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Look)'+'소리(Sound)'+'느낌(Feel)'='감성'
모터사이클 레저 문화‥'돈' 보다 '명예', '자존감' 우선
부부 라이더와 여성 라이더 증가‥취미와 자신에게 투자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우리의 레저 문화는 어느새 보이기 위한 것부터 즐기기 위한 것까지 다양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보기만 해도 표현되는 외형은 꽤나 즐김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그 중 모터사이클 레저가 대표적이다.
은퇴 후 취미로 모터사이클을 선택하는 장년층과 함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여성 라이더도 늘고 있다.
외국 모터사이클 브랜드들은 각자의 차별화 전략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린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모터사이클 브랜드는 할리데이비슨이다.
이들의 모임인 '호그(H.O.G: Harley Owners Group)' 클럽은 각국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돈 보다 명예를 중요시 하는 호그 회원들은 '랠리' 행사 역시 비용과 인력도 자체 부담하며 주도한다.
할리데이비슨은 행사 후원과 진행만 맡는다. 그만큼 자부심과 경쟁심이 남다르다.
특정 브랜드에 열광하는 동호회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커지는 사례는 보기 드물고 놀라운 현상이다.
이들은 또,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의 사회공헌 활동인 '할리천사'로서 희귀병 환우들과 가족들에게 즐거운 시간도 제공하고 있다.
◆ 그들은 왜 '모터사이클'에 열광할까?
지난달 강원도 횡성에서 할리데이비슨 '호그(H.O.G)'의 가장 큰 연례행사인 '호그 랠리(제24회 2022 Korea National H.O.G Rally)'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호그' 회원들이 타고온 1600대의 모터사이클에서 내뿜는 특유의 엔진 소리로 행사장은 장관을 이뤘다.
야외 파티장은 귀를 찢을 듯한 강렬한 록 사운드와 모터사이클 엔진 소리의 공명으로 떠들썩했다.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는 비트 강한 음악과 모터사이클 엔진소리 배경으로 다이내믹한 모터사이클 영상이 보는 이들의 시선과 귀를 압도했다.
이 절묘한 합주는 절로 심장 박동을 높였고, 감성을 자극했다.
참가자 거의 모두가 검은 가죽 재킷과 할리 문양, 두건을 두르고 한껏 개성을 발산했다.
호그 회원들이 모터사이클에 대해 갖는 애착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모터사이클에 열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디자인(Look)'과 '소리(Sound)', '느낌(Feel)'을 꼽는다.
그래서 모터사이클을 '감성'으로 탄다고 한다.
'할리사운드'라 불리는 특유의 큰 엔진 소리를 그들은 흥분된 심장 박동에 비유한다.
정해진(58.서울) 라이더는 지인을 통해서 접하게 된 모터사이클 취미를 2010년부터 즐기고 있다.
그는 "남자만의 자유, 열정, 로망, 모든 게 통합돼 있다"며 모터사이클을 정의했다.
또 다른 동호인 김진영(53.수원) 씨는 "20대부터 너무 타고 싶었다. 대형 바이크를 탄지는 6년 정도 됐다. 그냥 딱 앉으면 폼 나고, 고동감도 있고... 왜 그런 거 있잖아요"라며 모터사이클의 감성을 표현했다.
20년 라이더 경력의 김종억 회장(65.부경 초이스클럽)은 남성들의 취미 중 모터사이클을 최고로 꼽았다.
그는 "바이크 타고 나오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풀린다. 취미가 같은 동호회원들과 가족들이 같은 분위기에서 즐기니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40대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젊은 사람이든 나이 든 사람이든 모든 남성들의 로망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라이딩 하면서 멋진 풍광도 보고, 맛난 음식도 먹고, 지방 곳곳 명소들을 소개하는 홍보대사다. 내 돈 써가며 지역경제까지 살리는 애국자"라고 자평했다.
