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넘어 캐릭터·아이돌까지…팝업 통해 만난다
신세계 강남점 '더 스테이지' 연말까지 예약마감
다양한 카테고리·한정판 상품 등 내세워
롯데 잠실 '테니스 팝업' 20만명 방문, 첫날부터 오픈런
힙한 디저트 맛집도 잇따라 소개…'빵지순례' 명소로
더현대 서울, 고정관념 깬 '팝업 열풍' 주역
아이돌·캐릭터 팝업도…2030세대 매출 비중 절반 넘어
지난 8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라이언·춘식이(이하 라춘듀오)의 컴백을 기념해 '라춘댄스 시즌2' 팝업이 열렸다. 라춘듀오의 콘셉트를 알리고 굿즈도 소개하는 캐릭터 팝업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많은 고객이 몰렸다.[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팝업스토어 전성시대’다. 팝업은 짧은 기간 임시로 운영하는 매장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시하길 즐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에게 한정된 시간 동안 이색적인 방식으로 콘텐츠를 선보이는 창구로 발전했다. 팝업에서 소개되는 콘텐츠도 패션·식음(F&B)에서 캐릭터·아이돌까지 범위를 넓혔다.
한정된 기간+이색적 매장…새 경험 즐기는 'MZ홀릭'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팝업 공간 ‘더 스테이지’는 최근 글로벌 명품을 넘어 화장품, 골프채, 운동화 등 다양한 상품군을 소개하고 있다. 팝업 횟수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강남점 더 스테이지의 팝업 횟수는 2018년 8번에서 올해(1~9월) 17번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말까지 예약이 꽉 찬 점을 고려하면 차이는 더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 스테이지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중앙에 있다. 국내 매출 1위 백화점의 ‘얼굴’과도 같은 곳에 자리한 매장이 팝업이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그동안 루이비통, 샤넬, 고야드, 구찌, 보테가 베네타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팝업 매장을 선보였으나 최근 뷰티·스포츠 등으로 취급 브랜드 범위를 확장하면서 고객층도 더욱 다양해졌다.
올 상반기 글로벌 뷰티 브랜드 에스티 로더 팝업을 선보이며 장영호 작가의 각인 서비스 등을 진행, 화장품을 사면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지난 7월에는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 젝시오의 ‘화이트 에디션’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달엔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의 인기 제품인 990 스니커즈 4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 상품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면서 1990년대 미국 뉴욕의 저택을 둘러보는 듯한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더해 많은 방문객이 인증샷을 남기도록 유도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더 스테이지는 단순 판매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이색적인 매장 분위기와 함께 상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백화점 1층 중앙에 있어 백화점 방문객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 과감한 상품 구성과 인테리어를 앞세워 고객을 공략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문의하는 브랜드가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을 ‘팝업의 성지’로 밀면서 매출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았다. 지난 6월 잠실 월드몰에서 진행한 테니스 팝업 ‘더 코트’는 팝업 장소를 하나의 거대한 코트처럼 꾸며 10일간 약 20만명이 방문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롤랑가로스’ 등 한정판 라켓 구매를 위해 팝업 첫날부터 고객 ‘오픈런’이 이어졌다. 인기에 힘입어 팝업 기간 롯데백화점의 스포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신장했다. 앞서 5월엔 발렌티노 뷰티 팝업을 국내 백화점 최초로 진행, 리오프닝(경기 재개)으로 다시 색조화장품을 찾는 고객 발걸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팝업의 인기에 힘입어 같은 달 25일 잠실점에 국내 백화점 최초 공식 매장 1호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요즘 힙한 이색 디저트 맛집’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덕덕덕 베이커리, 도호프로젝트, 오르랔베이커리 등 SNS에서 인기 있는 맛집들을 잇달아 소개해 MZ세대 등에게 ‘잠실점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지속해서 제공하고 있다. 최근 도넛 브랜드 노티드와 함께 진행한 대형 팝업에도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팝업 열풍’ 가속화의 주역은 더현대 서울이다. 