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카드업체·대부업체 대출 문 걸어 잠그자
급전 창구 막힌 저신용자 문제로 떠올라
금융위, 최고금리 올리거나 연동제 도입 등 대안 마련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금리인상기에 서민들의 돈줄을 막는 '법정최고금리의 역설'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자, 금융당국이 국회 설득에 나선다. 내년 1월 금융위는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를 마친 다음 여야 지도부와 정무위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법정최고금리 수정안을 설명 할 계획이다.
금융위가 제시하는 대안은 크게 두가지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현재 20%인 법정최고금리를(대부업법에서 정한 27.9% 이내 범위 안에서) 올리는 방법도 있고, 시장금리에 따라 오르내리는 연동형 법정최고 금리제도 또다른 방안"이라며 "정치권에서 조정안에 찬성해주진 않아도 최소한 반대는 하지말아야 제도를 손 볼 수 있다"고 했다.
국회에선 지금도 법정최고금리를 오히려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야당에선 올해 7월 이재명 의원이, 여당에선 지난해 12월 서일준 의원이 대표발의해 최고금리를 하향 조정하거나, 최고금리를 초과할 경우 이자계약을 무효로 만드는 법안을 내놓은바 있다. 모두 2금융권이 저신용자들에게 신용대출을 아예 끊어버려 돈줄이 막혀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전 발의된 것들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사들의 자금 조달 금리가 급격히 상승했지만, 20% 이상으로 대출금리를 올릴 수 없는 저축은행이나 카드업체, 대부업체들은 역마진 위기에 처했다. 이 때문에 새해를 앞두고 대출 문을 걸어잠궈 서민들의 급전 공급처가 모두 막히게 됐다. 금융위가 국회 설득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법정최고금리를 올리기 위해선 대부업법 시행령을 바꿔야한다. 원래 시행령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수정할 수 있지만 금리는 민감한 부분인데다, 2020년 11월 법정최고금리를 내릴 때도 국회의 용인 하에 이뤄져 이번에도 정치권의 '암묵적 동의'가 필요하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국회만 설득하면 시행령은 법보다 고치기 쉬우니까 한 두 달안에 법정최고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금리에 따라 바뀌는 연동형 법정최고 금리제를 도입하면 취약계층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나왔다. 지난달 여신금융협회는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도입의 필요성' 보고서를 내놨다.
2금융권 조달금리가 지난해 말 대비 올해 11월 3.5%포인트 상승한(카드채 3년물 AA+ 2.37%→5.87%) 실제 상황을 반영해, 연동형 법정최고금리도 20%에서 23.5%로 올랐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조사했다. 고정형 법정최고금리하에서는 시장에서 배제됐던 약 106만명의 96.9%에 해당하는 102만명 차주가 연동형 법정최고금리하에서는 대출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법정최고금리로 돈을 빌리는 가계는 주로 취약가구(국세청 기준 소득 2분위 이하 혹은 신용평점 하위 20%이하의 가구)와 다중채무자(금융기관 세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 6월 기준 국내 신용평가사 자료로 조사한 결과 4% 이하의 저금리 신용대출 이용 가구 중 취약가구 비중은 8.9%에 불과한 반면 '법정최고금리와 근접한(18~20%) 고금리' 신용대출 이용가구 중 84.8%가 취약가구였다. 4% 이하 대출 이용 가구 중 약 10.8%가 다중채무자에 해당되는 데 반해 고금리 대출 이용 가구 중 48.6%가 다중채무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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