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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사우디, 2년마다 정상회담 '밀착'…경제협력·다극화 '속도'

수정 2022.12.09 10:05입력 2022.12.09 10:02

시진핑 "사우디는 다극체제 중요세력"
실질적 경제협력 다지는 동시에 美 견제 쐐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정상이 2년마다 주기적으로 만나기로 합의하며 전례없는 우호 관계를 구축했다. 중국은 '다극체제'를 내세워 중동 내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던 사우디에 밀착, 에너지와 무역분야 등 실질적 경제협력과 미국 견제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게됐다.


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전날 사우디 왕궁에서 만나 포괄적전략동반자협정을 체결하고, 2년마다 두 나라 정상이 정례적으로 회담을 갖는 데에 합의했다.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 협력관계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에너지, 물류, 의료 등 34개 분야 투자협약= 이번 회담 기간 중국과 사우디는 녹색에너지, 운송, 물류, 의료산업 및 건설 등 분야의 34개 투자 계약서에 서명했다. 아울러 양국은 인적 교류와 문화 교류를 확대하는 데에도 합의했다고 중국 현지언론은 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왕국의 '비전2030'을 중국의 일대일로와 조화시키는 계약에도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은 "양국이 도달한 공감대가 실질적인 협력 성과로 전환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중국은 사우디를 다극체제의 중요한 세력으로 간주하며, 사우디와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소통을 강화하고, 각 분야의 협력을 심화하며 발전 이익에 봉사하고 세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살만 국왕 역시 "중국의 이익도 사우디의 이익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지속 발전을 통해 양국 우호 인민에게 혜택을 주고싶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이번 일정 중 사우디 최초의 대학교인 '킹사우드대학교'로부터 명예 박사학위를 받기도했다. 수여식은 리야드 왕궁에서 진행됐으며, 행사에는 빈살만 왕세자가 참석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킹사우드대 법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같은날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 압델 파타 알 부르 한 수단주권위원회 위원장, 미샬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쿠웨이트 왕세자 등을 잇달아 만나는 등 아랍권을 향한 외교 보폭을 넓혔다.


압둘아지즈 사게르 걸프협력회의 이사장은 타임스에 "중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중동 지역의 다른 국가로 확장될 수 있는 좋은 모델"이라면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 간 문제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입장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양국 간 협약에 대해서도 "일대일로와 비전2030은 많은 상호보완성이 있다"면서 "더 강한 유대를 맺는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中, 대대적 보도…"아랍국가들, 美 보다 中 원해"= 중국 내에서는 이번 회담 성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한편, 별도의 설문조사를 통해 아랍 국가들이 역내에서 미국보다 중국의 역할에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타임스는 지난달 8일부터 25일까지 중국과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집트, 요르단, 알제리 등 6개 아랍국가의 18~70세 응답자 5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를 게재했다. 조사는 타임스와 베이징외국어대학 아랍어학부가 공동으로 추진했다.


타임스는 "아랍권 응답자의 76.7%가 중국의 발전이 아랍세계에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 1%만이 중국의 문화·경제 및 지역안보 영향을 언급하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면서 "71%의 응답자들이 향후 중국과 더 깊은 관계를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지역 거버넌스와 관련해 미국과 견줘 중국에 대한 우호적 감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역 문제에 대해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국가를 고르는 질문에 46.9%가 중국을 택했고, 미국을 꼽은 응답자는 절반 수준인 23.7%에 그쳤다.


산업 측면에서의 상호 투자 및 교역 증가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중국 내에서 쏟아졌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아랍국가 간 양방향 직접투자 규모는 지난해 270억달러(약 35조4564억원)를 기록, 10년 전 대비 2.6배 증가했다. 총 교역액은 1.5배 늘어난 3303억달러에 달했고, 올해는 이미 작년 연간 교역액을 추월해 3193억달러로 몸집을 불렸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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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도 등번호도 없었던 '그림자 태극전사'…"현규야, 고맙다"
수정 2022.12.09 06:30입력 2022.12.09 06:30

월드컵 예비엔트리로 카타르행 오현규
최종명단엔 빠졌지만 함께 훈련하며 도와
손흥민 "오현규는 가장 중요한 선수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사흘 앞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오현규가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가운데 주목받지 못했지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바로 '27번째 태극전사' 오현규다.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한국 대표팀은 귀국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장 손흥민은 "현규에게 너무나도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이번 월드컵에 저 때문에 와서 희생했다. 어린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이 팀에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그 역할에 충실히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명단에 들지 않았지만, 제게 있어서는 이번 월드컵을 같이 한 선수 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앞서 주전 공격수인 손흥민이 안와 골절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파울루 벤투 감독은 수원 삼성의 공격수 오현규를 카타르에 데려왔다. 벤투 감독은 오현규의 결정력과 폭발력을 믿었고 오현규를 '예비 명단'에 넣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이미 FIFA에 월드컵 명단 제출을 완료한 상태였지만, 심각한 부상 등의 이유가 있다면 24시간 전에 선수 명단 변경이 가능하다.


