00

소비 양극화 백화점 매출↑…VIP 기준 상향
롯데, 명칭 바꾸고 등급 간소화…P·C 통합
신세계·현대도 지난해 권한 축소·기준 변경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경기 불황에도 백화점 초고가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우수 고객(VIP) 증가에 따라 VIP 기준을 상향하고 권한을 사실상 축소하는 등 제도 변경에 나서면서도, 큰 손 고객을 붙잡기 위한 차별화 혜택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2023년 우수 고객 제도를 MVG에서 에비뉴엘로 개편, 등급을 간소화했다. 구매 금액 상위 1%에 해당하는 기존 MVG 에비뉴엘(A) 고객은 에비뉴엘 블랙으로, 연 구매액 1억원 이상인 레니스(L) 고객은 에비뉴엘 에메랄드로 바뀌었다. MVG 프레스티지(P)와 크라운(C) 고객은 통합해 에비뉴엘 퍼플(연 구매액 4000만~6000만원)로, MVG 에이스(A) 고객은 에비뉴엘 오렌지(연 구매액 1800만원)로 변경됐다. VIP플러스·VIP 고객은 에비뉴엘 그린으로 통합됐다.


등급이 간소화하면서 일부 고객은 종전 대비 발렛파킹 등 백화점 이용 편의가 줄게 됐다. 6000만원 이상 산 에비뉴엘 퍼플 고객은 이달부터 본점 발렛주차 장소가 에비뉴엘관 1층에서 본관 1층으로 변경됐다. 잠실점에서는 본관과 에비뉴엘 1층에서 발렛주차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으나, 지하 1층과 2층으로 바뀌었다. 올해부터 가족 단위 매출 합산 제도도 폐지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개편(리브랜딩)은 등급 간소화를 통해 직관적으로 우수 고객 제도를 인지할 수 있도록 이뤄졌다"며 "등급은 간소화했으나 등급 내 세분화를 통해 혜택 차별화는 유지하고자 했고, 고객 타깃별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등 보다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VIP 선정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쟈스민 블랙과 쟈스민 블루의 연간 최소 구매액을 각각 1억2000만원, 8000만원으로 변경했다. 쟈스민과 세이지의 기준은 각각 5500만원, 3000만원 이상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타깃으로 만든 클럽YP·그린의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해 VIP 결제 기준을 변경, 신세계제휴카드나 현금 결제 시에만 100% 반영하고 상품권이나 타사카드 등으로 결제시 신세계포인트 적립 금액의 50%만 인정하는 방식이 됐다. 백화점 연 구매 금액 400만원 이상인 고객인 레드 등급부터 사용할 수 있는 음료 공간인 멤버스 바의 이용 환경 개선을 이유로 무료 음료 쿠폰 상시 발급도 중단됐다.


백화점 업계에선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소위 '보복소비' 이후 고가품 소비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은 데다 구매 여력 확대로 초고가 소비가 늘면서 VIP가 증가한 데 따른 불가피한 개편이라는 목소리다. 다만 업계는 백화점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큰 손 고객이 이탈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새 혜택을 추가하는 등 움직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역시 짙은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비 양극화 현상은 강화, 백화점 매출은 늘어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더 큰 돈을 쓴 사람이 보다 차별화된 VIP 혜택을 누리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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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권역서 고려·조선 유물 대량 발견(종합)
수정 2023.01.04 00:29입력 2023.01.04 00:27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 결과 공개
토기, 도기, 옹기, 기와 조각 등 나와
"호기심 위주의 단순 관람 방식 벗어나야"


고려 숙종 때 이궁(왕궁 밖 별궁)이 있었다고 전해지는 청와대 권역에서 당시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조각 등이 나왔다. 조선 경복궁 후원의 흔적까지 확인돼 역사적 가치평가·조사가 시급해 보인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지난해 5월 국민에게 개방한 청와대 권역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고 체계적 보존·관리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국건축역사학회 등에 의뢰한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 결과를 3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모두 여덟 곳에서 고려·조선 시대에 쓰였다고 추정되는 유물이 확인됐다. 청와대 본관 서남쪽에서는 크기가 작은 토기와 도기, 옹기, 기와 조각 등이 발견됐다. 침류각과 궁궐 담장(궁장) 일대에서는 기와 조각과 도기, 백자, 전돌 등이 수습됐다.



연구진은 "적지 않은 수의 유물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라며 "수습된 대부분이 기와라는 점, 그리고 조선뿐 아니라 고려 기와로 볼 수 있는 유물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고려 남경과 관련한 건물지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기술 조사 범위를 설정하고 유물 흔적을 찾아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남경에 관한 기록은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에서 확인된다. 고려 술가 김위제는 숙종에게 북한산 남쪽과 남산 북쪽에 도성을 건립하기를 청하는 상서를 올렸다. 풍수사 최사추에게 지세를 살피게 해 남경개창도감을 설치하고 산수 형세에 따라 궁궐을 완성했다. 고려 왕실은 서경(평양)·동경(경주)과 함께 삼경의 축으로 지정하고, 지방 운영의 핵심 역할을 부여했다.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 수 없다. 관련 사료가 부족해 연구가 정체된 탓이다.


경복궁 후원의 경우는 반대다. 고종실록, 일성록, 승정원일기, 경복궁영건일기, 궁궐지, 주연선집 등에 각 공간의 용도, 기능, 연혁 등이 기록돼 있다. 그 덕에 전문가 세 명이 맨눈으로 과거 항공 사진, 건물 배치도 등을 대조한 이번 조사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청와대 권역 담장이 경복궁 후원 궁장과 일치한다는 보고가 대표적인 예다. 담장 하부 세 곳에서 '영(營)'이나 '훈(訓)' 자가 새겨진 돌도 찾아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 다양한 영역에서 종합적인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의 활용 방식은 기초조사와 보존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채 매우 한정된 역사적 시기를 대상으로 호기심 위주의 단순 관람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라면서 "경복궁 후원 영역이 갖는 진정한 역사적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활용이 가능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청와대는 지난 7개월여 동안 방문객 약 278만 명이 다녀갔다. 정부는 단순 개방을 넘어 역사보존 및 활용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구체적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번 조사 결과는 그 기초자료에 가깝다. 경복궁 후원을 중심으로 고려 시대부터 청와대 개방 이전까지의 시대적 변천을 다뤘다. 분야별 현황을 정리해 문화·자연 유산적 가치도 평가했다.



궁능유적본부는 "담장 주변과 지형 변화가 적은 청와대 동쪽 지역 등에 다양한 역사적 층위가 존재하고 있음이 입증됐다"라며 "역사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있다는 판단과 함께 체계적 보존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도 "청와대 권역의 역사적 가치를 구명하고, 국민을 위한 보존활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추가 조사 여부는 역사·문화·예술·관광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대통령실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에서 결정된다. 애초 지난해 말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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