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에 재건축 단지도 줄줄이 유찰
주택시장 뜨거웠던 지난해와 상반돼
아시아선수촌·상계주공 등 인기단지도 외면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최근 ‘집값 선행지표’로 꼽히는 법원경매에서 재건축·리모델링 아파트의 인기도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데다 재건축 규제완화가 생각보다 더뎌지면서 수요자들도 응찰에 신중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도 정비사업 단지 물건이 유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8일 법원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전날 서울동부지방법원 경매4계에서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99㎡(전용면적)짜리 물건에 4명이 응찰하며 24억2400만원(낙찰가율 90.1%)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로 예컨대 낙찰가율이 90.1%라면 감정가 1억원인 아파트가 9010만원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이 물건은 지난 6월 열린 경매에서 낙찰받으려는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지난 8월 경매에서 응찰자 11명이 몰리며 낙찰됐지만 낙찰자가 대금을 미납하면서 전날 재매각 경매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직전 경매와 달리 응찰 열기가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이 단지는 1356가구 규모로 올림픽선수기자촌(5540가구), 올림픽훼밀리타운(4494가구)과 함께 '올림픽 3대장'으로 불리는 재건축 단지다.
법원경매에서 인기가 꺾인 것은 아시아선수촌만이 아니다. 지난 11일 경매로 나온 강남구 대치동 대치현대 115㎡ 물건은 응찰자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630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1999년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거듭난데다 최근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2단 변신’을 추진 중인 곳이다. 특히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2호선 삼성역 사이에 위치해 있어 대표적인 강남권 아파트로 통한다.
지난 8월에는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10단지 59㎡짜리와 11단지 58㎡ 물건이 각각 두 차례 유찰 끝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강북지역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이들의 낙찰가는 각각 6억1597만원과 6억199만원으로 낙찰가율은 78%, 75%에 불과했다. 이는 주택시장의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해와는 상반된 모습으로 지난해 2월 경매로 나온 상계주공 14단지 46㎡의 경우 응찰에 46명이 몰리면서 4억810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이는 감정가보다 2억2260만원 높은 가격으로 낙찰가율이 189%까지 치솟은 셈이다.
이처럼 재건축·리모델링 단지 물건들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가 심화되면서다. 최근 들어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주택 시장의 거래 절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시장에 급매물이 늘어나면서 하락폭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경매물건 감정가가 수요자 인식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인식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경매로 나온 아파트 매물의 감정은 통상 경매 개시 6개월~1년 전에 진행되는데 감정이 진행됐던 시기가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나온 지난해였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 관련한 규제완화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건축 단지 물건이 경매로 나오면 낙찰가율이 치솟았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라며 “여전히 일반 아파트 물건보다는 인기가 상대적으로 많지만, 금리도 높고 재건축 사업 추진도 주춤한 상황에서 투자 수요들도 섣불리 뛰어들기는 어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