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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채무 '악성 임대인'…제 전세보증금 받을 수 있나요

수정 2022.11.26 07:00입력 2022.11.26 07:00

이사 때 '확정일자' 받아놨다면 안심
경매 넘어가도 선 순위 채권자로 인정
임차권 등기명령 땐 신청 후 완료시간 고려

28일 서울 강서구 화곡로 대한상공회의소 내 위치한 전세피해 지원센터에서 한 시민이 전세사기 피해 접수 관련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상담을 받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다른 채권자들이 압류·가압류를 걸어놓았네요.
제 보증금,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전세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고 금액이 지난달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임차권 등기명령을 고려하는 세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법원에 신청해 등기를 마치면 우선변제권을 보장받고 이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악성 임대인'으로 불리는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가 급증하고 있어, 임차권 등기명령만으로도 안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위 가상의 사례처럼, 이미 다른 채권자까지 낀 경우라면 임차권 등기마저 무력화될까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사를 하던 때 '확정일자'를 받아놨다면 안심해도 된다고 조언한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계약 당시 집주인의 채무 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정상적으로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부동산 경매 등에서 선 순위 채권자로서 전세금 돌려받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설사 임차권 등기가 다른 채권자의 압류 절차보다 늦더라도 확정일자가 더 빠르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부동산경매에서 법률상 선 순위 채권자로 판단되는 건 임차권등기가 아니라 확정일자라는 점이다.


엄 변호사는 "다른 채권자의 압류나 가압류보다 세입자의 확정일자가 앞서 있다면 임차권 등기명령이 등기부상 나중에 올라가더라도 다른 채권자들보다 전세금을 우선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전세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고 금액은 지난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를 통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 사고금액은 1526억2455만원으로, 9월(198억727만원) 대비 39% 늘었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로 이사 가는 세입자에게 안전장치가 된다.


다만 임차권 등기 신청 과정에서 세입자가 주의해야 할 점도 존재한다. 임차권 등기는 전세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신청할 수 있지만, 완료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된다.


엄 변호사는 "임차권등기 신청 직후 이사하는 것보다는 등기부에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하고 이사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만약 급한 사정이 있는 세입자라면 가족 중 일부를 먼저 전입시키고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후 나머지 가족이 전입해야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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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의혹’ 추기경, 교황과의 통화 몰래 녹음까지…
수정 2022.11.26 22:30입력 2022.11.26 22:30

한때 교황 최측근이었으나 횡령·직권남용으로 재판 넘겨져
녹취록에는 ‘테러 조직에 수녀 몸값 지급’ 등 내용 담겨

횡령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조반니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 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교황청 국무장관 대리와 시성성 장관을 지내 바티칸 핵심 인물로 손꼽혔던 조반니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이 자신의 재판을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사실이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현지 언론은 조반니 안젤로 베치우(73·이탈리아) 추기경이 지난해 7월 24일 교황과 전화 통화에서 나눈 대화를 담은 녹취록을 입수해 내용을 공개했다. 통화는 베치우 추기경의 횡령·직권남용·위증교사 등 혐의와 관련한 재판이 시작되기 사흘 전 이뤄졌다. 베치우 추기경의 숙소에서 스피커폰으로 이뤄진 통화는 추기경의 친척으로 알려진 제3자가 녹음했다고 전해졌다. 이 녹취록은 지난 24일 바티칸 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증거물로 제출됐다.


교황과의 통화에서 추기경은 2017년 아프리카 말리에서 피랍된 콜롬비아 국적 글로리아 세실리아 나바레스 수녀의 몸값 지급과 관련해 "그 수녀가 풀려나도록 하기 위한 작전을 개시할 권한을 내게 줬습니까? 아닙니까?"라고 교황에게 물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몸값을 50만달러(약 6억7000만원)로 정했고, 테러범의 호주머니에 들어가는데 더 많은 돈을 주는 것은 부도덕하므로 더는 안 된다고 말한 것 같은데 기억하십니까?"라고 연달아 물으며 대답을 재촉했다. 통화 당시 결장 협착증 수술을 받고 퇴원한지 10일째였던 교황은 이런 내용이 '희미하게' 기억난다고 말하면서 확인이 필요한 사항을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추기경에게 말했다.


