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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시됐던 美의 '산업정책'…바이든이 꺼내들었다[글로벌포커스]

수정 2022.09.27 07:09입력 2022.09.27 07:09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때 ‘산업 정책(industrial policy)’이란 단어는 유럽의 사회주의자처럼 보일 수 있어 금기시됐다. 이제 (이 단어는) 백악관, 의회, 싱크탱크, 로비스트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영국 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집권 이후 미국 정부의 산업 정책 기조가 민간기업에서 국가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 반도체지원법(CHIPS)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등 연이은 자국 산업 지원 법안으로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정책이 본격화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이 주요국에서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이라는 위협에 대응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당분간 이러한 기조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부터 전기車까지…바이든 행정부 ‘속도’

바이든 행정부는 집권 이후 정부 재정을 활용한 산업 지원책 확보에 속도를 내왔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열악한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면서 1조2000억달러(약 1714조원)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법을 마련, 전기차 충전소 구축과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 등에 쏟을 예산을 확보했다. 지난 7월에는 반도체 패권을 잡고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확보를 위한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CSA)이 미 의회 문턱을 넘어섰다. 반도체 제조시설 설립에만 520억달러를 지원해 이를 바탕으로 한국, 대만 등 주요국 투자를 유치하는 바탕이 됐다. 한 달 뒤인 8월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 감축법을 마련해 녹색 에너지 전환에만 3700억달러를 투입기로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모두 합하면 향후 5년간 매해 산업 정책에 투입되는 연간 자금이 1000억달러 수준일 것"이라면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인용해 그 규모가 산업 정책으로 묶일 수 있는 기존 지출의 두 배 정도 될 것으로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2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바이오산업을 지원하는 ‘국가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를 마련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일 이 같은 산업 정책과 입법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그는 곳곳에서 "미국 제조업이 돌아왔다. 디트로이트가 돌아오고, 미국이 돌아왔다"면서 바닥을 친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선 상태다.

◇美 국가 주도산업 정책 ‘이례적’…中 견제 목적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행보에 "정부가 개입하는 유사한 역사는 드물다" "민간 부문보다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80년대 세계주의가 본격화하고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은 자유시장주의를 표방해 정부의 시장 개입을 금기시해왔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산업 정책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수십 년간 크게 인기를 잃었다. 보수주의 강경파에게 이는 소련 경제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미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던 산업정책이 현시점에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중국과 공급망 재편 때문이다. 중국이 정부의 지원하에 주요 기술 분야에서 급성장하며 미국과 맞붙고, 코로나19로 공급망 위기에 경제가 휘청이는 모습을 확인했다. 미국이 주요 기술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필요성이 높아졌다.


미국이 내놓은 지원법안들을 보면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까지 미국이 패권을 쥐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산업 분야가 대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안을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고, 반도체 지원법 등은 ‘야당’인 공화당마저 찬성표를 던졌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부터 대중 견제책을 쏟아왔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시장 개입 의지가 있는 인물들을 경제 기관에 배치하면서 이러한 정책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우리 노력의 일부는 산업 개발에 정부가 적절한 역할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의문’…"적절한 시기에 해야"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국가 주도형 산업 정책이 미국의 제조업 강화라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기업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효율적으로 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도 있다. 실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태양광 패널 업체 솔린드라에 정부가 5억3500만달러 대출 보증을 해줬는데 2년 만에 파산한 적도 있다.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업체를 ‘미국의 미래’라고까지 했지만 중국의 저가 패널 공세에 밀려 파산하고 말았다.

