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대부업, 외부 플랫폼서 ‘점검중’
최고금리 인하·조달금리 인상 겹친 탓
[아시아경제 권현지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서 전자장비 도·소매업체를 운영하는 강모(40)씨는 한 달 전 고금리 사채에 손을 벌렸다. 20만원을 빌리면 15만원 이자를 붙여 일주일 안에 갚는 식으로, 지금껏 이용한 곳만 다섯 군데다. 은행 대출, 소상공인 희망대출,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서 줄줄이 대출 ‘부결’ 통보를 받으면서 사채시장으로 내몰린 것이다. 강씨는 신용등급이 300점대로 1·2금융권 대출이 불가한 저신용자다. 대출 가능 금액이 소액인 탓에 강씨는 생계를 위해 얼마 전부터는 생산직 아르바이트도 겸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물론 대표적 급전 창구인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마저 대출문을 걸어 잠그면서 취약계층의 자금줄이 메말라가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뛰었고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자 금융권이 어느 때보다도 대출에 소극적인 영향이 크다.
대다수 저축은행은 대출 중단에 나섰다. 업계 자산규모 1위인 SBI저축은행을 포함한 22개 저축은행은 토스 등 대출 비교 서비스를 통한 대출 접수를 중단하고 자체 채널로만 대출을 진행 중이다. 이용자가 많은 외부 플랫폼에서 신청받지 않을 경우 대출 건수가 크게 줄어 사실상 중단한 것과 다름없다. 그나마 남은 상품에도 자격 요건을 강화해 대출 문턱은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대부업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쉬(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26일 신규 대출을 중단했고 2위 리드코프도 신규 대출 규모를 크게 줄였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대부업체 신용대출 이용자 수는 96만8688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9만8317명 감소했다. 특히 신용점수가 300~400점인 저신용자의 경우 작년 말 44만2336명에서 올 9월 말 37만1504명까지 떨어지며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금융권의 대출 축소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대출 총량 한도를 맞추기 위해 매 연말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고금리에 조달금리가 연 12% 수준으로 뛰어오른 데다 법정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내려와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채무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이자 상한선은 정해져 있는데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은 크게 오른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법정최고금리 상한선을 올려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이를 통해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불법 사채시장이 아닌 제도권 금융 안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리가 최대 100%에 이르는 사채 시장으로 빠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빨리 법정금리를 올리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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