첼시 지역 고급 부동산 매매 비리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2011~2018년 교황청 국무장관 대리로 재직하는 동안 매일 교황을 알현하는 최측근이었던 베치우 추기경은 교황청 재정에 180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떠안긴 영국 런던 첼시 지역 고급 부동산 매매 비리 사건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은 교황청의 방만하고 불투명한 재정 운영 문제를 드러냈으며, 특히 전 세계 신자들이 보낸 헌금인 '베드로 성금'이 투자 밑천이 됐다는 점에서 가톨릭 교회 안팎의 비난 여론이 컸다. 원래 베드로 성금은 교황의 사목 활동 자금으로, 전 세계 분쟁·재해 지역 주민·빈곤층 지원에 쓰여야 한다. 결국 베치우 추기경은 지난해 7월 부동산 매매 브로커를 비롯한 다른 피의자 9명과 함게 재판에 넘겨졌으나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추기경은 2020년 9월 이유도 밝히지 않고 갑작스레 사임했으며 교황청은 성명서에서 "교황은 베치우 추기경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락했다"고만 밝혔다. 베치우 추기경은 사임에도 추기경직을 유지하지만,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투표(콘클라베)에는 참가할 수 없다.

베키우 추기경은 이밖에도 교황청을 위한 비선 외교 활동 명목으로 '안보 컨설턴트' 를 자칭한 체칠리아 마로냐에게 57만5000유로(약 8억원) 상당의 교황청 자금을 지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CNN은 추기경이 국제테러 관련 전문기업인 영국 잉커먼 그룹에 피랍 수녀 석방을 위한 비용을 지급하려던 것이라면서, 교황에게 횡령 혐의로 함께 기소된 마로냐에 대한 자금 지급을 승인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길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녹취록에서 언급된 피랍 수녀 글로리아 세실리아 나바레스는 지난해 10월 9일 풀려났으며, 알카에다와 관련 있는 현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에 납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교황청은 지난 7월 미국계 사모펀드 그룹 '베인 캐피털'에 문제의 영국 런던 부동산을 매각하는 절차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매각액은 1억8600만 파운드(약 2909억원)다. 교황청은 2014년 해당 부동산을 매입해 총 3억5000만 유로(약 4747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18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바티칸은 구체적인 손실액은 공개하지 않고 그저 런던 부동산 매매에 따른 손실 전액을 예비기금으로 충당했다고만 밝혔다. 앞서 바티칸 사법당국은 2년간의 수사를 거쳐 지난해 7월 베치우 추기경을 포함한 총10명을 재판에 넘겼는데, 이들 가운데에는 부동산 매입·운영 과정에서 부당 이익을 챙긴 브로커, 거래의 부적절성을 인지하고도 눈감고 넘어간 바티칸 금융감시기관 고위 간부 등이 포함돼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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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중심' 아니면 DTx 어렵다"… 대상별 특징도 고려해야
수정 2022.11.26 12:31입력 2022.11.26 12:31