김 회장은 라이더들의 공통된 바람처럼 '취미'와 함께 스스로에게 투자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박효영(70.부산) 라이더는 "왜 남성들의 로망이냐 하면, 기분 전환에는 이만한 취미도 없을 것이다. 마음이 허전할 때 바이크 타면 기분이 전환된다. 한 번 빠져 들면 절대 헤어날 수 없다"고 했다.
8년간 동호회 활동 중인 그는 이번 행사에 참가하려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부산에서 10시간 걸려서 횡성에 왔다고 한다.
그는 "동호회 활동하면 가보지 못한 곳과 타기 어려운 곳을 다녀서 좋다. 동호회에는 리더가 있어 함께 라이딩하면 더 안전하고 더 재미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70세인데 80세까지 탈 생각이다. 대신 체력을 많이 길러야한다. 바이크 타려면 운동도 많이 해야한다"며 체력관리를 강조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라이더들은 "우리나라에서 모터사이클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안전을 우선해 법규를 잘 지키며 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빨리 가는게 목적이 아니고, 바이크 소음도 좀 줄이고, 부착물도 줄여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이 없도록 라이더 스스로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 반대자를 내편으로 만들다
국내 모터사이클 레저인구는 점점 늘지만, 오토바이에 대한 편협한 인식과 도로 현실에 맞지 않는 이륜차 법규 때문에 취미로 즐기기엔 불편한 점도 있다.
특히 아내를 포함한 가족의 반대는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이다.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반대하던 아내도 결국엔 모터사이클 매력에 빠져든다고 장담했다.
정해진 라이더는 "생각만 가지고는 절대 탈수 없다. 일단 시작하면 다 해결된다. 무조건 질러야 한다(웃음). 지금은 반대했던 아내와 함께 탄다. 라이더들을 만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아내를 설득했다"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박효영 라이더는 "뒷좌석에 한번 탄 뒤부터는 안 타고는 안 될 정도로 주말만 되면 아내가 따라 나선다"고 말했다.
김종억 회장 역시 반대하던 아내에게 수십 번의 안전 약속과 설득 끝에 모터사이클을 타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다. 바이크 타는 남성 대부분이 반대하는 아내에게 안전한 라이딩을 약속하고 타는 사례들을 많이 봤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회원들의 아내들도 어느 순간에 남편 바이크에 동승하는 기회를 갖게 되면 남편들이 라이딩 갈 때마다 따라 나서려한다. 바이크 사달라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또 다른 회원도 "아내의 반대가 심해 바이크를 구매한 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두고 몰래 탔다. 몇 개월 지나서 알게 된 아내도 이해해주며 안전하게 타라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사고 우려 때문이었다. 라이더들은 "혼자서 막 타는 게 아니고, 늘 동호회원들과 법규와 질서 잘 지키며 타니까 재미도 있고, 위험도 많이 줄어든다"고 한다.
노창근 라이더는 "타다보니까 부부사이도 더 돈독해지고 좋아졌다는걸 느낀다. 생활 활력의 동기부여도 된다. 저희 부부는 바이크 취미가 최상의 선택 조건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기 삶을 찾는다면 한 번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주변에서 말리고 반대하는 이도 있지만, 하고픈 취미 못 갖는 것보다는 후회와 아쉬움 없는 삶이 더 중요하다"며, "가족에게 안전하다는 걸 보여주면서 설득해 나가면 바이크 취미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소원이라고해서 1년 만에 '탠덤(뒷좌석 동승)'했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너무 좋다"며, "남편이 정년퇴직하고 바이크에 입문해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고, 여가생활도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취미생활이 삶의 질과 행복감을 높여주고 건강에도 도움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특히 신체 활동이 줄어드는 장년이나 노년층은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현대인의 최대 적은 스트레스다.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날은 휴일이다. 많은 사람이 휴일을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무리하게 보낸 휴일 탓에 일주일을 힘겹게 시작하는 이도 많다. 휴일을 알차고 낭만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의미있게 보낼 수 있다면 큰 행복이다.
라영철 기자 ktvko258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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