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부터 시작된 연예계 마약 범죄
대마초·필로폰·엑스터시 등 종류도 다양
전문가들 "중독 치료·재활 시스템 시급"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작곡가 겸 가수 돈스파이크(45·본명 김민수)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연예계 마약 파동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돈스파이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필로폰을 투약하고 소지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체포 당시 호텔 방에는 한 사람이 1000회 정도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 30g이 발견됐다. 그는 이번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기 이전에 세 차례 마약류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75년 가수 신중현과 조용필, 김세환 등 18명이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구속된 ‘대마초 파동’을 시작으로 연예계 마약 파동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승철, 싸이, 고 신해철, 현진영, 지드래곤, 탑, 밴드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 등 많은 가수들이 대마초 혐의로 붙잡혔다.
1986년에는 가수 김태화와 채은옥, 배우 김부선이 필로폰 상습복용 혐의로 구속되면서 강성 마약도 번지기 시작했다. '허준' 등 여러 드라마에서 단아한 이미지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배우 황수정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02년엔 배우 성현아가 엑스터시를 상습 복용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연예인 마약 리스트'를 확보해 가수와 배우, 개그맨 등 10여명을 수사 중이라고 밝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9년엔 주지훈이 엑스터시를 투약하고 케타민을 흡입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았다. 아이돌 가수 박봄이 2010년 마약류(암페타민) 밀수 혐의로 입건유예를 처분받았고 빅뱅의 지드래곤과 탑이 대마초를 흡연했다.
가수 비아이도 2019년 대마초, LSD 구입 및 일부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법원은 비아이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8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약물치료 강의 수강, 15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박유천은 2019년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마약 투여가 연예인 등 특권층의 부유물로만 여겨졌던 과거와 다리 최근에는 마약 유통과 구매 등이 쉬워지면서 일반인들에게까지 번지는 추세라는 점이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 중 학생은 494명(전체의 3.1%)으로, 2017년(105명, 0.7%)보다 2.4%p 증가했다. 회사원도 1010명(6.3%), 가정주부도 195명(1.2%)으로 각각 4년 전보다 2.6%p, 0.1%p씩 늘어났다. 지난달 30일 서울 광진구의 한 모텔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보이는 50대 남성이 ‘마약 전과자’라며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처럼 ‘마약 청정국’이라는 지위가 무너지고,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마약이 번지면서 단속·처벌은 물론 치료·재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실장은 "우리나라는 마약 중독자들을 전과자로만 만들어놓고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국가가 치료와 재활에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범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연구소장 역시 "마약 중독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며 "마약 중독자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중독 치료 및 재활 등에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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