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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당첨자 잡아라"…건설사 눈물의 '금융마케팅'

수정 2022.12.22 07:35입력 2022.12.22 07:35

미분양 늘자 할인분양·중도금 무이자 등 특단책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청약시장 한파로 당첨 후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건설사들이 이례적으로 금융마케팅 카드를 꺼내들었다. 발코니 무료 확장이나 중도금 무이자를 넘어 분양가를 깎거나 대출금리를 보장해주는 파격 혜택까지 생겼다.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분양 물량을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에 나선 셈이다.


2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당첨자를 발표한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최근 정당계약을 앞두고 중도금 대출 안심 금리보장제를 새로 도입했다. 중도금 대출 이자를 6%까지 보장해주는 것으로, 6%가 넘는 초과분에 대해서는 사업주체가 이자를 부담한다.


앞서 중도금 대출 이자를 입주 전 내도록 하는 이자후불제에 이어 금리인상기 계약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추가 혜택을 내놓은 것이다. 오는 27일 정당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파격 마케팅에 나선 것은 당첨 후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대형 건설사인 GS건설이 짓는 대단지 아파트로, 간만에 나온 서울 청약임에도 청약경쟁률이 4.68대 1에 그쳤다. 20점대가 당첨되는 등 당첨가점 역시 높지 않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제 올 들어 서울 청약 시장은 옥석가리기가 심화되며 청약 당시 완판됐음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미분양 물량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게 되는데 단지 규모가 작거나 서울 외곽, 건설사 브랜드 파워가 적을 수록 'N차 무순위 청약'에 나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미분양 물량을 털기 위해 '눈물의 파격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고분양가가 논란이 되며 전체 216가구 중 91% 가량이 미분양 된 바 있다. 이후 분양가를 15% 할인하고 관리비도 내신 내주는 파격 조건을 걸고 할인 분양에 나섰다. 구로구 오류동 무순위 청약이 길어지자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 역시 총 3000만원의 현금을 계약 후 한 달 이내 지급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서울 이외 지역으로 넓히면 파격적인 금융 마케팅에 나서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 파주시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처음 책정된 분양가 8억원대에서 최대 2억5000만원을 낮춰 분양 중이다. 경기 평택시 '포레나 평택 화양' 역시 중도금 전액 무이자에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부담을 낮췄다. 경기 하남시 '미사 아넬로 스위첸'은 계약자 대상 추첨을 통해 외제차를 경품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들이 무리해서라도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는 것은 내년 청약시장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대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분양대금까지 확보하지 못하면 자체 자금으로 공사 등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자금력이 탄탄하지 않은 중소 건설사의 경우 곧바로 경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계약률을 높이는 것이 그나마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융 혜택에 현혹되기 보단, 아파트의 장기 가치를 따져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미분양을 막기 위해 유리한 계약조건을 내건 분양단지도 늘어날 전망"이라며 "수분양자들은 혜택을 적극 활용하되, 자금력과 입주 후 가치상승 여부까지 고려한 옥석가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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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 부동산PF 총 62조원…유동성 리스크 우려
수정 2022.12.23 07:51입력 2022.12.22 11:00

부동산 경기 악화와 대출금리 상승, 원자재 가격 폭등
부동산PF 채무보증한 증권사
부동산PF 대출해준 여전사·저축은행 리스크 높아져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부동산 경기 악화와 대출금리 상승,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비은행금융기관의 유동성 리스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증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이 채무보증이나 대출의 형태로 약 62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부동산PF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유동성 리스크란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관련 위험도를 의미한다.


22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와 여전사의 유동성 지표가 채권금리 상승으로 인한 단기부채 증가 탓에 악화됐다. 증권사 유동성비율(3개월내 유동성 부채 대비 유동성 자산)이 코로나19 전후로 13%포인트(2019년 말 133.7%→ 올해 3분기 120.6%) 떨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최근 비은행기관의 유동성리스크가 부동산 PF 부실 우려, 대내외 금융시장 불안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증권사의 경우 지난 3분기 기준 부동산PF 채무보증 규모는 23조9000억원에 달한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PF 대출을 기반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데 거기에 대해 증권사가 보증을 서는 형태"라며 "만기가 왔을 때 차환이 제대로 안 되면 증권회사가 대신 그 돈을 갚아줘야 하는데 만기가 짧아서 유동성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여신전문회사의 부동산PF대출은 27조1000억원으로 이 중에서도 브릿지론(본 PF로 넘어가기 전 택지매입비 등 부동산 개발사업의 초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대출)이 특히 유동성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여전사의 경우 대부분 자금을 채권발행으로 조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여전채 발행 여건이 악화했다"며 "단기채권 발행량을 늘리면서 차환 리스크가 증대됐다"고 했다.

