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이민우 기자, 송승섭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16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금융노조의 파업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금융노조는 5.2%의 임금 인상률과 근로시간 단축(주 4.5일제 시범 근무) 등을 요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사거리 일대에서 약 3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고 총파업 투쟁에 나섰다. 세종대로 차선 절반과 인도까지 참석 인원들이 차지하면서 일부 시민들이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고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과 점포, 고용을 줄이고 주주 배당에 목숨을 건 금융사용자들에 맞서 금융의 공공성을 사수해야 한다"며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그들만의 잔치를 멈추지 않는 기획재정부와 그들에게 부화뇌동하는 금융지주 권력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노조는 이날 ▲점포 폐쇄 중단 ▲적정인력 유지 ▲임금피크제 폐지 ▲노동시간 단축 ▲해고 사유 제한 ▲공공기관 혁신안 폐기 ▲국책은행 지방 이전 폐기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 삼각지역 방향으로 가두 행진 투쟁도 벌인다. 금융노조는 이날 총파업에 앞서 금융 공공성을 강조하는 라디오 광고까지 진행하며 의지를 다졌다.
다만 이날 집회에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들의 분위기가 다소 갈렸다. 시중은행들 직원들은 총파업 참가율은 높지 않았다. 이날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자리는 수백석 남짓이었다. 우리은행과 농협의 경우에는 노조 간부들 중심으로 총파업에 참여했고, 나머지 은행의 직원들도 참석 인원도 많지 않았다. 이에 반면 국책은행 직원들의 의지는 결연한 분위기였다.
IBK기업은행 노조 집계에 따르면 이날 파악된 참석 인원만 5000명 이상이다. 정부가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경우 총 직원이 3200명 수준인데, 2000명 가까이 참석했다. 국책은행 노조원들의 참여 인원만 7000명이 넘는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노조원 자율 참석으로 방침을 정했다. 국책은행 직원들은 공공기관의 인력 감축 및 예산 절감, 국책은행 우량거래처 이관 추진 등에 대해 반발했다. 국책은행 직원들은 1%대의 연봉 인상률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특히 본점의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산업은행 직원들의 투쟁 의지가 강한 분위기였다. 산은 직원들은 이날 집회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기업들만 골병난다'라는 노란색 옷을 맞춰 입고 반대 시위에 나섰다. 산은 직원들은 대통령실로 향하는 가두 행진에서도 가장 선두에 설 예정이다. 조윤승 산은 노조위원장은 파업에 앞서 성명서를 내고 "2조~3조원이 드는 지하철 노선 신설도 몇년씩 타당성 검토와 경제성을 분석한다. 자산 규모가 300조원에 달하는 산은을 옮기는 결정에는 왜 아무 분석도, 조사도 의견수렴도 하지 않느냐"며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장기적으로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노조의 총파업에도 각 은행의 영업 지점들에는 큰 영향이 없는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주요 시중은행 지점은 평온한 모습이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의 경우 정상적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다만 파업 참가율이 높은 기업은행의 경우에만 고객들을 향해 "16일 총파업으로 은행 업무처리 시간이 지연되거나 제한될 수 있다"며 "영업점 방문이 꼭 필요한 경우는 해당일을 피해 방문해달라"고 사전 공지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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