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양극화 백화점 매출↑…VIP 기준 상향
롯데, 명칭 바꾸고 등급 간소화…P·C 통합
신세계·현대도 지난해 권한 축소·기준 변경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경기 불황에도 백화점 초고가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우수 고객(VIP) 증가에 따라 VIP 기준을 상향하고 권한을 사실상 축소하는 등 제도 변경에 나서면서도, 큰 손 고객을 붙잡기 위한 차별화 혜택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2023년 우수 고객 제도를 MVG에서 에비뉴엘로 개편, 등급을 간소화했다. 구매 금액 상위 1%에 해당하는 기존 MVG 에비뉴엘(A) 고객은 에비뉴엘 블랙으로, 연 구매액 1억원 이상인 레니스(L) 고객은 에비뉴엘 에메랄드로 바뀌었다. MVG 프레스티지(P)와 크라운(C) 고객은 통합해 에비뉴엘 퍼플(연 구매액 4000만~6000만원)로, MVG 에이스(A) 고객은 에비뉴엘 오렌지(연 구매액 1800만원)로 변경됐다. VIP플러스·VIP 고객은 에비뉴엘 그린으로 통합됐다.
등급이 간소화하면서 일부 고객은 종전 대비 발렛파킹 등 백화점 이용 편의가 줄게 됐다. 6000만원 이상 산 에비뉴엘 퍼플 고객은 이달부터 본점 발렛주차 장소가 에비뉴엘관 1층에서 본관 1층으로 변경됐다. 잠실점에서는 본관과 에비뉴엘 1층에서 발렛주차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으나, 지하 1층과 2층으로 바뀌었다. 올해부터 가족 단위 매출 합산 제도도 폐지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개편(리브랜딩)은 등급 간소화를 통해 직관적으로 우수 고객 제도를 인지할 수 있도록 이뤄졌다"며 "등급은 간소화했으나 등급 내 세분화를 통해 혜택 차별화는 유지하고자 했고, 고객 타깃별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등 보다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VIP 선정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쟈스민 블랙과 쟈스민 블루의 연간 최소 구매액을 각각 1억2000만원, 8000만원으로 변경했다. 쟈스민과 세이지의 기준은 각각 5500만원, 3000만원 이상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타깃으로 만든 클럽YP·그린의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해 VIP 결제 기준을 변경, 신세계제휴카드나 현금 결제 시에만 100% 반영하고 상품권이나 타사카드 등으로 결제시 신세계포인트 적립 금액의 50%만 인정하는 방식이 됐다. 백화점 연 구매 금액 400만원 이상인 고객인 레드 등급부터 사용할 수 있는 음료 공간인 멤버스 바의 이용 환경 개선을 이유로 무료 음료 쿠폰 상시 발급도 중단됐다.
백화점 업계에선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소위 '보복소비' 이후 고가품 소비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은 데다 구매 여력 확대로 초고가 소비가 늘면서 VIP가 증가한 데 따른 불가피한 개편이라는 목소리다. 다만 업계는 백화점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큰 손 고객이 이탈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새 혜택을 추가하는 등 움직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역시 짙은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비 양극화 현상은 강화, 백화점 매출은 늘어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더 큰 돈을 쓴 사람이 보다 차별화된 VIP 혜택을 누리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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