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본 20차 당대회
반미 메세지 던지며 미중 갈등 심화 예고
'중국 특색사회주의' 28차례 언급…중앙집권 사회주의 강조
반면 명확한 경제 성장 목표는 제시하지 않아
"2035년까지 인당 GDP 중진국 수준까지" 애매한 구호만
우크라이나 전쟁, 신장 위구르는 언급 안해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개막한 제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업무보고를 통해 밖으로는 반미(反美)와 국력 강화의 메세지를 던지는 동시에 안으로는 1인 통치 체제와 중앙 집권적 사회주의 심화를 예고했다. 반면 코로나19 방역으로 힘을 잃은 경제 성장동력에 대한 회복 방안과 구체적 목표는 제시하지 않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를 '중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애매한 구호만을 내놨다.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아온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판단 역시 입에 올리지 않았다.
시 주석은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차 당대회 개막식에 참석, 1시간 44분짜리(1만4400여자) 업무보고 연설을 통해 지난 10년의 성과와 향후 중장기 정책 구상을 밝혔다. 앞선 2017년 19차 당대회(3시간30분, 3만2000여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짧아졌지만, 대외·대내 정책 구상에서는 보다 강한 반미·사회주의를 천명했다. 연설 도중 여러 차례 목이 잠겨 물을 마시면서도 시 주석은 좌중의 박수를 수차례 이끌어내며 '장기집권'의 포문을 열었다.
◆"패권주의 반대" 美 견제…'무력사용'도 언급= 이번 연설에 '미국'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은 '패권주의'나 '외부세력' 등의 표현으로 에둘러 미국에 날을 세웠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긴장이 고조된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그는 "패권주의와 강권주의, 그 어떤 일국주의나 보호주의에도 반대한다"면서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무력사용을 포기한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않겠다"며 "이는 외부세력의 간섭과 극소수 '대만독립' 분열분자들, 그리고 그들의 활동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문제를 언급할 때에는 인민대회당에 모인 2296명의 당대회 대표(대의원) 좌중이 가장 크게 호응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간의 경제 성과를 나열하는 와중에도 미국에 대한 견제의 태도가 엿보였다. 시 주석은 성과와 역량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대외정책은 완전히 벗어던지고 '세계 1위'라는 표현을 쓰는 데에 거침이 없었다. 시 주석은 "제조업의 규모와 외화보유액이 안정적으로 세계 1위를 유지했다"면서 "곡물 총 샌산량이 굳건히 세계 1위를 이어가며 14억이 넘는 인구의 식량안보와 에너지안보가 효과적으로 보장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서는 "GDP가 54조위안(약 1경778조9400억원, 2012년)에서 114조위안(2021년)으로 증가해 세계 경제 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5%로 7.2%포인트 높아져 세계 2위에 확고히 올라섰다"며 "1인당 GDP는 3만9800위안에서 8만1000위안으로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강한 중국'을 위한 군사력 강화의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를 달성하고, 인민군대를 하루 빨리 세계 일류의 군대로 건설해야 한다"면서 "군대가 당의 지휘에 복종하도록 확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중국 특색사회주의'에 대해 강조하는데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이 단어는 연설중에 총 28번이나 등장했다. 지난 19차 당대회 당시(69번)와 비교하면 빈도가 크게 줄어든 것이지만, 공동부유(4번), 샤오캉(모든 인민의 물질적 풍요, 3번), 중국몽(3번) 등 시 주석이 줄곧 주창해오던 기타 정책과 견주면 가장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는 "중국 특색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중국 공산당의 영도이고, 가장 큰 우월성도 중국 공산당의 영도"라면서 "당중앙의 집권적 통일영도를 견지하는 것은 최고의 정치적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특색사회주의 사상은 지난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공식 언급된 것으로 마르크스 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 과학발전관과 함께 당의 지도 사상으로 당장(당헌)에 이름이 올라있다. 이번에는 당장을 고쳐 중국 특색사회주의 사상이라는 용어를 아예 ‘시진핑 사상’으로 바꾸고, 시 주석의 절대권력과 장악력을 상징하는 ‘두 개의 확립(兩個確立)’과 ‘두 개의 수호(兩個維護)’라는 표현도 함께 삽입할 예정이다.
◆"중진국 수준" 애매한 목표…비판 여지 없애= 반면 시 주석은 향후 자신에게 비판의 화살로 돌아올 만한 내용들은 언급을 피하거나 애매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거대담론을 얘기하며 해석의 여지를 많이 두는 중국 '지도자 화법'의 연장선이다.
특히 '시진핑 3기'의 최대 과제로 꼽히는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목표치나 구호를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10년 간의 성과를 말하면서 GDP와 1인당 GDP까지 꺼내 든 것과는 온도차가 크다. 그는 대신 2035년까지 1인당 GDP를 '중진국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애매한 목표만을 내놨다.
시 주석 이전에는 당대회에서 경제성장의 목표치가 발표됐었다. 16차와 17차 당대회때는 GDP 성장률 목표가 나왔고, 후진타오 전 국가 주석은 18차 당대회 당시 마지막 업무보고를 통해 "2020년까지 GDP와 1인당 국민소득을 두 배로 확대할 것"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시 주석 집권 이후부터는 샤오캉, 공동부유와 같은 가치에 무게를 실으며 양적성장보다는 질적성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제로코로나 여파로 올해 5.5% 성장의 목표가 좌초된 가운데, 중장기 경제 운용 실패의 책임을 요구받는 등 비판의 여지를 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그가 언급한 '중진국 수준'은 숫자로 달성 여부를 판단할만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관심을 보이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등장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시 주석의 실제 연설에는 빠진 채 관영매체의 연설 전문에만 실린 "주택은 투기가 아닌 삶을 위한 것"이라는 문구 때문이다. 이 문구는 앞선 그의 연설에 종종 등장해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압박 정책을 시사해왔다.
이밖에 시 주석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온 신장 위구르 등 인권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판단이나 우려 등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약자리 괴롭히고 갖은 수단으로 수탈해 제로섬게임을 하는 등 패권을 잡고 강권을 누리며 다른 나라를 강압하는 현상이 시각하다"면서 "중국은 평화적 외교정책을 실행하고, 사실 자체의 시비곡직에 따라 입장과 정책을 결정해 공평과 정의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하며 다시 한 번 미국을 비판했다. 아울러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잡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 확장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당대회에는 시 주석의 정적 그룹으로 분류되는 상하이방 출신의 장쩌민 전 주석은 참석하지 않았다. 후진타오 전 주석과 105세의 '혁명원로' 쑹핑 전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주석단 상무위원으로서 시 주석과 함께 입장했다. 시 주석은 후 주석을 잠시 부축하거나 눈을 마주치는 모습을 보였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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