하지만 손흥민이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와 브라질과의 16강전을 모두 소화하면서 오현규의 최종 명단 합류는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결국 오현규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 26명에 들지 못했다.

월드컵 경기 출전과 벤치에 앉을 기회를 얻지 못했고 등번호도 없었지만, 오현규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등번호 없는 유니폼을 입고 도하 현지에서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로 활약했다. 그의 노력과 희생을 아는 동료 선수들은 도하 입성 이후 국가대표팀 사진 촬영 당시 등번호가 없어 사진을 찍지 않으려던 오현규를 불러서 함께 사진을 찍으며 그를 챙겼다.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이 확정됐을 때도 오현규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몸을 푸는 오현규(왼쪽부터), 손흥민, 손준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현규는 귀국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22년 잊지 못할 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비록 정식 엔트리도 아니고 그라운드도 밟지 못했지만 꿈에 무대인 월드컵에 한 일원으로서 함께 한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큰 기쁨이었고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함께 월드컵을 준비하고 땀 흘리는 순간이 저에게는 큰 배움이었고, 축구 선수로서 또 하나의 꿈을 꾸고 더 나아갈 수 있게 해주신 감독님을 비롯한 모든 스텝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며 경기장을 찾아주시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함께 뛰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13골(3도움)을 기록하고, 팀을 리그에 잔류시키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오현규에게 축구 팬들은 내년 9월 예정인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년 1월 파리올림픽 최종 예선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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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위자료 1억이 너무 많은 이유
수정 2022.12.12 08:48입력 2022.12.09 11:21

이혼소송 액수의 3분의1
일부선 "턱없이 적다"
판결서 억대 위자료 처음
혼인파탄 책임 확실히 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서윤 기자] 수조원대 자산가가 혼외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민법 제840조에 규정된 이혼사유 제1호에 해당한다. 혼외자 고백 7년, 이혼 소송 시작 5년 만에 가정법원은 그에게 이혼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의 배우자가 요구한 위자료 액수의 3분의 1 수준이다.


재계 서열 2위 SK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회장 얘기다. 이 판결 이후 많은 여성이 "위자료가 턱없이 적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SK㈜ 보유 주식 가치만 2조6000원대다. 1억원은 너무 작아 보인다. 하지만 이혼 전문 변호사 가운데는 위자료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놀랐다는 사람이 많다. 공개된 법원 판결에서 억대 위자료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혼 소송에서 법원이 위자료를 인정하는 경우는 외도 아니면 폭행이다. 폭행보다 외도 위자료 액수가 많은 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외도 위자료 상한은 1500만원 내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액수가 올라가는 추세다. 요즘은 2000만원 판결도 자주 나온다. 법조계에선 지금까지 위자료 상한을 5000만원이라고 봤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단순한 외도가 아니라 혼외자까지 있는 경우에도 위자료는 5000만원이 상한"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분할금액은 적게, 위자료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책정하며 법원도 부담 없는 판단을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원은 재산분할 665억원, 위자료 1억원 등 총 666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이 요구한 재산분할의 약 5%에 불과한 금액만 주는 것으로 마무리 짓게 해주면서도 결론적으론 최 회장에게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법원은 위자료를 산정할 때 부정행위 경위, 가담 정도, 부정행위 기간 및 횟수, 발각 후 정황을 비롯해 나이, 직업, 재산 정도를 고려한다.

법 관행과는 별개로 최 회장 위자료 액수를 둘러싸고선 비난이 나온다. 사실 위자료 액수 자체가 낮다는 데 대해 법조계에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김정세 법무법인 재현 대표변호사는 "외국에 비해서 낮은 건 사실이고, 2000만원은 당사자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낮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정신적 고통의 크기를 측정할 방법이 없다 보니 법원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자료가 1500만원 선까지 오른 것도 2015년 이후라고 한다. 그 전엔 더 낮았다. 이번 재판 이후 과거 판례에 근거한 위자료의 수준, 낡은 관행을 시대에 맞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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