더현대 서울이 백화점이 갖는 고정관념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인정받은 데는 아이돌부터 캐릭터·완성차 등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팝업을 통해 다룬 공이 컸다. 6월 진행한 JYP엔터테인먼트의 스트레이키즈 팝업 행사와 8월 어도어의 신인 걸그룹 뉴진스의 팝업 행사, YG엔터테인먼트의 블랙핑크 팝업 행사엔 '최애(가장 사랑하는 그룹이나 멤버)'를 찾아온 팬들뿐 아니라 일반 쇼핑객까지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뉴진스 팝업은 오픈 초기 대기 번호가 1000번대를 넘기고, 오전에 방문해도 입장까지 4~5시간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더현대 서울 역시 고객층 다양화와 매출 확대에 효과를 봤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에 팝업 전용 공간만 3곳을 만들면서 1년간 더현대 팝업에서 제품을 구매한 20~30대 고객은 140만명을 웃돈다. 더현대 팝업은 올들어 1~7월에만 150여회 열렸다. 팝업의 약진으로 지하 2층 매출은 전체 매출의 20%를 넘어섰다. 더현대 서울 매출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54.2%로 절반 이상이다. 백화점 측은 "더현대 서울 팝업이 MZ세대 대표 창구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과 접점이 필요한 다양한 기업에서 러브콜이 줄을 잇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롯데백화점이 서울 송파구 잠실 월드몰에서 진행한 테니스 팝업 '더 코트'엔 10일간 약 20만명이 방문했다. 팝업 장소를 하나의 거대한 코트처럼 꾸미고 테니스 라켓, 패션의류, 액세서리 등 테니스 관련 용품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하면서 각종 체험 행사를 더해 테린이(테니스 초보)부터 마니아까지 발길을 이끌었다.백화점-브랜드-고객 모두 '윈윈'
팝업스토어는 채널(백화점)과 브랜드, 고객 세 주체가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얻으면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화점은 최근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고객들을 방문하게 만드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백화점 내부를 공원 형태로 꾸미고 전시관을 만드는 등 굳이 쇼핑 목적이 아니어도 고객 발길이 닿게끔 만든다. 전국 유명 맛집을 유치, 맛있는 식사를 위해 백화점에 들렀다가 들른 김에 쇼핑을 하게 하는 전략도 사용한다.
백화점의 ‘경험 콘텐츠’ 강화 고민을 해결할 방안 중 하나가 팝업 매장이다. 팝업은 방문 때마다 같은 구성의 매장이 주는 지루함을 타파하고, 브랜드 홍보를 목적으로 체험형 콘텐츠까지 추가해 방문객이 재미있다고 느끼게끔 구성하기 때문이다. 최근 팝업 트렌드가 기존 패션·식음료(F&B) 장르를 넘어 캐릭터·아이돌·라이프스타일 등으로 확대된 것도 백화점 입장에선 반길 일이다. 일시적으로 선보일 콘텐츠가 풍부할수록 보다 다양한 흥미를 가진 고객의 관심을 살 수 있어서다. 최근 백화점들이 팝업 전용 매장 취급 품목을 다양화하고, 팝업 전용 매장 수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가 배경이 됐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팝업을 통해 고객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접점이 되는 채널이 백화점이라면 브랜드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 쇼핑객의 관심까지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매력적이다. 짧은 기간 동안 운영해보고 정식 입점 여부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특히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신진 브랜드의 경우 고객과 대면해 이들의 반응과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창구가 흔치 않은 데다 최근 백화점이 고객 주요 동선 등 요지에 팝업 매장을 배치해 지나다니는 쇼핑객을 대상으로 한 홍보 효과도 톡톡하다.
기성 브랜드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한 신제품을 출시하면, 제품 콘셉트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매장 구성과 함께 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문화 콘텐츠도 팝업 대열에 합류했다. 데뷔하는 아이돌그룹의 콘셉트와 곡이 갖는 의미 등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방문객의 ‘팬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는 사람들(다꾸족)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캐릭터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캐릭터를 내세우는 팝업도 성행하고 있다.
고객 역시 백화점 팝업이 반갑다. 어떤 교통 수단으로도 가기 쉬운 도심에 자리잡아 접근성이 좋고, ‘요즘 핫하다는 OO 브랜드의 팝업’에 들렀다가 다시 맛집과 카페를 찾아 이동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서 그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매장 넣을 곳이 없어 임시로 운영한다는 뉘앙스가 있었으나 최근엔 ‘지금 막 뜨고 있는’ ‘발빠른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브랜드를 팝업으로 모셔온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온라인으로 뭐든 살 수 있는 시대에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공감각적 경험을 짧은 시간 동안 보다 많은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팝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