당장 미국에서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을 펼친 분야는 국방 산업 정도인데, 국방 외에는 지원법에 따른 자금 집행을 비롯한 관리할 시설조차 없다는 지적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 감축법 통과 이후 이를 총괄하기 위한 대응팀을 별도로 만들고 이전 행정 경험이 있는 인물들을 팀에 배치, 효율적인 지원을 위한 논의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 이후 여러 차례 정부에서 일하며 산업 정책을 지지해온 로버트 앳킨슨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은 "산업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건 아니다"면서도 "적절한 시기에 해야 한다. 상당한 능력을 한번 잃고 경쟁자가 이를 확보하면 할 수 있는 건 얼마 없다"고 지적했다. 루스벨트연구소의 토드 터커 산업 정책 전문가는 "상무부 관계자들은 미국 소유 기업들이 자금을 받길 원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배는 부두를 떠났고 이제 많은 외국 기업들이 선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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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론티스' 다음은 누구?… 7번째 FDA 신약 누가 될까
수정 2022.09.28 08:51입력 2022.09.27 17:00

한미약품 '롤론티스' 승인으로 FDA 신약 6종까지 늘어

한미 '포지오티닙'·유한 '렉라자'
HLB '리보세라닙'·녹십자 '알리글로' 등 대기

포지오티닙, 연내 승인 기대됐지만 자문위 부정적 의견
렉라자, 얀센 "7조 이상 매출 기대" 내년 중 허가 신청할듯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에서 역대 최고 성과 기록
알리글로, 코로나 여파로 실사 지연… "연내 일정 확정 기대"

국산 신약 중 6번째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다음 타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롤론티스가 FDA 승인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FDA 승인을 받은 국산 신약은 총 6종으로 늘었다. 2003년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가 최초로 FDA 시판 허가를 받은 이후 ▲동아에스티 '시벡스트로'(2014년) ▲SK케미칼 '앱스틸라'(2016년) ▲SK바이오팜 '수노시'·'엑스코프리'(2019년) 등이다. 이후 명맥이 끊겼지만 롤론티스가 승인에 성공하면서 3년 만에 FDA 신약이 탄생했다.


자연스레 업계의 관심은 다음으로 FDA 승인의 문턱을 넘어설지에 쏠리고 있다. 현재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 역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HLB의 항암제 '리보세라닙', GC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제제 신약 '알리글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다음 7번째 FDA 신약 노렸던 포지오티닙… 자문위는 "위험 > 혜택"

당초 다음 타자로 가장 유력한 건 포지오티닙이었다. 현재 국산 신약 중 유일하게 오는 11월24일로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른 시판 허가 여부 결정 시한이 정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이 2연속 FDA 승인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던 이유다.

하지만 지난 22~23일(현지시간) 열린 FDA의 자문위원회인 항암제자문위원회(ODAC)가 포지오티닙에 대해 '혜택이 위험보다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승인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ODAC는 항암제의 효과와 안전성에 관한 데이터를 검토하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 자문위원회다.


ODAC 회의에 앞서 공개된 관련 자료에서 ODAC는 포지오티닙의 효능에 대해 "만약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이 이뤄진다면 지금껏 승인된 폐암에 대한 표적 치료법 중 가장 효과가 낮은 치료법이 될 것(If granted accelerated approval, this would be the least effective targeted therapy for lung cancer approved to date)"이라며 강력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

