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 잇따르며 군부 불신 더욱 심화
측근정치 심화에 고위관료들 불만도 확산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선에서의 패전이 잇따르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부보다 일부 측근들과 전쟁문제를 논의하는 등 측근정치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선봉부대를 이끌고 있는 용병부대, 바그너그룹을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체첸 용병대를 이끌고 있는 람잔 카디로프 등 비선실세들의 입지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 및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측근들의 전횡까지 확대되면서 고위관료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실제 작전을 진행하고 있는 군부와 관료들이 오히려 최고 통수권자의 의중을 알기 힘들어지면서 러시아군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푸틴의 요리사' 프리고진, 독대 횟수 늘어나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된 러시아 관련 정보보고서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최근 그의 전속 요리사이자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을 이끌고 있는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자주 독대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독대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전략이 잘못됐다거나 보급품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기 이전부터 그의 전속요리사였다고 알려진 인물로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에는 러시아 최대 급식업체인 콩코드 케이터링의 대표로 취임했다. 또한 해당 케이터링 업체 산하에 용병기업인 바그너 그룹을 세워 푸틴 대통령의 친위부대로 이끌어온 인물이다.
그동안 비선실세로만 알려져 표면적으로 잘 나서지 않던 그는 최근 푸틴 대통령과의 독대 횟수를 늘려가며 러시아 군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직접 러시아 매체들과 인터뷰를 자처해 우크라이나 전선 상황에 대한 러시아 국방부의 전략을 비판하고, 동원령 시행 이후에는 직접 사병모집을 독려하며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리고진과 함께 최근 러시아 내에서 입지가 커진 푸틴 대통령의 또다른 측근은 람잔 카디로프 체첸군 사령관으로 손꼽힌다. 그는 1999년 체첸 민병대를 조직한 이후 러시아 정부에 투항했으며, 이후 2008년 조지아 전쟁, 2017년 시리아 전쟁 등에 자신의 용병부대를 이끌고 참전해 푸틴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왔다.
그는 지난 5일 러시아군 내 3번째로 높은 지휘계급인 상장 계급을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수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디로프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푸틴 대통령이 나에게 상장 계급을 수여한다고 직접 통보하고 축하해줬다"고 밝혔다. 카디로프는 자신의 10대 어린 세 아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출격시키겠다고 선언하며 최근 신병모집을 독려하고 있다.
흔들리는 러시아 군부…차기 국방장관에 쏠리는 눈
[이미지출처=연합뉴스]비선실세들로 알려졌던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이 최근 입지를 키우는 이유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국방장관인 세르게이 쇼이구 장관의 입지가 흔들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계속되는 패전으로 국방장관 교체 목소리가 커지면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자리인 국방장관직을 놓고 측근정치가 더욱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푸틴의 측근들이 미국과 서방의 대러제재로 재정압박을 받으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권 내 강력한 정치적 입지를 얻고자 경쟁하고 있는 것"이라며 "쇼이구 장관은 지속된 패전에 대한 책임으로 현재 직무에서 거의 배제된 상태이며, 전황보고 등은 각급 사령관들이 직접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측근정치가 심화되면서 러시아 군부 및 고위관료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러시아 관료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프리고진이나 카디로프 같은 측근들의 입지가 커지는 것은 현대가 아닌 중세적인 범죄집단 분위기로 정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러시아 고위 관료나 엘리트들이 이런 상황을 계속 두고보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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