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수원 신재생 목표치 조정…보급 여건 등 고려
지난해 신재생 13조 투자 계획 세워…대폭 수정될 듯
신재생 비리·의혹도 드러나…새만금은 中 기업에 매각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권현지 기자]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신재생에너지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지난 정부 기조 하에 수립된 신재생에너지 목표치의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한수원형 뉴딜’이 폐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르면 연내 한수원 신재생에너지 로드맵을 수정하기로 확정했다. 산업부는 올 연말 수립할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한수원 자체 신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조정할 방침이다. 전기본은 국가 전체 전력설비와 전원 구성에 대한 15년 단위 중장기 계획으로 2년마다 수립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수원 신재생에너지 목표치를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할 계획”이라며 “실현가능성, 주민수용성 등 보급 여건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한수원은 2034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1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해 7월 ‘2034 중장기 경영전략 계획’을 수립하고 4조7000억원을 투자해 6.1GW급 태양광 발전설비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연내 가동을 앞둔 1.4GW급 신한울 1호기 발전용량의 4.5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 한수원은 풍력발전에 7조2000억원을 투입해 4.2GW급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관련기사: 본지 9월 28일자 3면 [단독]한수원 태양광 90%, 文정부서 지었다>
하지만 한수원의 목표치가 현실성이 없다는 게 산업부 판단이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보급을 확대하려면 주민수용성은 물론 전력계통 안정성도 고려해야 한다.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무작정 늘리면 전력망 과부하에 따른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가 발생할 수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지난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정부에서 잡힌 (신재생에너지) 목표치는 과도했다”면서 “달성하기 쉽지 않은 속도”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가 10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목표치를 대폭 낮추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산업부가 지난 8월 발표한 10차 전기본 초안을 보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기존 30.2%에서 21.5%로 8.7%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원자력발전 비중은 23.9%에서 32.8%로 8.9%포인트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비리와 의혹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핵심 과제였던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새만금 해상풍력발전 사업권이 중국계 기업에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매각 과정에서 한 국립대 교수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여당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새만금 풍력발전 관련 의혹을 '새만금 게이트’로 규정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6일 입장문을 내고 "새만금의 바람은 부패 카르텔에게 불었고, 자칫 중국계 회사의 미래를 여는 자원이 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지분이 넘어가면 대한민국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이 매년 약 500억원씩 중국으로 유출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수원형 뉴딜’이 폐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수원은 2020년 12월 한국판 뉴딜 일환으로 수립한 ‘한수원형 뉴딜 종합계획’을 아직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용량을 2020년 71MW에서 2025년 3742MW로 끌어올리는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게 한수원형 뉴딜 골자다.
하지만 한수원은 산업부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형 뉴딜은 계속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신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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