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렉, 美 상무부와 소송서 최종 승소
고율 관세 재산정 판결도 이어져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10여년 전 미국에 수출한 한국산 변압기에 미국 정부가 부과했던 고율의 반덤핑 관세가 사라졌거나 삭감될 것으로 보여 숙원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전력기기 및 에너지솔루션 계열사 현대일렉트릭은 최근 미국 정부와 변압기 반덤핑 관세 부과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지난 9일 제소자인 스위스 전력기기 생산업체 ABB 측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현대일렉트릭의 손을 들어줬던 미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의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반덤핑 관세란 수출국이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수출해 수입국 산업이 피해를 보았을 경우 부과하는 세금으로, 한국산 변압기는 2011년 ABB, 델타 스타 등 미국 업체들의 제소로 반덤핑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미국 상무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매년 특정 기간 수출물량에 대해 관세율을 정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반덤핑 제4차 연례재심에서 2015년 8월부터 2016년 7월까지 현대일렉트릭(당시 현대중공업의 전기전자사업부)가 미국으로 수출한 변압기에 대해 60.81%의 달하는 반덤핑 관세율을 부과했다. 또 효성중공업에는 37.42%, 일진전기 37.42%, LS일렉트릭 15.74% 각각 부과했다.
이에 그해 3월 현대중공업은 상무부의 결정에 대해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했다. CIT는 지난해 7월 관세율을 재산정하라는 판결에 이어 반덤핑 관세율 0%를 승인했다.
하지만 ABB는 다시 9월 CAFC에 항소했고, 올 8월 CAFC는 앞서 CIT의 결정을 승인했다. 이번에 ABB측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결과적으로 반덤핑 관세 부담을 마침내 해소하게 됐다.
현대일렉트릭은 관세를 충당하기 위한 비용으로 인식한 8369만달러, 한화 1011억원을 지난 3분기 영업외손익에 반영하면서 순이익 10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기록한 39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실적의 밑바탕이 됐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다른 반덤핑 소송에서도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게 됐다. 현대일렉트릭은 2016년 제기된 2차 연례재심 관련 소송, 2020년 제기된 6차 연례재심 소송을 진행 중이다.
2차 연례재심 관련 소송에서는 CIT가 미 상무부가 산정한 16.13% 관세율을 수용해 확정판결했는데, 다시 현대 측이 2020년 7월 CAFC에 항소, 지난 5월 CAFC가 파기환송 판결을 하면서 CIT에서 관세율을 재산정할 예정이다. 6차 소송 역시 60.81%의 반덤핑 관세율 판정에 대해 CIT가 지난 5월 재산정 명령을 내린 상태다.
아직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관세율이 낮아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미국 반덤핑 관세 소송과 관련해서 앞으로 발생 가능한 손실도 이미 재무제표에 반영했고, 법원 판정에 따라 향후 손실이 환입될 여지도 있다"면서 "2019년 이후 미국 현지 생산을 추진하면서 반덤핑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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