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변회는 지난 28일 전 회원들에게 '국회의원 후원금 기부 안내'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보냈다. 서울변회는 메일에서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정진하고 있는 변호사 자격 보유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활발히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정치자금법에 따른 정치후원금 기부제도를 안내드린다"며 기부가 "우리의 권익신장과 변호사 제도의 발전, 그리고 재고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회원들에게 강조했다.
후원금을 기부할 때는 보낸 사람에 "가급적 '서울회 OOO변호사'라고 적시 부탁드린다"고도 덧붙였다. 후원금을 기부하면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마지막 참고사항엔 21대 국회에서 활동 중인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을 여야 가리지 않고 모두 정리한 명단도 첨부했다. 각 국회의원의 이름과 은행 계좌번호, 문의 전화번호, 소속 상임위원회가 안내됐다.
법조계에선 이 메일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서울변회가 쓸데없는 일을 했다"는 등 지적도 있다. 메일 내용은 불법이라 보긴 어렵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안내에 대해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사전에 내리기도 했다. 다만 변호사들 사이에선, 최근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메일을 보낸 것이 적절치 않은 처사라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메일을 발송한 28일 국회에선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무기명 표결 끝에 부결돼 '회기 중 불체포특권' 등 국회의원들이 갖는 특권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메일은 현재 진행 중인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운동과도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메일을 발송한 서울변회는 특정 단체 출신 변호사들이 요직을 교차로 맡아 회무를 독점하고 소송을 셀프 수임, 임원 수당도 대폭 올린 정황이 공개돼 법조계가 시끄럽다. 이 내용은 회장 선거에 출마한 안병희 변호사가 만든 선거 공보물을 통해 알려졌다. 공보물에는 서울변회 집행부가 임원들이 쓰는 추가 실비 월 한도를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인상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변협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공보물이 변호사단체의 명예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금지한 '협회장 및 대의원 선거 규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공보물 수정을 요구했다가 이후엔 선거권자들에게 공보물을 보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반발한 안 변호사측은 공보물 발송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해서 인용 결정을 받았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에게 기부하고자 해도 방법을 모르는 회원들을 위해 드린 안내 목적의 메일"이라며 "협회라는 것이 회원들의 단결을 통해서 국민들께 봉사를 하자는 단체인데, 좋은 입법을 위해 일하고 있는 선배분들에 대한 객관적인 안내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일 내용에 대해 소속 회원들로부터도 문제 제기를 받은 바 없다"라고도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