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세종=이동우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는 472억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간 수출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수출은 3개월째 감소 중이며 무역수지 적자는 9개월 연속 지속하고 있어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 개선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는 472억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가 연간 적자를 기록한 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132억6000만달러)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적자 규모 역시 종전 최대였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206억2000만달러)의 약 2.3배를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6839억달러로 전년 대비 6.1% 증가하며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세계 수출 순위는 전년(7위)보다 한 단계 상승한 6위(1∼9월 기준)를 기록했다. 일평균 수출 역시 전년 대비 6.3% 증가한 25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일평균 수출이 25억달러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력 품목인 중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이차전지 등은 역대 최고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7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292억3000만달러에 달하는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은 541억달러를 기록하며 차량용반도체 수급개선과 친환경차 수요 확대 등의 영향으로 7월 이후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석유제품 수출은 고유가 영향으로 7개월 연속 50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호황이 지속하며 지난해 역대 최고실적인 630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반도체 다음으로 수출 규모가 컸다.
지역별로는 4대 주력시장 가운데 아세안·미국·유럽연합(EU)에서 역대 최고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2위 수출시장인 아세안은 1249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제품 등 수출 증가에 힘입어 2년 연속으로 최고 수출실적 경신했다. 대미 수출은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차 확대,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 등과 연계된 자동차·이차전지·기계 등 수출증가로 수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EU 역시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철강·석유제품 등 수출 증가에 힘입어 역대 최고실적인 681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대중 수출은 4월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하반기 이후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하락 등의 영향으로 기존 최고실적인 전년 대비 4.4% 감소한 1558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수입액은 총 7312억달러로 전년 대비 18.9% 증가했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2000억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 수출 경신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3대 에너지 수입은 1908억달러로 전년(1124억달러) 대비 784억달러 증가했다. 전체 수입의 26.1%를 차지하는 규모다. 구체적으로 원유 1058억달러, 가스 568억달러, 석탄 281억달러로 많게는 품목당 2배가량 올랐다. 지난해 전체 수입액은 에너지 외 산업생산에 필요한 알루미늄·구리, 반도체·철강 등 원부자재, 의류·쇠고기 등 소비재도 고르게 증가하며 수입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이에 지난해 무역적자는 472억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무역적자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수출과 수입은 전년 대비 각각 9.5%, 2.4% 감소한 549억9000만달러, 596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12월 무역수지는 46억9000만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무역수지가 9개월 이상 연속 적자를 기록한 건 1995년 1월~1997년 5월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지난달 기준 5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수출 감소 폭 역시 더 확대 추세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 -6.8%, 9월 -4.9%, 10월 -16.4%, 11월 -28.6%, 지난달 -29.1%로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D램 고정가 약세가 주요인이다. 2021년 4분기 D램 고정가는 3.71달러에서 지난해 1분기 3.41달러, 2분기 3.37달러, 3분기 2.86달러로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2.21달러까지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철강 수출 역시 지난해 12월 전년 대비 20.9% 감소했다. 동절기 비수기에 진입하며 미국·아세안·EU 등 주요 시장의 수요가 둔화세를 보인 탓이다. 유화는 최대시장인 중국 내 자급률 상승과 대규모 설비증설에 따른 공급과잉·단가하락 등 업황 악화로 23.8% 줄었다.
9대 주요 지역 가운데 미국·EU·중동·인도에 대한 수출은 증가했다. 특히 미국 수출은 28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우리 최대 교역 국가인 중국, 아세안 내 최대 교역파트너인 베트남 등의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도 올해 무역수지 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주요국 경제 성장세가 약화하며 우리 수출에 더 어려운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복합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수출 활력 회복이 필수적으로, 정부는 수출 플러스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해 총력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