ODAC는 전체 환자 대비 종양 크기 감소 등의 객관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환자의 비율을 뜻하는 객관적 반응률(ORR)이 28% 수준으로 낮다며 포지오티닙의 효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승인받은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의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 신약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투칸)'의 ORR 58%를 직접 언급하면서 이와 비교하기도 했다. 반응 지속 기간 중앙값(mDoR) 역시 포지오티닙이 5.1개월로 엔허투의 8.7개월 대비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ODAC는 포지오티닙의 안전성 면에서도 부작용 우려가 크다고 봤다. 포지오티닙의 1일 1회 16㎎ 투약군 368명 중 3~4급 부작용이 85%, 투약 용량 감소가 57%에 달하는 등 안전성 프로파일 면에서 약물 내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자문위는 이 같은 부작용 등이 대체 투여군에서는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해당 용량의 효능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다소 시간이 늦춰질 뿐 포지오티닙의 허가 자체는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속 승인이 어려울 뿐 경구제형이라는 이점이 크고, 포지오티닙이 타깃으로 하는 '엑손20(exon20)' 변이에 대해서는 엔허투 등보다 효능이 높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FDA 승인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미약품 역시 "폐암은 다른 암종 대비 치사율이 대단히 높아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 옵션이 제공돼야 한다"며 "기존 치료제에 반응이 없는 환자들에게 2차 또는 3차 치료제로 투약할 수 있고, 정맥주사(IV) 방식이 아닌 경구용 제제로 투약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포지오티닙의 유용성은 뚜렷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치고 나오는 렉라자·리보세라닙·알리글로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당초 연내 승인까지 기대됐지만 현재로서는 내년 중 FDA 승인 신청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얀센이 FDA 승인을 받은 이중항암항체 '아미반타맙' 병용 임상 등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내년께 신청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허가받아 누적 매출 1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상업적 성공도 거두고 있다. 얀센에서도 호아킨 두아토(Joaquin Duato) 최고경영자(CEO)가 각각 50억달러(약 7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주요 5대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꼽기도 하는 등 얀센 측에서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2년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납' 병용요법의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최근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절제 불가능 간세포성암(uHCC)에 대한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과의 병용요법을 통해 혁신적 성과를 발표한 HLB의 리보세라닙도 FDA 승인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HLB는 2019년 6월부터 미국, 유럽, 아시아 등 13개국에서 54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병용요법 임상을 진행한 결과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가 22.1개월로 간암 치료제 중 처음으로 mOS가 20개월을 넘어서는 데 성공하는 성과를 도출해냈다.


간암 1차 치료에서 기존에 표준 치료제로 여겨온 건 바이엘의 넥사바와 에자이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다. OS가 12~13개월 수준에 그친다. 최근 로슈의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과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병용 요법이 19.2개월이라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표준 치료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리보세라닙이 이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는 데 성공한 만큼 간암 치료제 시장에서 '계열 내 최고 약물(베스트 인 클래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내년 1분기 중 FDA에 병용요법에 대한 허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선낭암 치료를 위한 단독요법으로 NDA를 낼 계획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월 미국암학회(ASCO)에서 발표한 한·미 임상 2상 결과에서 종양의 크기 변화를 측정하는 반응평가기준(Recist v1.1) 15.1%의 환자에서 30% 이상 암이 줄어든 것을 확인하는 성과를 냈다.


GC녹십자도 면역글로불린 제제 신약 '알리글로' 10%의 FDA 허가 재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알리글로는 당초 지난 2월로 허가 승인 여부 시한이 정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의 여파로 인해 생산시설 실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녹십자는 보완요구서(CRL)을 받아야 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FDA와 지속해서 협의해 생산시설 실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연내 일정이 확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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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첫 소행성 충돌 실험 성공…"역사적 순간"(1보)
수정 2022.09.27 08:27입력 2022.09.27 08:25

DART 우주선, 26일 오후7시15분쯤 디모르포스 소행성에 고의 충돌
지구 위협 소행성 방어 실험 차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DART 우주선이 충돌 직전에 촬영한 디모르포스 소행성. 사진 출처=NASA 홈페이지 캡처

속보[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6일 오후(이하 미국 동부시간) 인류 최초로 실시한 소행성 충돌 실험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날 NASA가 온라인 생중계한 화면을 보면, NASA가 지난해 11월 발사한 쌍둥이소행성경로변경실험(DART) 우주선은 이날 오후 7시15분쯤 목성 인근을 지나던 디디모스 소행성의 위성 디모르포스에 접근해 고의로 충돌했다.


이 실험은 지구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소행성에 충격을 줘 궤도를 변경해 지나쳐 가도록 할 수 있는 지 여부를 연구하기 위해 실시됐다. NASA는 DART 우주선에 장착한 고성능 카메라 DRACO를 이용해 충돌 직전까지 1초에 한장씩 사진을 찍어 생중계했다.


인류가 다른 천체에 고의로 충돌해 이동 경로 변경을 시도한 실험은 사상 처음이다.

(기사 이어짐)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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