저축은행도 부동산 PF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10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8.8%나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자기자본대비 PF비중은 75.9%로, 금융권 중에 가장 높다. 또한 2018년 이후 급증한 5000만원 이상 거액예금이 이탈할 확률이 높고, 수신금리 인상 여력도 충분하지 않아 유동성 리스크가 높아질 것이라는 게 한은 분석이다.


보고서는 "비상자금조달계획 점검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유동성 상황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기관도 신용리스크로 인한 자금조달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당금 적립 규모를 확대하고, 긴급 유동성 확보를 위한 신용공여 약정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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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입장 바꾼 與…'대체공휴일'의 정치 셈법
수정 2022.12.22 07:27입력 2022.12.22 06:57

민주당 "빨간날 돌려드린다" 대체공휴일 도입
국민의힘, 1년전 "졸속 강행처리" 반발하다 "효과있다" 선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반등 카드되나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정부·여당이 크리스마스와 석가탄신일을 대체공휴일에 포함하는 '대체공휴일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내년 '석가탄신(5월 27일, 토요일)'부터 쉴 수 있게 됐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대체공휴일 확대를 제안한 지 하루 만에 정부가 수용하면서부터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내년 공휴일은 기존 13일에서 14일로 늘어나게 됐다.


정작 올해를 넘기기 전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내년도 예산안은 12월 한 달 내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데, 아무리 정부 시행령이라고는 하지만 예산안 진척 상황과 비교하면 전광석화다. 여야 신경전이 팽팽한 예산 정국에서 굳이 대체공휴일 확대에 집중한 이유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빨간 날을 돌려드리겠다" 대선·지방선거 앞두고 민주당이 쏜 대체공휴일…당시 "졸속 통과" 비판

대체공휴일 확대는 지난해 6월, 집권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그해 8월 15일 광복절 때부터 적용됐다. 휴식이 있는 삶을 보장하고 내수진작 등을 고려해 나왔던 법안이지만, 당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과 코로나19 경제위기와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고용시장을 이중구조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진행한 '공휴일 법제화를 위한 입법 법률안' 공청회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근로시간 단축, 휴가·휴일제도 확대로 기업 부담이 증가했다면서 휴식권은 연차 휴가 사용 등의 현행 제도를 활용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국민의힘도 지금은 내수 진작과 국민 휴식권, 종교계 요청 등을 이유로 들며 크리스마스와 석가탄신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불과 1년 전만 입장이 달랐다. 당시 국회 행안위 소속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본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면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행안위 소속 위원들이 연 기자회견에서도 "민주당이 졸속, 단독, 강행 처리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 제대로 된 경제적 검토도 없이 졸속 심사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불과 1년 사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대체공휴일 확대 '효과'가 나온 것일까.


올해 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에서는 "대체공휴일 제도 도입 이후 효과를 살펴보니 유통, 여행, 외식업계 등에서 내수 진작 효과가 뚜렷하고 국민들이 즐기는 휴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대체 공휴일 지정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할 때가 됐다"(주호영 원내대표,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는 말이 나왔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정부는 이튿날 바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이런 내용을 담아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대체공휴일 적용 대상에 크리스마스와 부처님오신날을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민주당이 노렸던 '표심용 카드', 尹 정부에선 '지지율 반등 카드'로

민주당이 지난해 대체공휴일 확대를 추진했을 당시에는 5차 전국민재난지원금도 함께 논의됐었다. 이를 두고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이듬해인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집권여당의 표심잡기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공수가 바뀐 올해, 대체공휴일 확대를 통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가져갈 수 있는 것 또한 결국 '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정례 여론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로 12일~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2509명을 대상으로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5개월 만에 40%를 넘어서 41.1%를 기록했다. 이태원 참사 등 악재가 겹쳐 30%대를 맴돌며 지지부진했던 지지율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등으로 원칙 대응 의지를 밝힌 이후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1.4%를 기록해 7월 1주 차 이후 5개월여 만에 40%대로 회복했다. 민주당과의 차이는 2.3%포인트로 4주째 좁혀지고 있다.


이번 대체공휴일 확대 카드가 상승세를 탄 정부·여당의 지지율에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년에 대체공휴일 확대 때 깊이 있게 논의하지 못하고 '졸속'이라고 비판했던 그 관점으로 돌아가, 이번에는 보다 세심하게 대체공휴일 확대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당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 바 있다.


"노동 시민들의 노동기본권과 휴식권에서 차별과 배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에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당시 정의당 논평을 상기할 때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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