2022년 대한디지털치료학회 추계학술대회
김재진 "조만간 1호 DTx 나올 것… 불면증 DTx"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DTx)'가 곧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그다음 단계인 급여화 및 상용화 과정에 대한 논의도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효과적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환자 중심성'을 토대로 환자와 돌봄제공자(care giver)들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하나스퀘어에서 열린 '2022년 대한디지털치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김재진 디지털치료학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조만간 불면증 DTx로 1호 DTx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DTx가 많이 쓰이려면 효과가 확실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하고,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상업화가 안 되면 보급될 수 없는 만큼 상업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불면증 DTx '솜즈'를 개발 중인 에임메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고, '필로우Rx'를 개발 중인 웰트도 확증 임상을 마치고 허가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올해 안으로 국내 첫 DTx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하지만 식약처 허가를 받더라도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강력한 공적 보험 체계가 자리 잡고 있는 한국에서는 건강보험 급여화 진입은 곧 시장 진입과 동의어다. 급여화 과정에서 혁신의료기술 평가 트랙을 적용해 우선 시장에 진입시킨 후 실제세계데이터(RWD)에서 표준치료 대비 효과를 입증하는 방식을 정부가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 과정을 통과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DTx 가치 인정, 환자 중심성에서 시작해야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하나스퀘어에서 열린 '2022년 대한디지털치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신재용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에버트라이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신재용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에버트라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DTx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의료서비스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면 심리상담이 주당 10만원으로 100의 효과를 보고, DTx가 주당 1만원으로 30의 효과를 준다면 기존 치료가 효과 면에서는 물론 우월하다“면서도 "하지만 DTx는 24시간 동안 전문화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비용 대비 효과성은 더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진부할지 몰라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환자 중심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DTx의 효과에 대해 단순 의료비 절감을 넘어 독일의 디지털 건강 애플리케이션(DiGA)처럼 노동 생산성 개선 등 부수적 효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신 교수는 불면증 DTx와 관련해 자체 추산한 결과 "50대 환자에게 쓰인다면 지출 비용이 130억원인데 비해 직접적인 의료비 절감은 6억8000만원에 그친다"며 "절대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생산성 개선은 329억원에 달한다"며 "단순한 의료적 효과·비용 절감이 아닌 불면증 증상 개선으로 회복되는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해 DTx의 파급효과를 보다 실제적으로 봐 연착륙을 이뤄내야 한다"고도 전했다.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하나스퀘어에서 열린 '2022년 대한디지털치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상열 경희디지털헬스센터장(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이상열 경희디지털헬스센터장(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도 역시 비슷한 고민을 내놨다. 그는 "DTx는 부작용이 없고, 개발 기간과 비용은 적은 데 비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복약 순응도는 높다고들 많이 말하지만 의사로서 100% 동의는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이 센터장은 유튜브를 통한 환자·보호자 교육 콘텐츠부터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당뇨 환자의 혈당 조절 등 디지털 헬스 솔루션을 통한 다양한 성과가 나고 있다면서도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며 "의사 입장에서는 '차라리 약을 하나 더 쓸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결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의료서비스와 연계돼 쓰이기 위해서는 많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RWD를 확보하는 등 효과성을 실제로 증명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성 없으면 '꽝'… 대상자 별 UI/UX 고려해야

이날 발표에서는 보다 효과적인 DTx의 RWD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자별로 어떤 점에 신경 써 DTx를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자폐 스펙트럼 소아·청소년 대상 DTx를 개발하고 있는 홍화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소아·청소년의 경우 돌봄 제공자가 함께 DTx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홍 교수는 "DTx에서 중요한 것은 사용성과 함께 사용자 경험(UX)"라며 "어떤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꾸준히 탐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 중인 여러 앱에서 가족의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를 확보하는 한편 부모 자녀 간 상호 평가 도구를 도입하는 등 대상자뿐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하나스퀘어에서 열린 '2022년 대한디지털치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준영 서울의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모코그 공동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노년기에 주로 나타나는 경도인지장애(MCI) 치료 DTx '코그테라'를 개발한 이준영 이모코그 대표도 "초기 앱은 쓸 수 있는 사람이 20% 정도였다"며 "MCI 등으로 기억력이 떨어지면 학습도 어려워지는 상태에서 어떻게 쓰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접근이 쉽고 간단하게 구동되는 앱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앱 사용상의 제스쳐를 더블 탭(두 번 누르기), 스와이프(쓸어 넘기기) 등의 복잡한 제스쳐를 모두 배제하고 탭(한 번 누르기)으로 통일하는가 하면 잘못 입력하더라도 자동 교정이 되고, 조금만 입력해도 관련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게 하는 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최적화를 통해 20% 수준이었던 사용 가능자의 비중을 85%가량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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