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늦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너무 적은 조치를 취하는 대가가 너무 많은 조치를 취하는 대가보다 클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경기침체 유발 리스크도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4연속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유력시되는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당장 13일(현지시간) 발표되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눈길이 쏠린다.
◆9월 FOMC 의사록 보니 고물가 고착화 우려…"너무 적은 조치보다 많은 조치가 낫다"
Fed가 12일 공개한 9월 FOMC 의사록에는 잇따른 고강도 긴축에도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 대한 FOMC위원들의 우려가 수차례 확인된다.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장기 목표인 2%를 훨씬 웃돌고 있다"며 제약적(restrictive)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앞서 Fed는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기준금리를 3.0~3.25%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점도표를 통해 연말 금리 중앙값으로 4.4%를 제시한 상태다. 이는 남은 2차례 회의에서 1~1.25%포인트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 전망과 관련해 참석자들은 상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 예상보다 높은 임금 상승폭, 공급망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이 압력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야만 고물가 고착화와 관련한 훨씬 더 큰 경제적 고통을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사록은 "많은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너무 적은 조치를 취하는 비용(대가)이 너무 많은 조치를 취하는 비용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는 물가 안정을 위해 일부 경제 둔화를 용인하겠다는 Fed의 의지를 재확인시킨다는 평가다.
특히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 상승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정되지 않을 위험이 높아져 물가 안정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역사적으로 살필 때 조기 통화정책 전환이 대체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이번 의사록에 담겼다.
모건스탠리의 엘렌 젠트너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1월 1~2일 FOMC에서 Fed가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라며 "과도한 긴축에 따른 리스크가 가시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축 정책의 공격적인 경로를 유지하고 더 오랜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기침체 리스크가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결국 Fed의 이러한 약속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의사록에도 속도조절을 시사하는 발언이 포함되기도 했다. 의사록은 "일부 참석자들은 현재 매우 불확실한 세계 경제 및 금융 환경에서 경제 전망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위험을 완화시키기 위해 추가 긴축 정책의 속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도한 긴축 시 Fed의 예상보다 총수요를 크게 제한하면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하회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FOMC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영국발 국채 불안 등으로 혼란이 한층 심화한 상태다.
◆예상 웃돈 PPI 이어 내일 9월 CPI 발표…인플레 정점 아직 멀었나
이러한 의사록은 Fed가 주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들의 연이은 발표 중간에 공개돼 더욱 눈길을 끈다. 투자자들은 이제 다음날 발표되는 CPI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월가에서는 9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8.1%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6월 9.1%에서 7월 8.5%, 8월 8.3% 등으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전년 대비 CPI 상승폭은 0.3%로 8월의 0.1%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이다. 근원 CPI(전년 동월 대비)는 올해 3월 6.5%에서 7월 5.9%까지 하락세를 보였으나, 8월에는 6.3%로 다시 반등했다. 이번에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월가에서 추산한 전망치는 6.5%다.
전문가들은 최근 인플레이션의 우려점으로 임금 인상과 주거비를 꼽고 있다. 특히 CPI의 42%를 차지하고 있는 주거비의 경우, 지표에 반영되기까지 6개월 가량의 시차가 존재한다. 이는 당분간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는 부분이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근원 인플레이션은 더 높아질 것이다. 아직까지 정점에 다다르지 못했다"면서 "여전히 공급망 측면의 충격 리스크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생산자물가지수(PPI)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9월 9월 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5%로 나타나 시장 전망을 상회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0.4%로 전망을 웃돌았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확인되며 Fed의 긴축 베팅은 더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11월 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82%이상 반영하고 있다. 또한 연방기금금리 정점은 내년2월(4.50~4.75%)로 내다봤다. 같은 해 12월에야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같은 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위스콘신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Fed의 정책전환(피봇)을 위한 기준이 매우 높다고 일축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경제가 갑자기 하강하면 우리가 하고 있는 작업을 멈출순 있다. 인플레이션이 매우매우 빨리 떨어진다면, 언제든 필요하다면 전환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 징후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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