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호황기 견인한 2030세대 문화
"상대방 자산 짐작할 수 있어 좋아"
높은 진입장벽… 양극화 조장 우려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골프를 통해 연인을 찾는 이른바 '골프팅'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레저 스포츠로만 인식되던 골프가 MZ 세대에서는 다양한 놀이 문화의 매개체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비싼 비용 탓에 진입 장벽이 높다 보니 자칫 젊은 세대의 골프 문화가 사회적 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MZ세대 '골프붐'… 골퍼 5명 중 1명은 2030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성장한 국내 골프 산업을 견인한 것은 2030세대다. 전체 골프인구 564만명(지난해 기준)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이들은 골프 시장의 주류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관련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이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골프웨어 매출은 전년 대비 56.3% 성장했고, 현대백화점의 매출 신장률도 65.5%에 달했다. 골프웨어를 가장 자주 구매하고, 가장 큰 비용을 지출한 계층도 30대 여성이다.
MZ세대가 필드 위로 유입되며 등장한 게 '골프팅'이다. '번개 만남'은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골프를 매개체로 하는 만남이 일상적으로 자리 잡은 건 젊은 세대의 영향이 컸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오픈 채팅, 네이버 밴드 등에서는 골프팅 상대를 모집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초부터 골프를 배운 직장인 김성모씨(33)는 올봄 라운딩에서 '골프팅'으로 지금의 연인을 만났다. 김씨는 "친구와 호기심에 시작했는데 파트너와 짝을 맺고 골프를 치니 대화가 훨씬 수월했고 금세 친해졌다"며 "카페에서 어색한 시간을 견디는 소개팅보다 낫다"고 전했다.
골프팅의 형태는 다양하다. 라운딩을 마치고 뒤풀이로 식사나 술 한잔을 곁들이는가 하면, 부담이 덜한 스크린골프장에서 만남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골프팅 상대를 매칭해주는 앱까지 등장했다. 사진과 체형, 학력, 스타일까지 기재한 뒤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소개팅 앱과 유사하다.
골프팅을 즐기는 2030세대가 꼽는 장점은 아이러니하게도 '골프의 높은 진입 장벽'이다. 단순한 소개팅이나 취미를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골프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의 재력과 문화 수준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프를 칠 정도면 어느 정도 벌이가 되는 사람이겠지'라는 인식이다.
다만 부정적인 시선도 만만찮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비교적 높은 초기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경제적 양극화를 재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 청년층의 박탈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골프팅은 라운딩을 나갈 정도의 실력과 경험, 장비들을 구비할 경제력이 바탕이 돼야 하는 만큼 경제적 여유가 보장된 이들에게 가능한 것"이라며 "과거 호텔 내 고급 헬스클럽에서 연애 상대를 찾던 문화와 유사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골프의 초기 비용을 감당해야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젊은 세대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양극화의 단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엄격한 조건을 가진 데이팅 앱처럼 고소득자 등이 자신들의 계층 내에서만 만남을 가지려는 것과 같은 문화로 변질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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