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건강 위한 첫걸음 '걷기'
제일 쉬운 운동이지만 만보는 어려워
속도는 1초에 2~3보씩 빠르게
한걸음 뗄때마다 모든 장기 활동
매일 손글씨 쓰는 것도 뇌건강↑
TV 건강 프로그램에서 '국민주치의'로 불릴 만큼 대중에게 친근한 오한진 박사(62·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일주일에 두 번은 대전과 서울 노원에 위치한 을지대병원으로 출근해 환자를 진료하고, 방송에 출연하거나 신문 칼럼을 통해 어려운 의학 지식과 건강 정보를 설명하고, 각종 학회와 협회, 단체 등에서 활동하며 바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2년 전부턴 사단법인 한국워킹협회장을 맡아 걷기 운동을 통해 국민들을 더 건강하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오 박사는 의사 본연의 업무뿐 아니라 강연 원고를 준비하거나 칼럼을 부탁받는 일이 많으니 늘 글을 쓴다. 오 박사는 "우리가 평소 휴대폰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는 한 두 줄은 아무 생각 없이 쓰지만, 글의 분량이 1000자(원고지 5장) 정도로 늘어나면 앞뒤 문맥도 살피고, 이게 어떻게 읽힐까 생각도 해야 하므로 상당히 뇌를 많이 쓰게 된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하루만보하루천자' 운동의 취지와 계획을 듣고는 매우 환영한다면서 개인과 협회 차원에서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눈 뜨면 운동으로 하루 시작
오 박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곧바로 자택 인근 호텔 피트니스센터로 향한다. 수영을 30분 하고, 트레드밀을 걷거나 런지 같은 근력운동까지 한 시간 반가량을 온전히 운동에 집중한다. 하루 종일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거나, 바쁜 일정에 쫓겨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젊어서부터 아침 운동만큼은 꾸준히 유지해온 건강관리 비결이다. 그는 "아침에 운동하고 샤워까지 마쳐야 비로소 하루를 잘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며 "운동은 개인이 할 수 있는 본인을 위한 최고의 투자"라고 강조했다.
육체적인 건강을 위한 운동의 첫걸음은 걷기다. 흔히 중년 이후에는 심장, 뼈, 심폐 기능에 도움이 되는 유산소 운동이 적합한데, 걷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오 박사는 "걷기가 세상에서 제일 쉬운 운동이지만, 사실 만보를 걷는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걷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제안하는 걷기 자세는 바르게 선 상태에서 얼굴은 약간 위를 보며 시작한다. 속도는 1초에 적어도 2~3보씩 빠르게 걷는 것이 좋다. 발이 너무 옆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 발의 한쪽 뒷굽으로 힘이 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우리가 한 걸음을 떼는 순간 몸속의 수많은 뼈와 근육들이 일제히 움직이고 모든 장기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머니 속에 손만 넣고도 100원짜리 동전인지 500원 동전인지를 알아낼 수 있는 것처럼 손끝을 통해 전해지는 감각도 중요하다. 매일 일정 시간을 내 한 자 한 자 펜으로 손글씨를 쓰고 악기를 배우거나 뜨개질과 같은 취미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모두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이유다.
국민건강은 이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인 화두다. 고령인구는 늘어나는데 중장년부터 비만, 당뇨, 고혈압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오 박사는 "지금 요양병원에 누워 계신 분들 상당수가 사실은 그렇게 누워있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라며 "개개인에게 물리치료사가 붙어 걷기 연습을 시키고 재활훈련을 하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그만한 인력이나 비용이 없어 못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건강을 책임질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나이 들어 침대에 누워 20년을 더 살래요, 아니면 마지막까지 스스로 움직여서 밥도 해 먹고 커피도 타 먹고 왔다 갔다 하실래요? 암 같은 중병에 걸리면 국가가 치료비 상당 부분을 부담해 주지만, 내 기초체력은 내가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안 하고들 계신 거예요."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오 박사는 날카로운 일침을 가했다.
반면 최근 젊은이들이 부쩍 몸 만들기에 관심을 갖고 보디프로필 사진찍기 같은 유행이 확산하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했다. "20~30대 MZ세대들을 보면 몸짱 되려고 열심히 운동하잖아요. 이런 운동이 습관이 되면 아마 그 세대는 평균 120세까지도 살 거예요. 운동에 관심 없고 그냥 매일 놀고먹는다? 그러면 죽을 때까지 누워서 한 40년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죠."
◆오한진 박사 프로필
▲충남대 의대 졸업, 동대학원 의학 석사·박사 ▲연세의료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성균관의대 가정의학과 부교수 ▲관동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비에비스나무병원 노화방지센터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대한비만건강학회 회장 ▲대한가정의학회 이사 ▲대한골다공증학회 이사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워킹협회 회장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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